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고용 보장 VS 직업훈련소 전락, 창의적 인재 한계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 대학과 함께 만든 계약학과의 첫 졸업생이 올해 배출되면서 기업과 대학의 맞춤형 인재 양성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계약학과는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로양성하는취지로 대학은 기업위탁 직업훈련소라는 성격과 창의적인 인재양성보다는 기업의 인재모맷에고착화돼 중장기적으로는 대학의 기능에서 손실부분이 훨씬 큰 교육시스템이라는 지적이제기되기시작했다.

장학금도 받고 취업도 보장되는 계약학과

현재 계약학과로 운영되는 형태는 재교육형, 채용조건형이다. 재교육형은 산업체 소속 근로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교육을 의뢰하는 형태로 경비의 50% 이상을 산업체가 부담한다. 반면 채용조건형은 이미 기업의 직원이나 다름없다. 산업체가 채용을 전제로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고 기업이 원하는 교육과정 운영을 요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계약학과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로는 성균관대(삼성전자 휴대폰학과), 고려대(SK하이닉스 나노반도체공학과), 건국대(코오롱 미래에너지학과) 등이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한국정보통신진흥원 등 공공기관도 해당 분야의 취업을 전제로 대학과 계약학과를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맞춤형 인재를 얻기 위해 소속 연구진을 학교에 강사로 내보내거나 학교에 실습 시설을 마련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구글이 미국내 고등학교에 상근 직원을 파견해 구글이 원하는 대학 전공으로 유도한다(본보 기사)는 것처럼 기업이 원하는 기술수준과 인재를 유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고려대 나노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 수석 연구원을 겸임교수로 위촉해 학생들이 현장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으며 삼성전자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전용 실험 실습실과 첨단 디지털강의실을 만들고 4학년 대상 인턴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계약학과 규모는 증가 추세다. 결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현재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2008년 5개 학교 7개 학과에 정원 457명으로 시작해 지난해 21개 학교 34개 학과 931명으로 56.2%가 늘었다. 재교육형의 경우 2008년 38개교 156개 학과 5,598명에서 지난해 85개교 327개 학과 1만240명으로 18.8% 증가했다.

숭실대학교 콘텐츠경영학과는 숭실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함께 운영하는 ‘계약학과’다. 계약학과란 대학은 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은 등록금과 취업을 책임지는 산학협력 모델이다. 학교 입장에서는 입학정원을 늘릴 수 있어 좋고 학생은 등록금과 취업이 동시에 보장되는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어 학생과 대학, 산업체 모두가 윈윈하는 직업교육 모델로 떠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강 씨는 “IT업계로 취업도 보장되고 장학금도 100%”라며 “등록금 마련이나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만큼 학생들 모두 여유로운 마음으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전에 있던 대학에서는 이론 위주의 수업을 했다면 지금은 철저하게 실무위주로 이뤄진다”며 “예전엔 학교를 졸업하면 뭘 할지 막막함이 앞섰지만 지금은 확실히 자신감이 붙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교과부는 지난 7월 기업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개설을 유도하기 위해 등록금 100% 부담을 5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학벌 그림자에 묻힌 직업교육 비판도

대학 졸업생 취업률이 대학 평가, 곧 예산 배정과 직결되면서 대학직업교육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난 측면도 있다. 특히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취업 성공을 내건 취업 학원화되고, 대학들은 계약학과를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한다. 대학 구성원들은 직장인 양성소로 전락한 대학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분위기다.

서울 소대 한 대학에 계약학과를 직접 유치한 C교수는 “좋은 학생들이 들어와 취업 잘 하면 대학 인지도도 올라가고 대학의 특성화 이미지도 높일 수 있어 계약학과에 많은 대학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따지고 보면 대학입장에서 계약학과는 취업률 높이는 안전장치”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기업이 원하는 인재포맷에 묶여 창의적 인재 양성에는 분면 중장기적으로 손실이 더 큰 취업패턴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한국 직업교육 구조의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학 취업률 줄 세우기를 멈추고 고졸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교수는 “취업 자체에 대한 집착보다는 취업 이전에 취업 역량을 갖추도록 잘 지도하고 이끄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졸취업이 늘어난다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임금이나 승진에 전혀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선취업 후진학 같은 정책으로 학생들을 위로하기보다는 고졸 취업 학생들이 진짜 어깨 펴고 살 수 있도록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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