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주의 저서 한 권 읽고 시장주의 선봉 대통령?...'경제성장론' 강조 양극화 심화우려

윤석령 대통령
윤석령 대통령

경제성장론 강조,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심화 우려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편집국장] 윤석열 정부가 10일 취임식으로 본격 출범했다. 그가 16분간 연설한 취임사는 역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빠지지 않았던 한국사회 현안과 이에따른 실행방안을 제시해 국민들이 국정방향을 짐작하게 했던 '새 정부의 담대한 힌트'는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대승적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는 취임사에서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단어인 반(反)지성주의'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했다. '반지성주의용어가 섞여들어간 대목은 정치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개탄해하며, 그는 다시 검사가 된 듯이 범인은 ''반지성주의 라는 공소장을 써 내려갔다.

대통령이 직접 추가했다는 '반지성주의' 표현은 최근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다수의 힘을 과시한 것을 빗대 성토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삼권분립 국가에서 입법민주주의 원칙을 자기중심적 해석으로 평가한 반지성주의를 취임식에서 버젓이 떠들어제끼면 취임식이라는 큰 잔칫날 하객들에게 "음식이 다 떨어졌으니 돌아가라"는 잔칫집 주인의 오만불손으로 밖에 비쳐지질 않는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라는 표현을 35번이나 해댔다. 왜 그렇게 '자유'를 많이 외쳤나 했더니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경제 성장'만이 한국사회에 놓여진 수많은 현안들을 해결하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꺼내들었다. 그가 풀어헤친 취임식 선물보따리 속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생김새와 냄새다. 이 논리는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주간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불량식품)이라도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논리와 맥이 닿아 보인다. 

개발독재와 생김새 비슷한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는 표현을 1970년대에는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라며 아침마다 대형 확성기로 동네방네 틀어댄 박정희식 새마을운동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확성기소리가 얼마나 컸던 지, 동네를 쿵쾅거리게 만들어 야근하고 돌아와 단잠에 빠졌던 18세 소녀를 흔들어 깨우던 바로 그 개발독재와 생김새와 냄새가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이미 신자유주의시장의 폐수로 오염이 될대로 된 한국의 금수강산에서 벌어지는 악취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을 채택했다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수정해야 한다. 한국사회에 줘야 할 선물보따리는 '풍요'와 '성장'이 아니라 '분배'와 '균형'의 주소로 배달됐어야 함이 옳다.

한국의 부동산 불평등은 상위 1%가 전국 부동산 55%를, 상위 10%가 97.6%를 보유하고 있다. 15년째 OECD국가중 자살률 1위, 세계 198국가중 출산율 198위 세계최저(2021년 기준) 0.84명, 아동행복지수 전 세계 꼴찌, 독일보다 연간 5개월 노동시간이 많은 연간 노동시간 세계 최고 등은 풍요와 성장이 자유를 확대해 줄 것이라는 대통령의 주장은 무속(巫俗)에 가깝다.  북한 탈북자가 남한에 내려와 "남한이 이렇게 잘 사는 줄 몰랐다. 그런데 이 정도로 비인간적인 사회인 줄은 몰랐다"고 털어 놓은 적이 있다.  "돈이면 전부고,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게 없다"는 물질만능주의는 '풍요'와 '성장'으로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다는 야바위 게임의 밑천과 같다.          

대통령은 부친으로부터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를 선물로 받아 읽은후 큰 감명과 깨달음을 줬다는 술회를 한 바 있다. 그 책의 1장은 시장의 힘이고 2장은 규제의 폭압이다. 편의점 최저임금이나 부동산, 대기업 구내식당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관여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그에게는 규제의 폭압으로 읽혔을 것이고, 그에 맞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해야겠다는 신념이 '활활' 타올랐을지도 모른다. 그 신념이 결국 취임사에서 '풍요'와 '성장'으로 리모델링을 해 나타났다. 

대통령의 이같은 색깔의 발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주요국가들이 더 벌어진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해 국가역할을 강조하고 나서는 것과는 분명히 거꾸로 가는 기조다. 복지확대나 분배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오히려 "심각한 양극화와 사회갈등도약과 빠른 성장해법을 꺼내든 것은 "자유마저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사람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는 게 현재 한국사회 양극화 정도라고 알려주고 싶다.

"400개 대학중 300개 자생력 없다"...선택할 자유도 없는 대학들 

특히, 한국 대학사회는 수도권, 비수도권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대학 폐교 도미노를 우려하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인 '학령인구감소'는 사회적 양극화가 교육·취업·결혼·주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가시화의 실체다. 2024년에 전체 대학중 1/3이 입학정원중 70% 미만으로 밖에 충원하지 못하는 현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의 한국 사회의 잘못된, 피상적인 분석에 가장 크게 영향과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분야가 고등교육이다. 한국에 존재하는 400여개 대학중 자생적 경쟁력을 지닌 곳은 100개교 안팎으로 계산된다. 나머지 300여개 대학은 대통령이 그렇게 감명을 받았다는 저서 선택할 자유그마저 없는 대학들이다.‘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아마도 밀턴 프리드먼의 이야기가 떠올랐을 거다. '무한경쟁과 개인책임 극대화'로 갈 수 밖에 없는 세상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그게 살아가는 법이다'라는 말이 목까지 왔으나 결국 뱉어내지는 못했다. 대신 이를 국정운영에서 보여주겠다며 차수를 바꾼 윤석열 정부에게 한 마디 한다.

프리드먼 경제사상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별은 뒤로 미룬다. 그러나 적어도 20세기 중반이후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의 사회·경제 시스템은 국민들에게 마르크스주의나 레닌주의보다 훨씬 더 강압적이고, 비인간적이고, 형식주의적이고, 관료적이기까지 하다. 정부, 국가비중이 엄청 큰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약자보호', '국가역할 제거'하고,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체제가 가장 공정하다고 주창하는 것이야말로 그대가 오늘 취임사에서 인용한 '반이성주의'의 끝판왕이다. 

만약 내 아들이 대통령이 될 줄 알았다면...

윤 대통령은 부친으로부터 선물 받은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깊은 감명과 깨달음이 있었다며 정치·경제에 시장자유주의를 겁도 없이 막 대입한다. 선택할 자유》 이외에 신자유주의 옹호론자들의 저서를 몇 권이나 더 읽었는지,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저서는 몇 권이나 독파했는지 정말 궁금하다. 한국사회의 현안과 난제중 갈수록 심각성이 더해지는 '사회적 양극화'는 '풍요와 성장, 자유의 확대'가 답이라는 것을 이미 오래전 사망한 밀턴 프리드먼으로부터 확신했다고 하는 대통령은 밀턴 프리드먼 이른바 주류경제학 시카고학파들의 시장주의 병폐에 대해 기술한 그 수많은 책은 읽어봤는가. 이들은 "인간은 탐욕스럽다가 아니라 인간은 원래 탐욕스럽다"를 전제로 하지 않으려면 대화할 생각하지 말라면서 배짱을 튀기는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에 검찰생활 30년을 한 대통령 그대는  수많은 선량한 국민들을 탐욕스런 인간으로 몰아버린 '밀턴 프리드먼'을  누명죄로 기소할 생각은 없는가.   

두루 안 다면, 한 쪽의 주장을 그렇게 맹신할 수 없다. 아니 맹신하지 않게 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에게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다음에 나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의 필독을 권한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주류경제학인 시카고 학파의 집중겨냥해서 이들의 조폭성 경제논리를 공격한다. 

존 로머의 패배할 자유(Free to Lose)도 대통령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자본주의의 소유관계를 바꾸지 않으면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패배할 수밖에 없음을 설파한 유명한 책이다밀턴 프리드먼 류의 시장주의 학자들의 만행을 역력히 볼 수 있는 역사현장중 하나가 1997년 한국의 IMF 외환위기다. IMF 개입과 민영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로의 급속한 진입과 시장만능주의 폐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다.   

윤 대통령께서 혹여 필자의 이 글을 본다면 "경제학은 너무 중요해서 경제학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경제학자들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부친께서 시장주의 옹호 경제학자이다 보니,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건네주셨겠지만, 아쉬움이라면 내 아들이 대통령이 될 줄 알았다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만을 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필자가 필독을 권한 책 두권을 사러 서점으로 가십시요. 지금 당장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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