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중앙대·국민대 정보공개여부로 갈등

한국 대학가는 대학과 학생간 불통(不通)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알고 싶은 게 있으니 알려달라”는 학생과 “못 알려 준다”는 학교 간에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캠퍼스는 다르지만 각 학교 학생들이 말하는 학교 측의 공통된 내용은 “알려 달라고 했을 때 알려주지 못하는 이유에는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주, 서울대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울대에 초빙교수로 임용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왼쪽 사진)과 나경원 전 의원의 임용 절차에 대해 학교 측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거부된 데 따른 회견이다. 학생들은 학생회관 앞에서 "서울대학교는 교수임용절차 투명하게 공개하라, 투명하게 공개하라." 고 구호와 현수막을 들고 학교 측의 성의있는 답변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기성회비와 관련한 정보 공개에서 비롯된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행정심판으로 이어졌다. 결국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회계 자료를 공개하라며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학생들은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

김재원씨(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법적인 수단 내지는 절차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꺼려했다는 것, 시작하는데 있어서. 더 본질적으로는 그 앞에서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정보나 자료를 충분하게 공개하고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 점에 대해서는 학교에 대해서 굉장히 실망을 많이 했죠."

최근에는 고려대 학생들도 비슷한 문제로 학교 측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100만 원이 넘는 높은 입학금에 의문을 품은 학생들이 입학금 사용 내역과 산정 근거가 공개하라며 서명 운동에 나섰다. 학생들은 모두 3천 명이 넘는 서명서를 바탕으로 지난주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학교 측은 산정 근거도, 사용 내역도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보내왔다.

김형남씨(고려대 정치외교학과)는 "학교는 학교를 기업으로 인식하고 학생들을 고객이라고 보는 측면이 있어서 저희가 무언가를 요구했을 때 너희가 돈을 내고 혜택을 받으러 다니는 건데 왜 그런 것들을 자꾸 알려달라고 하냐, 이건 학교 운영상의 비밀이고 말해주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답만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눈과 귀가 돼야하는 학내 언론들도 학교정보의 높은 문턱을 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학내 교지에서 기자로 활동 중인 박동우씨(국민대학교 국민저널 부장)도 지난 3월 학교 비정년 트랙을 취재하던 중, 관련 자료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비공개 처분 결정을 받았다.

박동우씨(국민대 경제학과)는 "학교 측은 직급이라든지 이런 것을 나타내줄 수 없다고 한다기보다 이것이 외부에 유출될 경우에 2차적으로, 3차적으로 가공되어서 해당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지 않을까한다는 답변으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학과 통폐합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중앙대도 학생들이 학과가 없어진다는 사실을 학내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되면서 불통 논란이 불거졌다. 정태영씨(중앙대 비교민속학과)는 "너무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최소한 협의체라도 구성을 해서 이야기를 한 번 더 해보자라는 식의 입장을 밝혔는데 그런 것들이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조조정 대상과는 일절 의사소통 불가능하다, 무조건 추진하겠다는 식 앵무새처럼 대답을 들었고요."

역사적 고비 때마다 민주주의의 보루가 됐던 한국의 대학. 하지만 학교와 학생간 기본적인 소통마저 단절되고 사라져 간다. 요즘 대학의 민주적 의미는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김인환 미래교육연구소 부소장은 "학교측은 학생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만한 일을 골라하고 있다. 떳떳하면 왜 정보를 공개하지 못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료를 넘겨주기 그런 자료면 열람이라도 해주면 학생들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학교 측의 어설픈 태도가 오히려 불신을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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