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차관까지 지낸 사람이 해체론?"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명됐다는 소식에 가장 먼저 술렁댄 쪽은 교육부다. 이주호 전 장관과 10여년전에 손발을 맞춰봤던 K모 교육부 서기관은 조직내에서 호불호(好不好)가 나뉘는 인물이다. 정책방향도, 성격도 그랬다. ‘교육부 해체론을 줄곧 주창해 교육부내에서는 장·차관까지 지낸 사람이 교육부 나갔다고 너무 막나간다는 말도 나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K모 서기관은 “MB정부 당시 이 전 장관은 대부분의 정책을 경쟁자율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했으나 교육을 약육강식 분위기로 몰고갔다는 비난과 청소년들을 시험에 매몰시키고, 대학 이외 고교서열화까지 부추겼다는 지적을 많은 시민교육단체로부터 받은 게 사실이다. 10년이 흐른 이 시점에는 어떨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K모 서기관이 지적한 내용은 전국의 학생을 성적순으로 한 줄로 세운 '일제고사'와 귀족학교라는 소리를 들었던 '자사고 확대' 모두 이 전 장관이 추진했음을 가리킨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10여년 전 이주호 장관의 궤적보다 교육개혁=교육부개혁관점으로 기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그렇다면 윤 정부가 이 전 장관의 교육부 해체론'도 교육부 개혁의 한 방법으로  동의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일까. 이래서 이주호 후보자가 장관으로 지명됐다는데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면,  우선, 이 후보자가 주창하는 교육부 해체론의 실체를 대충이라도 훓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 보고서'가 이 후보자의 교육부 해체론 요체다. 이 후보자와 김철주 박상욱 박진 이영 안준모 정제영 정태용 황보은 등 여덟 명의 교육전문가가 지난 3월 대선 무렵 발표했다. 추진배경과 전략 대학을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 대학 자율확대를 위한 고등교육 재정개혁 대학의 연구·혁신·평생교육에 관한 통합적 지원 대학입시 자율을 위한 입시제도의 점진적 개혁 대학혁신 지원을 위한 과감한 부처개편 등에서 교육부 해체의 당위성과 미래지향성을 강조한다.

교육부 총리실로 편제한 후, 과학기술혁신전략부에서 포괄적 지원

대학이 AI교육혁명과 4차산업혁명의 혁신허브가 되도록 차기정부에서는 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을 국정과제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합의형성과 실천이 상대적으로 쉬운 과제부터 시작해 과감한 교육부 개편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방향으로 꾸준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대학혁신을 위한 정부개혁 방안 보고서를 요약해 봤다.

1) 아날로그 시대의 고등교육법을 정부·대학·사회가 합의하는 최소한의 규제만 남기는 네거티브 규제체제로 전면 개편하고, 사립대에 대한 시설기준·임원취임·재산처분 등에 대한 보고의무와 규제를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철폐

2) 대학들의 자율성을 억제하고 정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고등교육 재정지원 사업을 구조조정 (대학단위 지원은 과감하게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만으로 한정해 대폭 축소하고, 학생·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

3)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에 분산됐던 대학의 연구 및 산학협력 지원기능을 통합하고 상시학습(always learning) 플랫폼으로서 대학의 평생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과기정통부가 대학의 연구·혁신·평생교육에 관해 통합적으로 지원하도록 부처 기능을 조정

4) 대학입시는 학생의 신뢰보호 차원에서 현 제도를 당분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대학입시의 자율성 확대, 고교교육 정상화, 공정성 제고 관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통한 보완적 입시제도 개편안 도출

5) 대학을 교육부에서 분리해 총리실로 편제하고, 산업경제정책+과학기술정책+(대학의 연구·혁신·평생교육 지원)을 융합한 (가칭)과학기술혁신전략부가 대학의 혁신을 포괄적으로 지원

보고서의 주요골자는 대학을 교육부에서 분리해 총리실로 편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학의 연구·혁신·평생교육을 통합 지원하도록 부처기능 조정의 정부 조직개편안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현재 관장하는 대부분의 역할을 교육이라는 테두리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교육부의 실·국을 전문성을 부가해 이와 가장 성격을 같이하는 중앙부처로 각각 편제하자는 주장이다

이래서 이 후보자의 보고서는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교육부 해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부는 이미 초·중등 분야 정책기능의 상당 부분을 지방 시도교육청으로 넘겼기 때문에 대학만 마무리 지으면 사실상 교육부 해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정책관 출신 황홍규 서울과학기술대 초빙교수는 "대통령실이 교육부 개혁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이번 인선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개혁에는 산업계 인재양성 역할이 특히 강조돼야한다는 것을 이번 반도체 인력양성 방안과정에서 현 정부의 교육관점이 극명히 드러났다. 이에대해 황홍규 초빙교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부의 정책영역을 확대해 교육인적자원부로 확대개편해 운영했는데, MB정부에서 이 후보자가 이 같은 기능을 중단시켰다"라며 "그러면에서 보면 산업 인재양성을 강조하는 윤 정부와 일정정도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학 상관관계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다가 아니다. 안 보이지만 오히려 반작용을 이용하면 몇 십배의 힘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지방대 중심시대라는 슬로건을 걸고 나왔다. 교육적 관점보다 행정적, 경제적 국토균형발전 개념이 강했다. 교육적 개념이었다면 수도권 학과개설 규제완화 로 지방대 총장들의 극렬반대가 나올리 만무하다. 김병준 국토균형발전위원회의 포스트 지역중심의 지방대를, 교육부의 지방대 육성중심의 지방대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현 정부는 아무런 첨언도 없었다. 

이어 중앙부처 교육부가 쥐고 있던 대학의 행·재정권을 지자체 단체장에게 위임하겠다는 성급한 계획도 지방대 중심시대에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며 선택했다. 당시 지방대에서는 대통령, 중앙부처가 학령인구감소 등으로 인해 골치가 아프니 손을 뗄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그러다 윤 정부의 반도체학과 개설에 수도권 규제완화를 동원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지방대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지방대 중심시대 라는 슬로건까지 걸고나온 윤 정부의 '이제는 지방대 중심시대'는 지방대 총장들이 생각하는 '지방대가 중심이 되도록 육성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하기에도 윤 정부는 뻘줌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에서는 수습이 필요했다.  

이같이 곤란한 처지에서 교육부 해체론은 지방대 총장들이 바라는 진짜 지방대 중심시대 에 다시 불을 살릴 수 있는 역학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대통령실 누군가가 눈치 챘을지 모른다. 윤 정부의 지방대 중심시대와 이주호 후보자의 교육부 해체론()중앙화’, ‘분권화라는 관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이종교배가 가능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윤 정부는 교육부 해체하는 것 좋은데, 굳이 교육부 해체라고 표현하지 말고 적극적 지방대 중심시대라고 부르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대신, 윤 정부입장에서는 이 후보자에게 전권을 쥐어줘야 하고, 수월성 교육 강조라는 지난 10여년 전 썩 좋지 못한 성적표를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위험성도 따른다. 하지만 이 후보자를 기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속편 MB교육정책 시네마'가 개봉될 수 밖에 없다시네마 총감독은 당연히 이주호 후보자다. 교육부장관 후보자지명이 계속 지연되는 윤 정부 입장에서는 흥행여부 보다 개봉이 중요한 상황일 수도 있다. 

1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주호 후보자가 변화된 것 같지는 않다. 보고서에서 언급되는 조직개편을 보면 여전하다. 이런 면에서는 윤 정부의 이주호 드래프트는 모험이나 도박일 수 있다. 이것을 염려하고도 후보자로 지명했는지, 인재 풀이 빈약하다보니 돌고, 돌아 이 후보자에게 패가 왔는지는 모른다. 10여년 전 장관 재임시에는 볼 수 없었던 부분은 '디지털 인재양성' 쪽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 후보자가 아니어도 누구나가 강조하는 대목이라 이 후보자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후보자도 적지않은 리스크를 안고 있다. 교육부를 해체하러 들어가는 교육부장관이라는 메시지는 교육부 내부에서 그의 추진계획에 동의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수의 교육시민단체들도 시뮬레이션 같은 수준의 교육부 해체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상태다.

이주호 후보자는 '수월성 교육정책'의 과도한 옹호론자다. 그러나 윤 정부 취임 4개월간 성적표는 거의 낙제점에 가깝다. 경기상황도 바닥이다. 물가는 폭등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월성 교육을 함부로 강화하겠다는 발언을 할 경우, 이 후보자는 졸지에 '화성에서 온 외계인'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바로 찍힐 수 있다. 한국에서의 수월성 교육은 가진 자만이 다니는 전용도로이기 때문에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이주호 전 장관의 기용은 '돌고, 돌아 온 장고' 영화제목과 성질이 비슷하다. 총도 잘 쏘고, 싸움실력도 대단하다. 그런데 뭔 지 모르지만 부담스럽다. 김인철, 박순애 사실상 경질 50일이나 지난 후  이제서야 이주호를 떠올렸다. 메인카드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히든카드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보편적, 공공적에 방점이 찍힌  교육정책을 빗대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더 멍청해진다'는 악성 댓글 수준으로 반대한 사람들, 보수색채가 강한 자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절반의 확보', '교육도 진영논리'로 계산한 '절반의 선택'은 아니었을 지 모르겠다. 이 내용이 윤 정부가 이주호 후보자를 기용한 이유가 아니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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