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도 '현실감'·'타이밍' 중요…와세다大 극복사례 눈여겨 봐야

▲ 지난 11일 4년의 총장임기를 마친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은 “대학개혁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규제와 정부주도의 획일적 개혁”이라면서 "일본 와세다대의 사례는 한국 대학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근 전 전 총장은《와세다대학의 개혁》을 번역출간 했다.

 

10개 교대, 10개 거점국립대와 통합 필요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 부산대 총장 임기를 끝낸 전호환 前 총장이 한국 대학의 개혁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또한, 국립대에서 평생을 살아온 그이지만 국·사립 구분 없이 한국 대학의 위기와 대처에 대해 말했다.

전 전 총장은 대학구조조정에도 현실감과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단적인 예를 들면 “국·공립대 통폐합은 피해 갈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됐다. 우선,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국·공립대를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학령인구감소로 초등학교 교사의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전국 10개 교육대학은 10개 거점 국립대학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현실감과 타이밍이다. 이런 구조조정을 위해선 국회에 수년째 계류중인 대학구조조정법이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상황에 부합하는 대학구조조정이 절실한데 한국 대학에 놓인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학개혁을 통한 재정독립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 전 총장은 “학령인구감소로 인한 재정악화로 국내 대학중 5년내로 50개가 사라질 것이다. 이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코리아프리미엄’을 실현하려면 ‘재정확충’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만만치 않은 문제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으로 대학존립 위협은 몇 배 더 커졌다. 대학의 조건이 다 다른 상황에서 대학개혁도 다를 수 밖에 없다.”며 대학에게 서둘러 재정과 학사운영의 자율권으로 일임해주고 대학마다 자체적인 혁신주도를 모색하도록 해야 그나마 피해와 대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세다대, 증권사출신 총장의 대학혁신

전 전 총장은 총장재임 4년간 내내 대학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방안을 고민했다. 그 고민은 책으로 출간돼 그의 생각을 엿보게 됐다. 와세다대에 관한 책을 번역출간을 했다.

그가 이 책을 번역출간하게 된 계기는 일본 대학들이 놓인 상황이 학령인구감소의 한국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와세다대도 재정파탄 직전까지 이르렀다. 이 때 와세다는 대학개혁을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세키 쇼타로를 등장시키는 파격을 시도했다. 그는 먼저 재정개혁을 추진했다. 유휴자산 매각과 수익사업 등을 자유롭게 시도했다. 한국의 대학도 구조조정, 등록금 책정, 유휴자산 활용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 여기에다 대학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이해관계자의 경영참여를 추진하면서 재정독립과 경영합리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책의 부제대로 대학의 위기에 대해 ‘재정독립 없이 학문독립은 없다’는 과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 전 총장은 “중소 규모의 연구중심 대학들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첨단 제조업체들이 산학협력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우수한 교수유치와 지속적인 재정적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전 전 총장은 좋은 사례로 KAIST와 UNIST를 평가했다. KAIST는 2017년 말 기준으로 1456개 동문 창업기업이 13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이 고용한 인력이 3만2000여 명이다. 그는 “KAIST는 가장 성공한 정부 창업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국내 산학연구 인력의 45%, 과학기술계 리더급 인사의 23%가 KAIST 출신으로 창업과 연구 인력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설립이 10년 갓넘은 울산의 UNIST도 2020 THE 세계대학랭킹에서 3년 연속 논문피인용도 국내 1위, 세계 7위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전 전 총장은 “UNIST는 발표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논문 피인용도 점수가 91.3점으로 서울대(66.5)를 크게 앞질렀다”며 “앞으로 한국의 노벨상 수상자는 아마도 UNIST에서 나올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 대학총장은 경영자 아닌 업무집행자

전 전 총장은 대학구조조정과 혁신은 국내 대학이 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통과절차라고 말했다. “학령인구감소로 400여 개 대학이 구조조정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실대학들이 자산을 정리하고, 질서있게 퇴출될 수 있도록 정책·법률적 퇴로를 빨리 열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명분 있는 통폐합도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전 총장은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된 이유중 하나로 총장직선제를 지적했다. 그는 “연구력이나 리더십이 검증된 교수를 총장으로 초빙하는 선진국 대학과 달리 국내에선 대부분 장기간 근무하며 네트워크를 쌓아온 교수들이 총장에 선출된다”며 “국내 대학 총장들은 구조조정과 혁신을 고민하는 ‘경영자’보다는 단순한 ‘업무집행자’ 역할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전 총장은 평생 국립대 강단에서, 또한 부산대라는 작지 않은 거점국립대 수장으로서 지내온 시간을 투영해 한국 대학을 바라보면 대학의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한국의 미래, 한국인의 질적인 생활과 직결돼 있다고 언급했다.

 

"와세다대학 개혁, 재정독립 없이 학문독립 없음 방증"

국내대학 개혁에 좋은 참고서 될 듯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와세다대학의 개혁을 상세히 적은 기록보고서를 국내 대학들의 개혁 참고서로 번역 출간했다.

와세다대학은 10년에 걸친 재정개혁을 통해 파탄 직전에 부활했다. 그 부활의 모든 것이 담긴 와세다대학의 개혁 기록보고서 '와세다대학의 개혁'을 국내 처음으로 출간했다.

세키 쇼타로의 '와세다 재생(再生)'을 번역한 이 책은 일본 최고의 사립대학이 어떻게 재정개혁을 이루고 교직원들에게 경영마인드를 심었는지 소개하며 '재정의 독립 없이 학문의 독립 없다'는 내용을 다뤘다.

와세다대학은 일본의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재무제표의 상세한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대학이다. 나아가 분기별 보고나 등급 분류 등을 스테이크 홀더이해관계자에게 알려 '유니버시티 거버넌스'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이기도 하다. 이것이야말로 교직원이 하나가 된 재무개혁 10년의 커다란 성과로 평가받는다.

저자 '세키 쇼타로'는 21세기 교육에 필요한 교육시설 투자는 과감하게 추진하고 대학정보 공개와 이해관계자의 경영참여를 통해 대학 거버넌스 제도를 확립해 와세다대학을 부활시키고 대학에 '경영'을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총장은 "와세다대학의 개혁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대학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과 정책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 책에서 보여주듯 대학의 위기를 외부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대학 스스로의 개혁과 혁신에 주목하고 개혁은 대학 내부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대 출판문화원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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