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유스라인 디지털국] 대학의 ‘총량적 정원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원규제가 대학·전공의 서열화로 집약되는 입시-취업의 이중적 선별과정과 맞물리면서, 많은 학생들이 희망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고 있는 부작용과 기술진보에 따른 대학환경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KDI는 대학전공과 직업간 미스매치는 각종 정원규제로 인한 학과간 정원조정의 경직성, 학과별 취업정보의 부족, 전공선택 시기의 획일성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고교졸업 후 국내외 대학·전문대학에 진학한 학생비율(대학진학률)은 76.5%를 기록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졸업 이후에도 미취업자로 머무르는 청년의 비중은 작년 기준 전체 대졸자의 26.8%에 달했다.

특히, 취업자조차 그 중 상당수가 대학전공과는 무관한 직장에 취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고등교육 이수자(25세~34세) 가운데 전공과 상관없는 직업을 선택하는 비중은 약 50% 달했다. 이는 조사된 OECD 소속 24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KDI는 우리나라에서 전공선택이 제약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정원 규제를 꼽았다. 현재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지역의 인구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입학정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태라면서 정원규제의 전면해제를 검토하거나, 부분적으로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기술과 산업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위해서도 정원규제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신사업 관련 전공분야의 정원은 정원 규제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대학이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 경우 수도권 대학에 신산업 관련 전공자가 증가하면서, 전공 선택의 왜곡이 축소될 수 있다. 또 나머지 전공에 대해서는 정원규제가 유지되기 때문에, 지역균형 발전과 관련된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KDI는 의료, 교육 등 특수전공의 정원규제도 전공-직업간 미스매치의 원인으로 봤다. 현재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28조에 따라 보건·교육처럼 특수 전공의 정원은 대학에서 임의로 정원을 조정할 수 없다. 이러한 특수전공 정원규제는 관련 직업군에 대한 진입 규제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의료인의 경우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하는 자격이나 면허를 소지해야 한다. 자격·면허 시험 응시자격에는 관련 분야 전공자 여부가 명시된다. 이와 같은 이중의 진입 규제는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을 관리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동시에 해당 전공자의 소득 및 안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I가 대학 졸업후 약 20년간의 노동시장 성과를 추적한 결과, 남녀를 막론하고 의약 및 교육 계열의 소득이 높게 나타났다. 인문계열의 소득을 100이라고 봤을 때, 의약계열은 175, 교육계열 150, 공학계열 125, 사회·자연계열 120, 예체능계열 105 수준이었다. 대학 전공선택에 따라 생애소득이 70% 내지, 그 이상의 격차를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KD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로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1개 학교당 1인 기준으로 배정돼있는 진로전담교사를 학생수에 따라 추가배치하고, 진학·진로 상담시 대학·학과별로 통계를 공표하는 취업률 외에 소득정보를 추가하는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KDI 관계자는 "자연이나 공학계열의 학생은 높은 소득 때문에 의대를 선택하고, 인문·사회 계열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학생들이 높은 안전성 때문에 교대를 선택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애주기에 걸친 소득이나 취업률에서 적정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큰 격차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전공선택이 한편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KDI는 전공선택 시기의 획일성도 지적했다. 어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일찍 결정할 수 있는 반면, 상당수의 학생들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심지어 대학입학 이후에도 적성과 흥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학생을 균일하게 놓고 교육을 진행하는 현실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KDI가 2018년 대학 신입생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응답한 신입생의 비중은 28.3%에 달했다. 신입생 10명 중 3명은 전공을 바꾸고 싶다는 것이다. 전공계열별 차이도 컸다. 인문, 자연, 사회, 공학 계열 등의 순으로 변경 희망자의 비중이 높았다.

KDI는 전공선택 시기를 다양화하고 전공선택 및 변경의 자유를 확대하는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로를 일찍 결정한 학생들에는 해당분야의 심화교육이 필요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일반교육과 함께, 광범위한 진로탐색을 적용하라는 지적이다.

KDI 관계자는 "추후 전공변경에 제한이 되지 않으려면, 필수과목의 범위를 충분히 넓게 설정해야 한다"며 "고등학교 시절 전공변경 시, 초기 실수가 대학입시에 지나치게 불리하지 작용하지 않도록 평각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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