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들의 ‘대학 영양실조 상태’ 하소연에도 대학재정지원 뒷전
‘교육세 신설’·‘고등교육특별회계’에 힘 실려…차기정부 고등교육재정지원 개혁촉구

정종철 교육부차관이 24일 충북 청주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열린 제1차 지방교육재정 제도개선추진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4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편논의를 앞두고 지방교육재정 제도개선추진단을 꾸려 교부금 삭감을 넘어 증가를 꾀하고 있다.
정종철 교육부차관이 24일 충북 청주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열린 제1차 지방교육재정 제도개선추진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4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개편논의를 앞두고 지방교육재정 제도개선추진단을 꾸려 교부금 삭감을 넘어 증가를 꾀하고 있다.

"대학 상당수 영양실조"...교육부는 엉뚱한 처방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2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지금 대학 상당수가 영양실조 상태"라며 "링거도 맞고 잘 먹어야 하는데 교육부는 두뇌약, 간에 좋은 약을 처방한다. 그래도 거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어려운 대학재정 상황을 하소연 했다.

이날 총회에는 대학의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안정적인 재원확보 방안 마련과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선 대정부 건의에 전국 1994년제 대학중 129개교 총장이 참석해 한 목소리를 냈다.

총회에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더라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재정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말해 모인 총장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어려운 대학재정을 늘리겠다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줄이면 안 된다는 발언은 분위기 파악이 전혀 안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학은 영양실조 상태라는 비유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4월 교부금 개편을 앞두고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감소한다하더라도 학교·학급·교원이 늘어나고, 교육의 질을 올리려면 더 늘여야 할 판이라고 주장한다.

"초중등 관심, 50%라도 대학에 보인다면..."  

교육부는 학생수는 지난 20년간 줄었지만 신도시 신설 등 수요로 학급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교원의 인건비가 늘 수 밖에 없고,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학교, 중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각각 23, 26명이다. 이는 같은 해 OECD 평균(초등학교 20, 중학교 23)은 물론, 유럽 평균(초등학교 19, 중학교 21)보다 높기 때문에 과밀학급을 해소에도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는 반론이다.

반면, 기재부는 학령인구감소를 계기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방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충당한다. 내국세가 늘어날수록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 교부금은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보니 올해 세수 증가로 지난해 532000억원이던 교부금은 올해 651000억원으로 12조나 증가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사립대에게 학령인구감소는 치명적이다.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재정부족을 손 놓아버린다면 2030년까지 100여개 대학은 문을 닫을 상황으로 몰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사립대에게 학령인구감소는 치명적이다. 대학가에서는 정부가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재정부족을 손 놓아버린다면 2030년까지 100여개 대학은 문을 닫을 상황으로 몰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올해 예산안에서 교육분야 예산 약 832000억원 중 유··중등은 84%(698000억원), 고등교육은 14%(12조원) 수준이다. 이를 두고 대학은 과소, ··중등은 과잉투자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빈곤한 고등교육재정으로 일부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기재부 싸움에 대학은 영양실조 상태라는 절실한 대학총장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률에 유···고 교육에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고, 고등교육에 쓸만한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대학의 고등교육 재정으로 옮겨오자는 방안에 대해서 교육부 관계자는 "부족한 고등교육 재원은 고등교육에 상응하는 교부금법 제정을 마련해 추가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지방교육재정이 잉여된 것처럼 보인다해서 나눠 쓰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편향된 주장을 내놨다.

'고등교육세', '고등교육특별회계' 힘 실려 

이같은 교육부 관계자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사회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요구에 일언반구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특히, 실제 대학 재학생수 비율이 200018.2%에서 202123.6%로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교육분야 예산중 고등교육이 차지하는 비율은 12.5%에서 9.3%로 하락했다. 교육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려야 하는 이유중 하나로 초·중등 교육의 질 제고를 들고 있지만 고등교육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교육의 질 제고가 보이질 않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등교육 재정확대에 힘이 실리는 방안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되는 교육세를 법개정을 통해 '고등교육세법'으로 바꾸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 교부율은 교육세가 빠지는 만큼 교부율을 끌어 올리자는 의견이다

또 다른 방안은 고등교육 특별회계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국회에서 11번 발의 됐지만, 아무 성과가 나지 않았다. 초중등은 교육자치기 때문에 교부금이 적합하지만 고등교육에 교부금이 맞냐는 원론적인 반론에서부터 사립대가 80%가 넘는 상황에서 국가책임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까지 난무한다.

'고등교육 특별회계는 유아교육특별회계처럼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과 돌봄문제 해결을 위해 5년간 도입됐다. 성과가 양호하게 나와 재정당국의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었던 전례가 있다.

대학과 교육, 재정당국간 큰 이견을 나타내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무조건 밀고나가기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대학의 현실에 부합한다며 유기홍 교육상임위(더불어민주당) 위원이 추진중이다.

유기홍 "GDP 대비 0.5%"...OECD평균에 절반 이하 

유기홍 위원은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투자비율이 OECD 국가 평균 1.1% 정도인데 한국은 0.7%, 이중 국가장학금이 0.2%를 차지해 정부지원은 0.5%에 불과하다등록금 자율화 보다는 고등교육 재정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가경쟁력의 바로미터인 대학경쟁력을 끌어올려야만 하는 건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은 지역과 대학은 상생관계, 같은 운명이라는 일체화 요소로 바라본다면 고등교육 재정이 교부금 대상이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대학의 운명은 지역과 같이 가기 때문에 광역지자체의 지원은 훨씬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마련 추진에 고삐를 당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단법인 대학교육연구소가 작성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지원 개편방안' 보고서는 2025년까지 국공립대 재정 지원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내국세의 5.78%를 교부금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국 국공립대를 서울 주요사립대 수준으로 지원하고, 서울 주요사립대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내국세 대비 교부율을 8.33~10.84%까지 높여야 한다고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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