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민교협 상임공동의장 선재원 평택대 교수 “현재 교육부로는 사학민주화 요원”
“대학교수, 안정된 직장인으로 남아서는 안 돼” 역할 강조
평택대 사학민주화하다 맺은 민교협 인연
최근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상임공동의장에 선재원 평택대 교수(국제지역학부·전국교수노조 평택대지회장)가 선임됐다. 소감을 묻자 선 의장은 “한국사회와 대학민주화에 늦깎이로 참여했다. 오랜 시간 평생에 걸쳐 바른 사회와 교육을 위해 희생한 선배들을 떠올리면, 많은 빚을 지고 산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소감보다 각오를 내비쳤다.
선 의장과 민교협과의 인연은 그가 재직하는 평택대의 재단비리가 학교자체감사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드러났음에도 후속조치를 실행하지 않자 당시, 민교협 평택대분회장 신분인 선 의장, 평택대교수회, 민교협, 평택대정상화촉구지역대책위원회 등은 교육부청사앞에서 평택대가 처한 현실을 낱낱이 알린 2017년이 시작이다.
40여 년간 ‘조기흥의 왕국’처럼 운영됐던 평택대의 감사에서 튀어나온 온갖 비리는 ‘이 곳이 학교라는 교육기관이 맞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총학생회, 교수회라는 일반화된 대학내 자치기구를 조직하면 불법이 됐던 ‘동토의 땅’ 평택대에서 ‘민주화’라는 열매가 맺기에는 힘이 많이 딸렸다.
설립자가 아니면서도 실질적인 설립자 행세를 했던 조기흥 전 총장은 법의 심판으로 물러났어도 오랜 시간 뿌리를 내린 비리·추종세력들의 방해와 담합은 공고했다. 그들에게 선 의장은 눈엣가시였고, 결국 그들은 ‘해직’이라는 올가미를 씌여 강단에서 그를 내쫓았다. 당시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이사회가 말도 안 되는 해직사유를 주장하는 구 재단 관계자들의 말만 듣고선 그대로 해직을 명령했다.
교육부 파견 임시이사회, 일방 의견듣고 해직
선 의장은 “해직되기 전에는 ‘설마’, 그래도 나라 행정부처인 교육부가 파견한 중립적인 임시이사인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설마, 한 교수를 해직시키겠어?”라고 판단했단다. “그 설마는 저를 매우 쉽게 해직시켰다. 학교의 케케묵은 비리를 끄집어 내 공익제보를 했더니 평택대에 존재하면 안 되는 위험천만한 교수로 조작해놨다.”며 아직도 어처구니 없어 했다.
이후 민교협 등 여러 교수단체, 지역단체, 지역성당 사제할 것 없이 선재원 교수 보복해직 철회와 평택대 민주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가 득달같이 꾸려졌다.
선 의장은 “제 주변의 분들이 선재원 복직시켜야 한다고 저렇게 몰려들어오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사회의 민주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켜지는지를 생생히 목도했던 순간이다. 재단비리에 대한 후속조치를 촉구할 때도, 해직돼서도, 그 이외에도 민교협 관계자들은 저라는 사람을 많이 아껴줬고, 지켜줬다”면서 진 빚을 꼭 갚겠다는 생각이 얼마 전 민교협 상임공동의장 선출을 받아 들이게 됐다는 속내를 말한다.
선 의장은 지난해 8월 해직을 당했지만 교원소청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해 지난 2월 복직 했다.
선 의장은 “민교협 상임공동의장이라는 타이틀은 저에게 영광 그 자체다. 오래 전부터 대학사회에서의 민교협을 봤다. 그들에게는 강단에서만이 아닌 실천, 실행에 무게를 두고 활동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무거운 역할을 맡게 됐다”면서 한편, “사회에서는 교수들을 안정된 직장인으로 바라보고, 65세 정년까지 보장되는 특권마저 가진 신분으로 보는 게 사실이라는 점에 많은 교수들이 고민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교수들, 왜 교수에게 정년보장해주는지 생각해야”
이어 선 의장은 “교수가 뭐 길래? 교수에게 왜? 안정된 신분, 정년보장이라는 나름 특권을 부여하냐고 반문할 때, ‘프로페서(교수)’ 에서 프로페스의 본 뜻인 ‘외치다’의 역할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더 나아가 무엇을 외칠 것인지, 언제는 꼭 외쳐야만 하는지 등이 자기숙제가 돼 학생과 사회에서 좀 더 낮은 자세, 격식없는, 꾸밈없는 태도가 견지될 때, 강단과 세상에서 제대로 외칠 수 있는 교수가 될 수 있다”는 평소 생각해오던 사회, 학교와의 교수역할과 위치에 대해 밝혔다.
선 의장이 한국 대학사회의 문제에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된 평택대 학내 민주화가 절대절명의 순간을 맞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임시이사회 체제에서는 학교를 어떻게 안정화 시킬 것인가, 꼭 매각을 해야하는 것이면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적합한 재정기여자 선택 등 거쳐야 할 중요 현안이 많다. 그러나 밟아야 할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고, 서둘러 학교 팔기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에 많은 학교구성원들은 동의하지 못 할뿐만 아니라 의구심을 갖고 있다.
선 의장은 단적인 예로 "평택대에 파견된 임시이사회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학교의 중장기발전에 기준해 결정해야 하는 역할임에도 재정기여자 찾는데 오히려 더 혈안이 돼 있다던가, 총장직무대행을 맡아오던 관계자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임시이사회가 학교정관을 뜯어 고치는 무리수를 둔다던가, 5천억원이 넘는 자산총액 평택대의 고작 6%에 해당하는 3백억원대 자산총액 기업이 재정기여자로 지명되는 등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 평택대에서 펼쳐지고 있어도 교육부는 복지부동"이라고 개탄해 한다.
"평택대에 공익이사 추천, 한국교육 살리는 상징될 것"
선 의장은 “사학족벌 복귀에 방관하는 교육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사후보 절차와 임시이사 편법경영에 대해 감사를 촉구하는 천막단식농성을 시작했다가 공익이사 선임운동 확대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농성을 접고, 오는 8월 검증 안 된 정식이사를 선임하게 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그대로 열려 재정기여자가 그대로 굳혀지면 오랜 기간 싸워 온 평택대 정상화노력은 결국 졸속으로 막이 내려질 긴박한 상황에 처했다. 평택대 구성원들이 함께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다급해 했다.
선 의장은 “2017년 구성원의 천막단식릴레이 농성으로 설립자를 사칭하며 40년 가까이 사학족벌을 꾸려온 조기흥 일가를 축출했다. 조 씨와 그의 자녀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조 씨의 자녀와 친인척들은 학교의 주인행세를 쉽게 놓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교육부와 사분위가 진정으로 평택대 정상화를 원한다면 공익이사를 반드시 추천해야 한다. 110년 전 척박한 조선의 땅에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미국인 피어슨 목사의 진정한 바람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사회와 대학민주화에 늦게 참여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평생에 걸쳐 사회와 교육을 위해 희생한 선배들에게 진 빚을 갚으려면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는 선재원 신임 민교협 상임공동의장. 선 의장의 나이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아주 많다고도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나이다. 그럼에도 그는 며칠 전 단식농성 천막을 쳤다. 사회와 교육을 위해 희생한 선배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면 그 빚이 선 의장만의 빚일까 싶다. 선 의장이 졌다는 빚은 결코 혼자서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의 채무이기에 함께 변제해야 함이 마땅할지 모른다.
■ 대담 : 박병수 편집국장 사진 : 이현신 포토그래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