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유스라인 이경희 기자] 오는 24일 치룰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는 시험지수령 희망자에게만 배부하기로 했다.

2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주관기관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서울시내 고등학교에 '3월 학 문제지 배부관련 추가안내'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이번 학평은 매년 3월 치러지기 때문에 '3월 모평'으로 불리는 시험인데 당초 3월 12일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4차례 시험이 미뤄진 끝에 시험지만 나눠주기로 결정됐다.

학교에 전달된 공문에는 24일로 예정된 학평시험지를 수령하겠다고 미리 신청한 학생에게 한정한 배부지침이 들어있다. 학평은 전국 모든 고등학생이 각 학교에서 같은 일정에 따라 시험을 치룬다.

시교육청의 수령희망자에게 한정해 시험지를 나눠주라는 지침은 시험지를 받으려는 학생이 몰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원격수업 현장점검을 위해 한 중학교를 찾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험지 배부과정에서 학생들이 밀집할 우려가 있다"면서 "여러 보완책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학평의 중요성이 큰 고3에 우선순위를 둬 고3이 먼저 시험지를 수령하고, 1·2학년 학생은 24일 이후에 시험지를 받아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다만 1·2학년 수령일자 조정은 각 학교자율이다.

이 같은 지침을 받은 일부 학교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시험지 배부를 준비하고 있다. 오전 시간을 1~4교시로 나눠 반별로 시간을 지정한 뒤 학생들이 교문이나 경비실에서 준비된 시험지 묶음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내리지 않고 차에서 바로 받아갈수 있도록 경비실에서 차에 탄 학생에게 전달하는 곳도 있다.

교육계에는 시교육청이 세부적인 방역지침도 세우지 않고 모든 책임을 학교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노원구의 한 고교 교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지를 받으려 하기 때문에 학교에 아예 들어오지 않고 받아가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교사가 미리 학생별로 시험지 묶음을 만들어서 경비실에서 나눠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교장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개학을 연기하고 온라인 개학까지 한 마당에 학생들을 학교에 오라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며 “학생이 학교에 오려면 대부분 버스로 30~40분 이동해야 한다. 교육청 지침대로 교문 앞 도로를 막고 ‘드라이브 스루’를 설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고교 교사들도 학생들이 시험지를 받기 위해 등교하는 게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전교생이 학교에 모이는 것 자체가 감염 우려가 큰 상황인데, 이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 없이 학교가 알아서 하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교사는 “이번 모의평가가 전국단위 채점과 성적처리를 하지 않아 수능 모의평가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만큼 등교개학 후 시험지를 나눠줘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평은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연기됐다. 당초 3월 12일 시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개학 연기가 이어지며 3월 19일, 4월 2일에 이어 4월 16일, 4월 17일로 한 달 이상 늦춰졌다. 시교육청 모의평가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처음 치러져 ‘대입 가늠자’로 여겨진다.

서울시교육청 주관 학평이 사실상 취소되면서 5월 12일로 미뤄진 경기도교육청 주관하는 시험이 고3이 치르는 첫 전국 단위 모의고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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