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인구감소·코로나 19·대학진학 기피 막아 대학 대위기 구출해야

▲ 대학을 두고 '퍼펙트 스톰' 대위기에 처했다는 언급이 잦다.학령인구감소, 코로나 19, Z세대의 대학진학 외면 등은 한국 대학을 절대절명의 위기로 몰고 있다는 우려다.

‘퍼펙트 스톰’ 대위기에 놓인 한국 대학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두 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해 만들어진 대형폭풍을 가르키는 기상현상이다. 한국의 대학이 처한 위기를 비유하기에 적절하다. ‘학령인구감소’ 기상전선과 ‘코로나19’ 가을 2차유행 기상전선이 충돌하게 되면 한국의 대학들은 미등록 사태라는 ‘퍼펙트 스톰’ 대위기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작지 않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한국의 대학은 80%가 사립대다. 이들 사립대는 학생 등록금 비중이 평균 60%로 학생들의 등록금은 학교운영에 절대적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지난 1학기 비대면 온라인수업 후유증은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수업의 질이 유지되지 않아 등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게 학생들 주장이다. 온라인수업이기 때문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학생들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사면초가, 풍전등화 격인 한국의 대학이 살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냐고 여기저기서 토론회가 난무한다. ‘학령인구감소’라는 단일한 기상 전선일 때는 못 느끼던 위협이 ‘코로나 19’로 몇 십배 증폭되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시급한 교육환경 변화를 어느 방향으로 맞춰야 하는지 토론을 하지만 결론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나마 도출되는 방안이 비대면 교육에 부응하는 플랫폼 기술개발과 온·오프 학습이 혼합된 새로운 학습법 개발 등을 서둘러 안착시키고, 피교육자도 이에 상응하는 교육현장의 광범위한 변혁노력과 비용투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비용부담은 교육의 공공성 정도에 따라 피교육자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여진다.

토론회의 한계는 교육의 전달방법 즉, 비대면이 갖고 있는 강의방식의 한계에만 초점이 맞혀져 있다. 방식 이외 교육혁신과 새로운 대학역할에는 접근하지 못하면서 기껏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교육 제공이라는 추상적인 설정이 전부다. 이 설정은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같은 값이다. 코로나19에 대해 한국 대학사회가 이렇다할 답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상이다.

크리스텐슨 ‘파괴적 혁신’ 대학에 접목 시킬 때

특히, 현재 한국 대학에 들이닥친 위기는 일시적인 정부재정지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데 대학들 고민이 깊다. 이런데다가 투자시간과 비용을 상회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사회적으로 팽배해지면서 이른바 Z세대의 대학교육 무관심과 이탈에 가속도가 붙은 상태다. ‘학령인구감소’, ‘코로나 19’ 이외에 ‘대학교육 가치의 저평가’는 대공포의 삼각파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 경제학자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파괴적 혁신이론’으로 완성시킨 크리스텐슨 하버드 교수가 “한국이 한때 세계시장에 도전해 파괴적 혁신으로 성장했듯이 다시 산업을 선도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내용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크리스텐슨의 혁신은 효율을 높이는 정도의 안이한 수준이 아니라 기존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파괴적 혁신으로 돌아가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주문이다.

▲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이 지난해 서울 SK텔레콤 실무 매니저를 방문해 프로젝트 시작을 앞두고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SK텔레콤)

그렇다면, 크리스텐슨 교수가 언급하는 한국 대학사회에 필요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접목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또한 어느 수준 정도까지 파괴혁신을 해야 하는가. “기존 성공공식에 얽매이지 마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는 크리스텐슨의 조언은 오늘날 한국 대학사회를 두고 미리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국립 미네르바 스쿨’을 만들자고 제안 한다. 2014년 개교한 ‘미네르바 스쿨’은 어느새 하버드대 보다 진학하기가 더 어려운 대학으로 성장했다. 모든 수업을 온라인 화상수업으로 진행하고, 런던·서울·샌프란시스코 등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실습하는 독특한 교육시스템을 채택해 비대면 수업방식에서 결핍된 실제 경험을 채워 나간다. 요즘 말하는 온·오프라인 혼합 브렌디드 방식이다. 특히, 미네르바의 온라인수업은 열정적인 토론수업으로 유명하다. 교수의 수업진행과 화상수업 시스템은 남다르다.

국립 ‘미네르바 스쿨’로 샘플 필요

미네르바 스쿨의 화상수업 ‘포럼(Forum)’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검은 화면에 교수가 등장한다. 이후 하나둘 순서대로 학생 얼굴이 띄워지고 수업이 시작된다. 학생들은 교수가 말문을 열기 전에 너나 할 것 없이 이야기를 꺼내며 수업분위가 뜨거워 진다. 이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만 타이완까지 7개 도시에 흩어져 있지만, 컴퓨터 화면에 모여 마치 같은 공간에 있는 듯 열띤 토론을 벌인다. 말이 적은 학생의 화면에는 빨간 불이, 활발한 학생에게는 초록 불이 켜진다. 이곳에서 교수는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중재할 뿐, 일방적인 강의는 하지 않는다. 미네르바 스쿨의 흔한 수업풍경이다.

미네르바 스쿨의 온라인수업이 교수가 서서 강의하고 카메라로 찍어서 올리는 수업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런 수업방식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학생들의 배움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알려졌다. 교수의 일방적인 주입식이 아니라 미네르바 스쿨은 플랫폼 ‘포럼’을 통해 소통하고 협업하면서 교류한다. ‘포럼’은 학교밖 교실이라고 이해하면 좋다. 19명 이하의 수업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발언의 기회가 가도록 한다. 수업 전에 과제를 준비해야지만 토론이 가능하다.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은 4년동안 세계 기업과 비영리단체·공공기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현장경험을 쌓는 시간이 주어진다. 동시에 온라인 실시간 토론수업을 통해 비판적 사고, 창의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데 고등교육기관이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데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본연의 목표에 집중한다. 그래서 강의실을 없애고 학생들을 세계각지로 보냈고, 수업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진행하도록 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3각파도 대공포에서 대학 구출해야

‘미네르바 스쿨’에서 교수는 토론진행의 중재자다. 지난 학기 한국의 대학들이 펼친 온라인수업은 자료를 교수가 올리고,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식이다. 당연히 오프라인수업 보다 교수와 학생간 교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미네르바 스쿨의 열띤 수업장면을 한국의 대학생이 봤다면, 수업의 질을 문제 삼으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을까 싶다.

이 화상수업 토론시간에는 비판과 창의와 소통이 다 이뤄진다. 전 세계 학생들이 다 참여할 수 있다. 이어 미네르바 스쿨의 경험수업은 기업과 각국의 살아있는 특징있는 실제체험한다. 온라인에다가 오프라인에서 필요한 내용을 가미해 현장성 높은 수업을 이뤄낸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수업은 전공별로 경유코스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대학은 ‘미네르바 스쿨’처럼 코로나 19로 인한 온라인수업이더라도 질적으로 결코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대학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보여줘 한국 Z세대의 대학교육 이탈을 줄여야 한다. 이에따라 대학 미등록사태를 막아 정상적인 대학운영을 이뤄야 한다. 또한, 학령인구감소에 직면한 대학들은 미네르바 스쿨에서 평생교육 전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교육당국은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융합과 창의적 인재를 시대적 상황에 부합하는 교육형태를 만들어내야 한다. 사립형태가 아닌 교육 공공성을 높여 국·공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한 개 대학부터 시작해 전국 거점 국립대별로 조성해나가 3각파도의 대공포에서 대학을 구출해내야 한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 체제의 다수의 사립대와 크고 작은 국공립대들은 어찌할 것인가라는 반문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둘을 다가질 수는 없다.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하는 '파괴적 혁신'에서 둘 다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서열화, 공교육의 위기, 비생산적인 입시교육 등 한국사회를 늘 들들 볶았던 망국병 같았던 문제들도 이참에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샘플로 '국립 미네르바 스쿨'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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