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설문조사 공개, “2000년 이전 통일,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1964년, 지금부터 48년 전 한국의 대학생들이 예상한 1999년의 모습은 미래 세계가 전쟁보다는 평화 속에서 이성에 바탕을 두고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와 한국의 현실은 "남북한은 통일이 돼 있고,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에 결혼적령기는 25세, 미국도 소련도 아닌 세계 공동체가 주도하는 국제사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전망은경희대생들이 1964년에 했던상상력이다.대부분 빗나갔지만 당시 대학생들은 미래 세계가 전쟁보다는 평화 속에서 이성에 바탕을 두고 발전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당시 그들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경희대는 1964년 10월 5개 단과대 재학생(1000명 추정)을 대상으로 1999년(개교 50주년)과 2049년(100주년)에 한국과 세계가 어떻게 변했을까를 설문조사한 자료를 20일 공개했다.

이 조사를 주도했던 경희대 설립자 고 조영식 박사는 당시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개교 50주년과 100주년 기념일에 이를 다시 개봉해 학교 구성원들이 공유하라고 말했다. 일종의 '타임캡슐'이었던 셈이다. 경희대는 이 문서를 지난 10월 학교 본관에서 뒤늦게 발견, 21일 학교 송년회 행사에서 원본을 공개키로 했다.

설문에 응답한 학생의 65%는 2000년 이전에 남북한이 통일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일 방법은 '유엔을 통하여'(28%), '남북협상으로'(22%), '전쟁으로'(21%) 순으로 답했다. 이들은 1999년 세계 정치의 주도권을 장악할 나라로 '세계 공동체'(30%)를 우선으로 꼽았다. '아시아의 어느 나라'(24%)와 '미국과 소련'(19%)이 그 뒤를 이었다. 경희대 측은 "당시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활약이 눈부셨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학생들은 1999년에 세계인들은 어떤 종교관을 갖고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현 종교들의 부흥(25%)'보다는 '이성 종교'(43%), '무신론'(27%)이 대세일 것으로 생각했다. 종교보다는 이성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경제성장에 대한 당시 대학생들의 예상치는 크게 빗나갔다. 조사에 응답한 대학생들의 28%는 1999년 국민소득을 300달러로 예상했다. 200달러(25%), 100달러(25%)가 그 뒤를 이었다. 1964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20달러였다. 하지만 1999년 국민소득은 9544달러를 기록해 이들의 예상치를 훌쩍 넘겼다.

결혼적령기에 대한 예측도 엇나갔다. 대학생들의 33%는 1999년 결혼적령기를 25세로 예상했다. 20세(25%), 30세(23%)라는 응답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결혼연령은 계속 높아져 1999년 평균 초혼연령이 남성 29.07세, 여성 26.29세였다.

대학생들의 38%는 1999년 서울의 인구를 800만명으로 점쳤다. 500만명(35%), 1000만명(25%)으로 내다본 이들도 많았다. 실제 서울시 인구는 1963년 325만명에서 2000년 989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대학생들이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서울 인구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내다본 것이다. 대학생들은 1999년 세계의 가장 큰 문제로 '인구 증가'(38%)를 꼽았다. 이어 '식량난'(21%), '도덕적 부패'(5%) 등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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