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놓고 대학-지자체 뭉쳤다

6곳 지자체-대학 업무협약 체결 ‘붐’…대학, 유치시 산학협력에 관심 U's Line 특별취재팀l승인2020.02.1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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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 5300억원 생산유발효과, 3400억원 부가가치효과, 9000개 일자리 창출, 연간 5000명 상근연구자 활용, 1500억원 국비지원 연간운영비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대학-지자체간 업무협약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내로 가속기 구축입지를 선정할 계획인 가운데, ▲충북 오창·오송 ▲전남 나주 ▲강원 춘천 ▲경북 포항 ▲경기도 ▲인천 송도 등 6곳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가 자기장 속을 지날 때 나오는 빛을 이용하는 장치다. 적외선에서부터 X-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빛을 만들어 '빛 공장'으로 불린다. 신소재 개발부터 바이오·생명과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신약개발과 같은 산업 현장에서 활용성이 높아 참여 지자체에서는 구축유치가 올해 최대의 사업으로 부상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가 국가적 차원의 문제로 비화되자 방사성가속기 구축논의가 빨라졌다.

■ 충북 오창·오송-건국대·경희대 등 9개 대학

▲ 이시종 충북지사가 중부권 방사광가속기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대학 9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유치에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이 충북도다. 충북도는 지난해 7월 5억원을 투입해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오는 4월까지 연구용역을 마치고 정부에 사업추진을 본격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충북도는 지난 14일 이시종 지사와 9개 대학 대학총장, 연구부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업무협약식을 맺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중앙대, 청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국과학기술원, 한양대 등 9개 대학 관계자들은 방사광가속기의 추가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 뒤 충북 유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활용 기관의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기존 시설의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협약을 맺은 대학들과 공동으로 파악해 산업적 수요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겠다"며 "이천~평택~천안~오창·오송~대전을 잇는 신산업혁신벨트를 구축해 과학기술 기반의 지역혁신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지난해 3월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5월에는 산·학·연 방사광가속기 전문가 32명이 참여한 가속기자문단을 구성해 청주~오창·오송 구축의 타당성을 정부에 설명·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충북내에서는 방사광가속기 구축입지를 놓고 오창과 청주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남 나주 – 전남도내 10곳 대학

▲ 광주·전남권 대학총장 간담회가 3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프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혁종 광주대 총장, 최일 동신대 총장, 박상철 호남대 총장, 고영진 순천대 총장, 김종갑 한전사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선재 광주여대 총장, 박민서 목포대 총장, 민영돈 조선대 총장, 김기선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정병식 전남대 총장.

전남도는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3억원을 확보,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방사광가속기가 구축되면 전남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동신대, 전북대 등 광주·전남·전북소재 대학과 공동연구 등 실질적인 상생협력을 도모해 첨단 연구환경 저변확대 기여와 호남권의 대형 첨단연구시설이 전무한 실정으로 학계와 산업체의 연구환경 개선 파급효과가 어느 지역 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전남도와 유치 공동협약을 맺은 대학은 광주대, 동신대, 호남대, 순천대, 광주여대, 목포대, 조선대, 광주과학기술원, 초당대, 전남대 등 10곳이다.

또한, 혁신도시 전남 나주와 한전 본사, 2022년 3월 개교예정인 한전공대를 품은 나주에 지역균형발전과 에너지분야 신소재 개발을 위한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가 구축이 얹혀지면 전남·북을 아우르는 호남권 첨단 연구환경이 조성 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한전공대로는 국가에너지산업을 선도하는 에너지 수도로 도약의 시정(市政) 쌍두마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지질조사결과 한전공대 인근지역은 중생대 쥐라기 화강암반 지역으로 안정적인 지반을 갖추고 있으며, 또한 지진 안전지대로 방사광가속기 구축에 국내 최적지라는 것도 홍보해 나갈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한전공대와 연계해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청와대·국무총리실·과기부 등 국가정책 반영을 적극 건의하는 등 올해 도정 최대 핵심과제로 추진중에 있다. 나주시는 방사광가속기를 한전공대 인근 연구소 및 클러스터 부지를 구축예정지로 확정할 계획이다.

구축유치 이후에는 대학과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공동연구 등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활용해 지역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며 △R&D 공동연구, 장비 공동활용, 교육·연구 협업 등 광주·전남 대학과 한전공대 간 상생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키로 했다.

김영록 지사는 “한전, 광주·전남 소재 대학과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공동협력 협약은 한전공대와 연계한 유치활동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방사광가속기 유치전략을 마련하고 호남권유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등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 강원 춘천 – 강원대

▲ 지난해 11월 이재수 춘천시장이 방사광가속기 구축유치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원도·춘천시·강원대는 지난 14일 ‘방사광가속기 연구시설 춘천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조원에 이르는 국책과제 유치에 착수했다. 이들은 춘천이 수도권과 1시간 거리에 있고,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강원대 스크립스 연구소 등 춘천지역 내 산학연 인프라도 견실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방사광 가속기 이용수요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게 춘천시 유치의 명분이다. 이에 춘천시는 지난해 9월부터 박영일 유치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을 포함한 학계와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유치위원회를 만드는 등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준비해오고 있다.

춘천시는 유치 명분으로 상수원보호로 감수했던 국가차원의 배려와 보상 필요성, KTX 철도와 고속도로 등 수도권 접근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역시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바이오, 의료기기, 에너지 등의 강원도내 전략산업과 연계해 강원도가 중부권 최대의 과학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춘천시는 지난 9월부터 과기부 차관을 지낸 박영일 유치위원장을 포함한 학계, 연구기관 관련 전문가를 유치위원으로 초빙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선 10년 전인 2009년 강원 원주와 충북 오송, 대구가 경합했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때와 같은 과열경쟁이 펼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탈락한 강원도와 원주시, 지역정가는 첨단복합단지 심사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다. 때문에 아직 정부 플랜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지역간 과열경쟁은 도(道)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중앙정부의 추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는 바이오, 의료기기, 에너지 등의 도내 전략산업과 연계해 춘천이 중부권 최대 과학산업단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향후 산·관·학·연과 협력해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경북 포항 – 포스텍

▲ 포스텍, 경상북도, 포항시가 공동으로 22일 포스코 국제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 기반 신약개발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한 인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텍>

경북도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발표 이후 부지 물색과 지역의 유치 타당성을 검토해 왔다. 이를 기반으로 포항시와 협의해 포스텍내 기존 3, 4세대 가속기가 위치한 인근지역에 100,000㎡ 규모의 차세대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선정하고 측량, 지반 조사, 관련규정 검토 등 가속기 부지 조성에 필요한 사전검토를 마친 상태이다. 유치에 대비한 진행은 가장 빠른 지자체다.

경북도는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포항에 구축되면 기존 가속기의 전력, 상하수도, 가스, 난방시설 등 부대시설과 연계해 다른 지역에 구축하는 것에 비해 1,00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고 사업기간도 1년 정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국가 재정부담 완화는 물론 시급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활용을 통한 산업적 지원도 앞당길 수 있어 포항이 차세대 가속기 구축에 최적지라고 어필하고 있다.

또한 1995년 3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이후 25년간 가속기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기초·응용과학 연구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향후 건설될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산업 실증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훨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가속기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가속기와의 물리적 인접성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하는 신규 가속기의 초기 안정적인 운영에도 기여할 수 있는 등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국가 가속기 산업 발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도는 포스텍을 중심으로 미국의 SLAC(국립가속기연구소), 영국의 Dimond(다이아몬드 광원연구소), 일본의 JASRI(싱크로트론 방사광 연구소) 및 RIKEN(이화학연구소), 스위스의 PSI(국립연구소), 독일의 MPI(막스플랑크연구소) 등 다양한 해외 가속기 기관과 글로벌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가속기의 산업적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등 교류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 경기도 / 인천 송도

경기도와 인천 송도는 유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선언을 했지만 이렇다할 액션이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다만, 방사광가속기의 최대 수요분야가 반도체산업인데 반도체 생산대기업이 밀집한 경기권(수원, 이천, 용인)과 인접해 지리적으로 이용이 편리하다는 지정학적 장점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나 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가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충북 입지가 매우 좁아질 것이라는 위협요소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지니고 있다.

변재일 "총선이후 공모절차를 밟게 될 것"

▲ 변재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청주·청원)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에 과열 경쟁이 벌어져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7월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필요성이 급부상하며 유치전이 가열됐다”고 진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올해말까지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과 관련한 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으로, 아직 내부 검토단계”라며 “지자체에 이런 점을 충분히 설명했지만 조기에 경쟁이 과열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당초 이달 중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 들어가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포함한 ‘국가 대형가속기 로드맵’을 확정짓지 못하면서 부지선정을 위한 공모절차도 진행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부지선정 일정조차 뒤로 밀리면서 연내 사업 착수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부지가 정해져야 예타 진행이 가능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업착수를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국가 대형가속기 로드맵에 대한 1차 검토는 끝났고 상반기중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며 "심의를 통과하면 가능한 한 빨리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서두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 미국 알곤 국립연구소(ANL)의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그러나 이와 같은 과기부 관계자의 계획도 쉽지 않다는 반론이 나오는데 바로 4월에 치룰 총선이다. 예타신청을 연중 2, 5, 8월만 받는다는 점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2월은 이미 불가능하고 5월도 총선 때문에 지자체의 신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듯, 부지선정이 늦어져 8월에 예타를 진행할 경우 결과는 연말에나 나올 수 있어 연내 사업 착수 자체가 어려워지게 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 관계자는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는 건설에만 5~6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장 사업에 착수해도 2026년에나 가속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항 방사광가속기(PLS-Ⅱ)를 이용하는 성균관대 박사과정 연구원 K씨는 "최근 들어 방사광가속기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 실험 진행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소재 K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등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구축하려던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명박 정부 취임 때부터 논의 되던 것인데 정치 일정이나 정치적인 입김으로 늦쳐진다는 게 안타깝다”며 “구축 부지선정에 관련된 정부기관이 지금이라도 서둘러 올해내로 사업이 착수되도록 정치와의 개별사안으로 추진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변재일 국회 과기정통위원(더불어민주당·청주 청원)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추가구축의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며 "총선이후 공모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충북도와 충북 정치권은 2020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과 약 1년이 소요되는 예타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자고 건의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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