감사·예산 ‘로비스트’로 불려

최근 10년새 3급고위직 33명 대학·법인 직행

교장직 30명…이사장·이사 18명 “감사 무마·예산 따오려는 의도”

[U's Line 탐사보도팀]이번 교문위 국감을 하기 전 모 국회의원은 교육부 관료 출신 전관예우를 조사하기 위해 교육부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끝내 받지를 못했다. 다른 자료관계로 나쁘다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해당 자료를 받지를 못했다. 선배들에게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까하는 교육부 후배들의 눈물겨운 선후배간 우정이다. 이렇듯 교육부 관계자들도 자신들부처 출신이 많다는 것을 자인한 상황이 됐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사립중등학교에 재취업한 공무원이 전국적으로 8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한 ‘시·도교육청 소속 퇴직 교육·지방공무원 출신 사립학교 및 학교법인 근무 현황’을 보면, 현재 80명의 전국 시·도교육청 퇴직 공무원이 사립학교와 학교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직위별로는 사립학교법인의 이사와 이사장이 19명, 감사가 2명, 재단법인실장과 사무국장을 지내는 이도 모두 4명이나 됐다. 사립학교에서 교장을 지내는 이도 43명, 교감은 3명이다. 학교 행정실장으로 재직중인 이는 모두 11명이었다. 경북교육청의 김 아무개 전 교육정책국장은 퇴임 직후인 지난 9월 경북의 한 사립고 교장으로 부임해 논란이 됐다.

퇴직 공무원을 데려간 사학 중엔 비리 사학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성적 조작과 뒷돈 입학으로 이사장이 구속된 학교법인 영훈학원은 최근까지 서울시교육청 출신 공무원을 5명이나 데려갔다. 영훈 국제중의 정동식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감사관을 지냈고,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정권고를 받은 이 아무개 영훈고 행정실장은 교육청 산하 공립고 행정실장을 하다 2011년 퇴직 직후 영훈고에 채용됐다.

또한 고등교육 쪽으로 보면 2002년~2012년 10년 사이에 교육부에서 퇴직한 3급 이상 고위 관료 142명과 1996년 이후 차관을 역임했던 10명 등 모두 152명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22%인 33명이 퇴직 후 대학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재취업한 퇴직 교육관료 33명 중 19명이 총장 또는 이사장이 됐고, 11명은 교육 관련 학과 교수로, 3명은 사무처장 등 간부급 교직원으로 임용됐다. 대학 총장으로 간 6명 가운데 4명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의 총장으로 취임했다.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도 “로비로 벗어났다”는 루머도

비난에는 이런 사례도 있다. 최근 수도권 소재 D대학이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지정됐다가 소명으로 벗어난 대학을 두고도 대학가에서는 말들이 많다. 이 대학에 교육부 출신 고위관료가 손을 썼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한 최근 서울 소재 S여대의 학내분규에 현직 교육부 공무원이 정보를 흘려주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 대학 교수들이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내용인 즉슨, 이 대학 법인 관계자가 교육부의 고위관료를 만나러 간다는 일정은 대학 법인 당사자와 교육부 최고위 관료, 관료의 비서 외에는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 대학법인 관계자가 교육부 앞에 도착하니 이 법인 관계자를 향해 시위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현재 이 대학 법인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대학본부 쪽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시위를 했다. 교육부 최고위 관료의 일정을 비서가 함부로 누설할 일도 없고, 법인 관계자가 교육부에 요청을 하러가는 일을 떠들 일도 만무한데 이 시위자들은 법인 관계자의 그 날 일정을 어찌 알고 교육부가 소재하는 서울종합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수 있었는 지 아연실색할 일이다.

이렇듯 교육부 고위관료와 대학과의 관계는 관료가 현직에 있을 때부터 맺는다. 관료 나름대로는 보은(報恩)의 부담을 대학에게 줘야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공무원으로서 공적인 업무내용까지 빼돌린다면 이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이 내용이 사실여부를 떠나서 대학가는 지금 교육부 출신 전관예우로 인해 불신이 조장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저 학교 보다, 우리 학교가 결과가 불리하게 나온 것은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들이 해당 학교 홍보 관계자나 기획처 입에서 툭툭 튀어 나온다. 교육부의 령(令)이 서지 않는 대목이다. 교육부 스스로가 감독기관으로서의 령이 서지 않도록 자초했던 경우가 바로 교육부에서 바로 대학으로 직행했던 ‘올바르지 못한 전관예우 탓’이 매우 크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들 가운데 서남수 전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박근혜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위덕대 총장을 그만뒀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과거 국장급은 전문대 학장, 차관급은 4년제 대학 총장이 공식처럼 통하곤 했다. 순기능도 있지만 ‘로비스트’ 의혹을 받을 수도 있는 좋지 못한 관행이다”라고 지적했다.

사학비리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이들이 사학에 ‘전관예우’식 재취업으로 해 감독기관의 감사를 무력하게 만들거나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예산을 받아오는 로비스트라는 소리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지난해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하고 이사장이 해외 도박으로 80억원을 탕진한 사실이 드러난 신진학원은 퇴직 공무원 3명을 이사로 두고 있다. 퇴직 공무원 3명이 이사장과 이사로 일하고 있는 인권학원도 2001년에 회계비리로 시끄러웠던 대표적인 사학이다.

19대 국회에서 법개정 서둘러 마련 절실

전관예우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 제1조는 “이 법은 ……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 등을 규정함으로써 ……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을 방지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17조의 대학은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에 열외를 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큰 괴리를 갖고 있는 논리다. 또한 제1조에 명시한대로 교육부 업무도 국민에 대한 봉사로 공무집행의 공정성이 요구되고, 대학 운영자들과 대학 구성원 및 다수 학부모들의 이익이 분명히 충돌하고 있다. 대학 관리감독권이 교육부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만약 교육부 관료들이 퇴직 후 취업을 고민한다면 대학에 대한 엄격한 관리 감독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퍼뜩 드는 게 사실이다.

19대 국회에서 교육부 관료들의 전관예우를 막는 법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제19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 30명(새누리당-14명, 민주당-14명, 비교섭단체-2명)을 대상으로 ‘교육부고위관료 전관예우방지법’의 제정에 대해 물은 결과, 30명중 3명 반대, 4명이 “입장보류”로 답하고 23명은 “필요하다”고 응답해 발의상정만 되면 관련법 개정은 무난히 되리라고 본다는 위원이 대부분이었다.

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이 있다. 그 중 큰 하나가 ‘페어 플레이’(Fair Play)이다. 그 교육을 관장하고, 감독하는 기관이 ‘교육부’다. 당연히 페어 플레이 교본이 돼야 한다. “법조계 뺨치는 교육부 전관예우”라는 지적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대학이 비영리기관이란 이유로 공직자윤리법의 퇴직 관료 유관기관 취업 제한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교육부 퇴직 관료들의 전관예우를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도 강력한 법 개정이 이번 19대 국회에서 서둘러 이루어져 공정한 룰이 지켜지는 한국 대학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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