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의 민자기숙사비가 국립대 민자기숙사비보다 두배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2012년도 대학별 기숙사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민자기숙사의 월평균 기숙사비는 1인실 48만8천원, 2인실 32만5천원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국립대 민자기숙사는 1인실 24만6천원, 2인실 15만5천원으로 사립대 민자기숙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직영기숙사를 비교해 보면 사립대는 월평균 1인실 30만8천원, 2인실 19만5천원이었으며 국립대는 1인실 19만1천원, 2인실 13만원 수준으로 민자기숙사보다는 차이가 작았다.

1인실 기준으로 기숙사비가 가장 비싼 곳은 국립대인 부산대로 월 66만원에 달했으며 가장 싼 곳은 경상대 직영기숙사로 월 9만4천원만 내면 됐다.

사립대학 중에서는 연세대 민자기숙사가 월 61만2천원으로 가장 비쌌다.

서 의원은 "고액의 사립대 민자기숙사비에 대해서 교과부가 표준기숙사비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도ㆍ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자기숙사, 수용률 줄고 비용만 높아져

대학이 민자기숙사를 건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해는 2005년이다. 당시 교육부는 ‘민자유치 교육시설 관리 지침’을 발표하면서 ‘민간자본 유치로 대학의 시설(기숙사 등) 여건 개선과 동시에 건설경기 진작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를 추진 배경으로 꼽았다. 배경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초 민자기숙사 도입은 대학생들의 주거 안정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시작됐다.

대학들은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지속적으로 민자기숙사 건립을 추진했고, 그 결과 30개 국립대, 17개 사립대가 1조원이 넘는 민간투자를 받아(2010년 기준) 사업을 진행했다. 투자 방식에 있어 국립대는 권역별로 모아 정부와 대학이 임대료를 책임지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방식으로 추진한 반면, 사립대는 대부분 최종이용자가 비용을 책임지는 방식인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기숙사를 건립했다.

고려대 기숙사 홈페이지 화면 캡쳐(이미지 : 고려대학교 홈페이지)

그렇다면 대규모로 진행된 민자기숙사 건립은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우선 주거안정 측면에서 볼 때 기숙사 수용률이 대폭 늘어났어야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대학이 기존 기숙사를 허물고 그 자리에 신축했고, 3·4인실을 1·2인실로 줄였기 때문이다. 고려대만 하더라도 기숙사 실수는 2009년 669실에서 2011년 984실로 늘었지만 수용률은 8.8%에서 6.7%로 오히려 줄어들었다(대학알리미 기준).

또한 민자기숙사가 건설되면서 입주비용이 이전 기숙사에 비해 크게 올랐다. 이는 민자사업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에 기인한다. 민간자본은 이윤을 목적으로 공공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비용 상승이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산대구민자고속도로, 공항철도 등 민자로 건설된 사회기반시설이 높은 비용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은 것도 같은 이치다.

대학기숙사 건립에 수익형 민자사업을 허용해준 것도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수익형 민자사업은 기숙사 운영과정에서 업체가 최종 이용자인 학생들로부터 수익을 거둬들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숙사 비용이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립대 당국은 기숙사 건립에 필요한 부지를 제공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비용도 책임지지 않는다. 실제 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을 택한 사립대학들이 책정한 기숙사 비용은 임대형 민자사업으로 건립된 국립대에 비해 두 배가 넘을 정도로 비싸다. 여기에 사업 운영 기간을 보통 민자사업에 비해서도 짧게 계약해 업체들이 빠른 시간 안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비용 상승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는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한 대학도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대학은 20년 내외에서 계약기간을 정하고 있다.

결국 앞에서 살펴본 제도적 문제점들은 고스란히 기숙사 비용에 반영되어 학생들은 밥값을 포함할 경우 한 학기에 3백만 원이 넘는 기숙사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학 주변 전·월세 비용이 지나치게 상승해 민자기숙사 비용이 그리 높지 않게 느껴지고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기에는 학생들을 돈벌이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 정부와 대학당국의 정책 방향이 아쉬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대학 기숙사 사업을 저소득층이나 타 지역 학생에게 안정적인 학습 환경 제공을 우선으로 하는 주거 안정 대책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실사를 통해 문제점을 정리하고 전반적인 규제 강화로 정책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곧 치러질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정책공약 수립 과정에서 꼼꼼한 검토를 통해 대안 제시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학당국 입장에서는 건설비용만 수백억 원이 소요되는 기숙사 건립에 교비만으로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기숙사는 교육필수시설로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나 학생들의 학습 환경 보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투자돼야 할 대상이다. 따라서 전국 대학에 3조원 이상 쌓여 있는 건축기금을 적극 활용하거나 사학진흥재단에서 저리로 융자받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

<이 글은 고대신문(4월2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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