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CEO 에릭 위안의 판단과 집중력 산물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확산으로 급성장한 화상회의 플랫폼 'Zoom(줌)’ 운영업체인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 에릭 위안 최고경영자가 최근 일본 동경에서 개최된 '세계디지털 서밋 2020'에서 “사무실 없는 사무환경이 앞으로 보편화할 것”이며 "페이스북보다 더 좋은 회사로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비대면플랫폼 구축업체가 각광받는 요즘 Zoom은 새로운 IT업계의 강자로 부상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대면접촉 및 외출 자제영향으로 Zoom 화상회의 시스템 이용자는 지난 4월 정점기에 무려 하루 3억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에릭 위안 CEO는 "화상회의는 대면회의 보다 편리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함께 적용할 경우 동시 자동번역도 가능해 코로나19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뉴노멀) 사회에서 글로벌 화상회의에 적합한 역할을 수행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4월 18일 미국 증시에 Zoom이 상장됐다. 사진공유소셜미디어로 유명한 핀터레스트가 같은 날 상장하면서 Zoom은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증시의 반응은 달랐다. 줌은 상장 첫날에만 주가가 72% 폭등했고, 22일에도 주가가 6% 더 오르면서 시가총액이 168억달러가 됐다. 핀터레스트(120억달러)를 일찌감치 추월했고, 미국 2위 차량 공유 업체인 리프트의 시가총액(172억달러)도 코앞까지 따라붙었다. 비결은 '실적'이었다. Zoom은 기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달리 이미 상장 전부터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냈다. 지난해 매출은 3억3000만달러, 순이익은 760만달러에 달했다.

Zoom을 창업한 사람은 중국 출신 에릭 위안(Yuan·50)이다. 그는 1997년 미국에 처음 건너올 때 비자만 8번을 거절당하고 9번만에 비자를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22년만에 개인자산 가치 37억달러의 억만장자로 우뚝 서면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됐지만 위안은 중국 산둥성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광산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가의 자질을 보였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돈을 벌기 위해 공사현장을 다니며 자재를 줍고 이 중 구리를 추출해 돈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러던 그의 인생이 바뀐 것은 산둥과기대에 진학하면서다. 응용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베이징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미국으로 가기로 결심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처럼 되고 싶다는 이유였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미국에서 그를 받아 준 곳은 당시 12명의 소규모 화상회의 소프트웨어회사인 웹엑스였다. 위안은 공대를 나와 컴퓨터 코드 작성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영어공부 대신에 밤낮으로 컴퓨터에 매달렸다. 그는 거의 매일 밤을 새워가며 코딩을 했다. 금요일에 밤새 일하고도, 토요일 오후까지 계속 일했다. 이 회사가 2007년 미국 시스코에 인수된 이후에도 그는 가장 열심히 일하는 엔지니어로 남았다. 그는 시스코의 웹엑스 사업부를 총괄하는 임원자리까지 올랐지만 고객과 대화할 때마다 '행복한 고객을 보지 못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시공간 제약 없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위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진화를 보면서 모바일 화상회의에서 새로운 기회가 온다고 느꼈다. 그는 IT대기업의 임원 자리를 포기하고 2011년 새로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Zoom은 웹엑스에 도전하는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친정에 비수를 겨눈 격이다. 당시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시장은 시스코의 웹엑스, MS의 스카이프, 구글의 행아웃 등 글로벌 대기업들의 각축장이었다. 하지만 지원하는 기기가 정해져 있었고, 사용하기 복잡했다.

위안 CEO는 이 제품들의 약점을 세세히 분석했다. Zoom의 서비스는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 등 다양한 종류의 기기에서 끊김 없이 쓸 수 있다. 또 화상회의 인원도 수십명으로 늘릴 수 있고, 발언자를 자동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기능도 있다. 뒷배경을 마음대로 바꿔 실제 장소를 숨길 수도 있었다. 휴양지에 있다가도 미팅 요청이 들어오면 배경을 사무실처럼 바꿔 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

위안 CEO는 투자자건, 고객사건 외부인이 미팅을 요청하면 항상 Zoom을 소개하고, Zoom이 늘 주제였다. 서비스경쟁력을 자연스럽게 과시하고, 이들을 고객사·투자자로 유치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또 기본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추후에 더 많은 기능을 쓰려면 구독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프리미엄(freemium)' 방식을 적용, 수익성도 키웠다.

줌의 성장은 대부분 '입소문'덕분이다. 2015년까지 사내엔 마케팅팀도 존재하지 않았다. 창업자인 위안이 스스로 영업 최일선에 뛰었다. 구독을 취소하는 고객에게 이메일을 보내 불편한 점을 묻기도 했다. 그는 회사와 임원을 평가하는 글래스도어에서도 최고의 CEO로 꼽히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우버 등 대표적인 기업 5만개 이상이 줌을 쓰고 있다. 위안 CEO는 지금 퇴근후 항상 가족과 함께하면서도 미팅 요청이 들어오면 Zoom을 이용해 곧바로 회의에 참석한다. 그는 최근 기업평가서비스 업체 글래스도어가 선정하는 '최고의 CEO'로도 꼽혔다. 당시 글래스도어 평가에 참가한 Zoom 임직원 중 99%가 위안 CEO를 최고의 CEO로 지지했다.

Zoom, MS·구글 경쟁에서 이긴 비결은?

Zoom이 설립된 2011년은 이미 다수의 화상회의 플랫폼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구글의 행아웃 등 IT공룡들이 즐비한 레드오션에 뛰어든 스타트업 줌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살아남은 배경에는 차별화를 위한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B2C보다 B2B에 치중한 클라우드기반 화상회의 플랫폼 Zoom이 다른 경쟁 플랫폼社와 차별화를 뒀던 점은 ‘한결 쉬운 접근성’이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사용한 적이 없거나, PC나 모바일중 한쪽 환경에만 익숙한 사용자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발의 원칙을 세웠다.

이 대목에서 미국 IT매체 지디넷의 칼럼니스트 애드리언 킹슬레이 휴즈언급에서 “zoom이 스카이프를 제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줌은 스카이프보다 사용하기 훨씬 쉽다. 누구도 이보다 쉬운 플랫폼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줌을 다운로드받고 설치하는 과정은 아주 쉽다. 사람들을 화상회의에 초청하는 일도 링크를 보내는 것처럼 간단하다”고 극찬했다. Zoom이 차별화를 두려했던 접근성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또다른 차별화은 ‘품질’이다. Zoom 이전의 화상회의 플랫폼은 끊김 없이 일정수준 이상의 영상품질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공통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나 구글의 행아웃 등 P2P 네트워크 기반의 화상회의 플랫폼들과 달리 클라우드 기반의 Zoom은 HD급 영상을 지연 없이 제공한다. 실제 창립멤버들은 대부분 화상회의 플랫폼 ‘웹엑스’를 개발한 화상회의 전문가들인데, 이들은 경쟁 플랫폼의 단점을 정확하기 파악해 자사 플랫폼의 강점으로 전환시켰다.

이 밖에도 화상회의 링크만 받으면 Zomm 가입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40분간 무료통화를 제공한다는 점 등 타 플랫폼 사용자들이 Zoom으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비용 없이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Zoom, 1분기 매출, 3억2820억 달러

반면, ‘줌폭격(Zoom-Bomb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Zoom의 보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화상회의나 화상수업중 포르노 영상이 재생되거나 초청받지 않은 외부인이 접속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월 3일에는 캐롤린 멀로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주재한 회의가 세 번이나 ‘줌폭격’으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공화당 의원인 짐 조던은 멀로니 의원에게 보낸 내부서신에서 “연방수사국(FBI)과 각종 언론매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줌을 통해 개최한 회의에서 중요한 브리핑중 최소 세 번 이상 ‘줌폭격’을 당했다”며 “줌을 둘러싼 보안이슈를 고려할 때 Zoom은 하원위원회 회의를 위해 적절한 플랫폼은 아니다. Zoom을 통한 공식회의가 예정돼 있다면 즉시 연기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에릭 위안 CEO는 자신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이버 공격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히며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레드오션에서 차별화로 자기영역을 치지한 Zoom의 승패는 보안이슈에 달리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Zoom은 무료 및 유료 줌계정에 GCM 암호화를 적용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Zoom의 5.0은 현재 가장 안전한 암호화 표준중 하나인 AES-256비트 GCM 암호화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Zoom은 지난 5월 30일 줌시스템 전반에 AES-256 GCM 암호화가 활성화됐으며, 현재 모든 줌사용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신속한 대응책을 내놨다.

한편, 올해 1분기 Zoom의 실적은 매출 3억28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10인이상 규모 기업고객이 약 265,4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54% 증가했다. 10인이상 규모 기업고객이 8분기 연속 130% 이상 증가 중이다. 4월기준, Zoom을 통해 연간 2조회 이상 회의록이 생성되고 있으며 전 세계 10만개 이상 교육기관(K-12)이 Zoom 플랫폼 채택하고 있다. 2020년 4월 기준, 일간회의 참가자 3억 명이 Zoom을 통해 새로운 세상 만들기를 하고 있다.

미국 클라우드 정보서비스 기업인 '복스'(BOX)의 아론 레비 회장 겸 CEO의 전망은 코로나 19 여파와 관계 없이 Zoom의 성장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레비 회장은 "전례 없는 규모의 재택근무(텔레워크) 실험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정시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방식에서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쪽으로 빠르게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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