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해를 돌아보면 대학사회는 어느 때보다 힘든 1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반값 등록금으로 촉발된 등록금 인하요구와 유례없는 대규모 감사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특히 강도 높게 진행된 교과부의 대학구조개혁과 부실대학 발표는 대학사회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명신대와 성화대가 퇴출당함으로써 대학도 망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셈이다.

지난 하반기 교과부 장관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학구조개혁은 말 그대로 숨 돌릴 틈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주호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구조개혁은 마치 불도저 MB를 연상케 할 정도로 두 사람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MB식 대학구조개혁은 대학사회에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이 취업률 등 획일화된 잣대를 갖다 대고 대학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각 대학에서 반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 2일에는 민교협과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교수 1000명이 대학 시장화에 반대하고 이주호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1000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14일에는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대학노조가 대학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구조조정이 국공립대의 민영화, 사립화를 통해 교육공공성을 훼손하는 반교육 정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지정한 구조개혁 중점 추진 국립대 5개 대학 중 총장직선제 폐지를 거부한 충북대만 구조조정 대상으로 남겼다며, 이는 정책의 본질이 국립대를 마음대로 통제하겠다는 정권의 의도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하지만 이주호 장관은 ‘퇴진’ 여론에 아랑곳없이 대학구조개혁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모양이다. 지난 14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학령인구의 감소 등을 고려할 때 대학구조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라며 “대학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현행 구조개혁 틀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의 대학구조개혁은 교과부와 대학의 갈등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동국대 학생 100여명은 지난 5일부터 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학문구조 개편’에 반대하며 총장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취업률만으로 학과를 평가한 대학구조 개혁의 산물이다.

서울대는 내년 1월로 예정된 법인화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서울대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서울대 법인정관에 대해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국립대학은 정부가 재정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내세우면서 갈등을 빚는 등 사립대, 국립대를 가리지 않고 교육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교과부가 취업률, 학생 충원율 등 시장의 잣대로만 대학을 평가해 추진한 구조개혁의 부작용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어제 오늘에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밀어붙이기식 보다는 좀 더 교육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개혁이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이유를 곰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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