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명 토크콘서트’, “글로벌대학 비해 교육혁신과 핵심인재양성 더딘 건 정부·대학 공범”
난양공대 70% 외국인·실리콘밸리 多인종…글로벌 흐름 빨리 캐취해야

서울대·KAIST·과총·서울경제가 공동주최한 30일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한국 대학의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에 대해 대학사회 석학들이 모였다. 이들은 미국·유럽·중국 등의 글로벌 대학에 비춰 교육혁신과 핵심 인재양성이 뒤처지고 있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사진제공 :서울경제)
서울대·KAIST·과총·서울경제가 공동주최한 30일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한국 대학의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에 대해 대학사회 석학들이 모였다. 이들은 미국·유럽·중국 등의 글로벌 대학에 비춰 교육혁신과 핵심 인재양성이 뒤처지고 있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사진제공 :서울경제)

[U's Line 유스라인 기획특집팀] 서울대·KAIST·과총·서울경제가 공동주최한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한국 대학의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에 대해 대학사회 석학들이 모였다.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 오세정 서울대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 남기태 서울대 교수(전 대통령직인수위원),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등 참석한 이들은 미국·유럽·중국 등의 글로벌 대학에 비춰 교육혁신과 핵심 인재양성이 뒤처지고 있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이 제안하고, 해결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간추려봤다.<편집자>

조남준, “난양공대 테뉴어 4분의 1, 테뉴어 돼도 절반 교체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
조남준 난양공대 석좌교수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는 미국·중국·싱가포르 대학 등의 변화를 보면 무서울 정도다. 한국 대학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창의력 발 휘 인재를 키워야 한다. 세계적인 대학들도 치열한 혁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 스탠퍼드대에서는 모든 학과들을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 학과가 할 수 없으니 공대랑 경쟁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학과를 아예 스쿨단위로 만들고 있다. 교수도 60명을 패키지로 뽑고 기존 교수들도 완전히 재배치하고 있는 게 오늘날 미국 일류 대학들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테뉴어 시스템에서도 경쟁요소를 도입하는 곳이 조지아주·텍사스주·플로리다주 등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4조 원 규모의 팬데믹 예방센터 프로젝트를 곳곳에 만들면서 싱가포르에 있는 자신도 거액의 연구비를 받게 됐다. 한국 대학도 글로벌 공동연구에 보다 방점을 둬야 한다. 미국 대학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중국 대학은 정부의 엄청난 예산 지원을 받는다한국 대학은 어정쩡한 상황이다. 미국 대학은 자율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중국 대학은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연 6조 원과 4조 원 등 예산이 엄청나다.

중국은 중국교포든, 외국교포든 상관없이 훌륭한 인재라면 구분 없이 양성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 천인계획·만인계획 프로그램 등을 통해 꾸준히 인재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학의 경우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대체육·배양육 연구에도 거액을 투자한다. 2030년까지 30%가량은 싱가포르에서 만든 푸드로 세계인을 먹여 살리겠다는 비전을 갖고 인재를 끌어 모으고 있다. 난양공대가 급격하게 부상한 것은 경쟁을 촉발하는 평가 시스템이 있다.

실제 최근 10여년 새 급부상한 난양공대는 실질적으로 테뉴어도 4분의 1밖에 안 주고 테뉴어가 되더라도 절반은 교체되는 구조이다. G5국가로 도약하려면 대학과 출연연 등 R&D과제 기획에 민간이 적극 참여하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연구성과물을 반드시 기술사업화로 연결짓는 노력이 필요하다. 난양공대는 70%가 외국인이고 실리콘밸리도 다양한 인종이 모여서 시너지를 낸다. 한국 대학도 인재양성과 교원평가 등에서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중국의 인재유치 계획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일화도 털어놨다.

오세정, “미국처럼 기업과 대학 겸직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전공과 학과간 벽이 너무 높아 융합형인재가 잘 안 키워진다. ··고생들은 틀리지 않는 훈련만 한다. 서울대에서조차 학점을 잘받으려면 교수의 농담까지 받아 적어야 한다는 학생도 있던데 참으로 안타깝다. 복수전공·부전공 학생이 30%가량인데 50~60%로 늘리려고 하고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도 시행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처, 포스트 코로나 대응, 기술 패권시대의 국가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 등 대학이 앞장서야 할 분야가 많다. 올해초 국가미래전략원도 만들었다. 큰 그림으로 국가가 필요한 과제를 연구하고 산학연 협력을 늘리려 한다. 최근 서울대 인공지능(AI)연구팀의 표절논란도 대학을 정량평가 문화가 지배해 논문수 확대나 일부 표절 문제가 나온다. 특허도 쓸데없는 것이 계속 나오는 분위기가 있다. 임팩트 있는 논문과 특허, 나아가 기술사업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 교수나 학생선발에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공정성의 잣대만 들이대는 게 현실이다.

일본에서는 교수들에게 기본연구비를 주고 10~20년 연구하게 하는데 그것이 씨앗이 돼 노벨상이 나온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투자한 뒤 그 사람을 믿고 천천히 평가하는 게 맞다. 과거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을 할 때 국회에 가면 돈을 얼마나 받는데 결과가 뭐냐고 했는데 IBS10년쯤 지나니 세계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학과 기업간 교류가 잘 안 된다. 첨단산업 분야는 일부 풀기는 했지만 기업 관계자의 교수겸직을 못하게 한다든지 경직된 제도가 많다. 미국처럼 기업과 대학을 겸직해 교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교육목표를 학생의 행복에 두고 10년 뒤 사회와 기술이 변해도 적응할 수 있는 기본소양을 가르쳐야 한다.

그동안 서울대가 창업에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김범수·이해진 등 정보기술(IT) 기업인과 방시혁·이수만 등 K팝인들이 나왔다. 이제는 창업 지원 조직도 강화하고 변리사를 시켜 좋은 특허가 있는 교수를 찾아 창업도 유도한다. 창업경진대회도 잘 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기술 사업화에 장기간 투자하고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말했다.

이광형, “신임교수가 논문 많이 쓰면 핀잔 줘다작 중요하지 않아

이광형 KAIST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은 신임교수가 와서 기존 관례대로 논문을 많이 썼다고 하면 오히려 핀잔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많이 쓰면 좋았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중이다. 난양공대가 30여년 전 KAIST를 벤치마킹해 학교를 탈바꿈시켰는데 이제는 우리보다 훌쩍 앞서나갔다. 지난해 KAIST법에 교육과 연구로 돼 있는 설립목표에 창업도 넣었다. 교수들에게 ‘1(연구실) 1창업을 강조해 지난 1년간 창업이 대략 스물 몇 개하다가 육십 몇 개로 늘었다.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고 1(연구실) 1창업을 주창하는데 교육과 연구, 기술사업화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하지만 정작 기술사업화를 담당하는 산학협력단이 기업가정신이 부족해 인센티브를 통해 변화를 꾀하는데 결과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KAIST 학생들도 점수를 따기 위한 공부를 잘하는데 그런 공부 좀 그만하자고 말한다. 신나는 것을 찾아 삶을 고민하라고 휴학도 길게 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꿈이 작고 뭘 할지 잘 모른다.질문상·독서왕·봉사왕 등을 만들고 미국에 글로벌캠퍼스도 추진할 것이다. 졸업자 중 10개월 정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전공을 가르치는 제도도 선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기태, “대학, 산학 집단지성 발휘할 플랫폼 고민해야

남기태 서울대 교수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남기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와 KAIST가 과연 국가 난제들에 대해 협력하는 R&D 프로그램이 있느냐. 대학이 산학과 함께 집단지성을 발휘할 플랫폼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대학과 출연연 등 연구현장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원해야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연구기관에 블록 펀딩식으로 통으로 지원하고 기관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됐다. 앞으로 교수와 대학원생이 15~10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반도체 인력양성 문제라든지, 사회가 요청한 뒤에야 대학이 준비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전면적인 학제개편을 통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일, “정부, 연구 간섭말고 실패용인해야 BTS같은 과학스타 배출

이우일 한국과총회장
이우일 한국과총회장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교수들이 학부 교육은 신경을 잘 안 쓰고 학교도 자원을 많이 투입하지 않는다. 등록금 내고 연 2학기씩 정해진 학점만 따면 졸업장을 받는 구조인데 이렇게 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모든 대학이 커리큘럼도 비슷하고 획일적인데 정부가 인센티브를 줘 차별화를 유도해야 한다. 도전을 부추기고 창의성을 발현시키려면 실패를 용인하고 단기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나눠주기식 R&D 포퓰리즘 문화와 관()위주의 기획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많다. 산학연은 서로 연구비를 따기 위한 경쟁 관계로 협력이 잘 안 된다. 과학기술 분야의 규제가 많아 논문과 특허수 등 양적 위주의 팽창이 이어졌다. 특히,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 정부는 연구현장에 간섭하지 않고 실패를 용인해야 BTS 같은 과학기술 스타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기원, “대학교육, 이론위주에서 문제해결로 무게중심 옮겨야

이기원 서울대 교수
이기원 서울대 교수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하는 창발 인재를 기르고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미칠 연구를 촉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창의력 발휘 인재로 미국의 일론 머스크, 한국의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아마도 머스크가 집안이 좋고 본인이 많이 배워서 또 가지고 있는 게 많아서 지금 최고의 기업가가 됐다고 볼 수는 없다.

머스크의 성공요인을 보면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에 대한 비전 제시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대학교육과 R&D에서 효율성·경제성뿐만 아니라 인류와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는 가치까지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대학교육도 이론위주에서 문제해결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것을 해보는 게 더 중요하다. 서울대에 임용된 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창발센터를 설립해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에 집중 했는데 그것이 이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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