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증연구용역사업 신청…각 대학 “공영형, 대학 구하는 길” 합의

▲ 대학노조와 교육운동단체 대표자들이 2018년 8월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이면서 대통령 공약사항인 공영형 사립대 예산삭감을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 : U's Line 오소혜 기자>

기획재정부, 전액 예산삭감으로 국정과제 ‘스톱’

[U's Line 유스라인 오소혜 기자]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면서도 올해 아무런 예산도 배정받지 못한 ‘공영형 사립대’ 사업을 교육부가 이으려 안간힘을 쓰는 '공영형 사립대 실증 연구' 용역사업에 상지대, 조선대, 평택대 등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증연구’ 용역사업은 공영형 사립대 추진에 관심이 높은 대학에서 사전 실험을 해 봄으로써 실제 현장에 적용될 정책수립을 보완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공영형 사립대’ 사업예산이 올해에도 반영되지 않았고, 현 정부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도 이 국정과제가 첫발도 떼지 못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내에서는 시행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연구사업을 시도하는 교육부의 의도가 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재차 설득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정책연구를 거쳐 올해 시범운영 등을 하기로 하고 예산 87억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의 심사과정에서 삭감됐다.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예산을 부활시키려 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교육부가 내년 1월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실험에 참여할 사립대 3곳을 지난 15일까지 ‘실증연구’ 용역사업 신청을 받았는데, 상지대, 조선대, 평택대 3곳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상지대, 사학분규 극복 공공성 확보

상지대는 2018년 3월 '상지대-상지영서대' 통합을 바탕으로 공영형 사립대 지정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상지대는 지난 2017년 10월에는 공영형 사립대 준비기획단을 꾸리고 각계 의견수렴까지 마친 상태다. 사실 상지대는 '김문기 총장 = 사학분규'로 등식화될 정도로 한국 사학 분규의 대명사였다. 2016년 대법원 판결로 임시이사 체제를 꾸릴 수 있게 되면서 정상화 기틀을 마련했고, 2018년 12월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했다.

선출된 정대화(64) 총장의 핵심공약이 ‘전국 1호 공영형 사립대 지정’이다. 정 총장은 “상지대는 옛 이사장의 재단 복귀에 반대하며 사립대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수십년 투쟁한 대표성이 있다. 공영형 사립대의 최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조선대, '시민의 대학' 공공성 강화

대한민국 최초 민립대학인 조선대도 관심이 많다. 조선대는 1988년 옛 경영진이 물러난 뒤 22년 동안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다 2010년에 정이사 체제로 전환, 2017년에 임시이사가 다시 파견됐다가 2019년 12월에 정이사로 전환되는 등 굴곡진 한국의 사학의 그대로 보여줬다.

이건근 조선대 민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시민이 국가를 대신해 기금을 모아 설립한 대학인 만큼 이제는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구성원이 직접 운영하는 공영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공영형 사립대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병근 공영형사립대 추진협의회 정책위원(정치외교학과 교수)은 '지방정부 연계형 공영형 사립대학 모델'에 관심을 갖고, 지방정부와 공영형 사립대와의 연계방식에 대해 꾸준히 연구발표를 해왔다.

지 위원은 “지역대학은 최소한의 운영비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교육비를 줄여 학생이 피해를 볼 뿐만이 아니라 학교존립의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며 “공영형 전환을 통해 대학 공공성도 높이고 재정 안정성도 높일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지원 금액이 충분치 않아도 일단 시작이라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택대, 대학발전의 안정적 기반마련

그동안 평택대 교수회도 평택대가 사학비리로 얼룩졌지만 대학이 살 길은 공영형사립대라는 결론을 내리고, 신은주 현 평택대 총장이 교수회 회장시절부터 “공영형사립대학 정책이 고등교육 정책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이사회의 권력구조를 개편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하는 지역대학 육성 정책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면서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통해 교육이 공공재로서 강화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또한,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선정되면 등록금 인하를 할 수 있기에 경쟁률이 높아져 재정이 안정될 것이고, 따라서 고용의 안정성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학교발전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영형 사립대가 특수목적사업과는 달리 한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대학재정운영이 가능해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공영형 사립대를 추동하게 만들고 있다.

▲ 한진그룹 갑질경영 청산을 위한 토론회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및 시민사회단체. 인하대교수회 주축으로 개최되고, 인하대와 인찬지역의 공조로 공영형사립대 추진을 하는 것이 재벌가 한진그룹의 파행적 행태를 인하대에서 몰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실증연구, 예산확보 근거로 삼을 계획”

교육부는 '공영형 사립대 실증연구' 연구용역 사업에 한 대학당 1억5000만원씩 3개 대학에 총 4억5000만원을 연구비로 지원한다. 또한 교육부는 이번 정책연구 사업에 참여하는 사립대는 국·공립대에 설치된 재정위원회에 준하는 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하도록 했다. 재정위원회는 2015년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만들어진 대학의 회계전반을 학내 구성원들이 들여다보는 공식 기구다.

교육부는 2018년 대학 5곳을 선정해 6년 동안 재정지원을 시작하겠다며 2019년 예산안에 812억원 편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등 선행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후 국회가 나서서 ‘공영형 사립대 기획연구사업’ 이름으로 예산을 10억원 배정했지만 이마저도 기재부에서 예산집행을 보류해두는 ‘수시배정’으로 묶였다.

이 예산은 지난해 11월까지 ‘도입 필요성 연구’에 전체 예산 5%인 5천만원 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이에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12월에 공영형 사립대 운영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실증연구’ 공모계획을 잡게 됐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임기 중반인데, 대학서열 완화 등 체질개선은 시작도 못했다”며 “고등교육 정책의 큰 틀과 방향성이 애초 공약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공영형 사립대 정책 도입이 미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실제로 대학에 필요하고 효과가 있느냐는 기재부의 공감이 떨어진 것이 문제였다"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모델을 구체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결정적 근거로 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오는 1월 말까지 평가위원회를 통해 사업 대학을 선정하고, 6개월간 연구를 진행한다. 실증연구 결과는 2020년말에 도출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영형 사립대에 관심을 표명한 대학은 상지대, 조선대, 평택대 이외에도 대구대, 인하대 교수협의회, 영남대, 청주대교수회, 한신대, 수원대교수협의회, 광양보건대 등 10~15 대학에 이른다.

한국방송통신대 산학협력단(공영형사립대학정책연구단 단장 임재홍 교수)에서 공영형 사립대 정책연구를 해왔다.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 당시에는 30개 공영형사립대학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공영형사립대, 사학비리·낙후교육환경 한국 대학에 절실”

 - 공영형 사립대 정책연구 임재홍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임재홍 교수(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는 "공영형 사립대 제도는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을 구현하는 정책"이라며 "미국 링컨 대통령 시절 공영형 사립대는 신청하지 않은 1000여개 대학이 문을 닫았다"며 공영형 사립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공영형 사립대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굉장히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 공약의 슬로건이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이다. 지금 우리나라 대학생의 78%가 사립대학에 재학 중이다. 학생 등록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다보면 교육여건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미국의 3분의1 수준 밖에 안 된다. OECD 평균의 반밖에 안 되는 것이다. 공영형 사립대학 육성은 교육이나 연구 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대학의 헌법적 가치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치의 실현이다. 사립대학이 대학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다.                      

▲ 공영형 사립대 정책연구를 진행한 임재홍 방송통신대 교수는 한국 대학의 열악한 재정은 설립자의 생활수단과 부정축재 수단으로 이용되고, 이로써 교육의 질은 크게 떨어져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영형 사립대 정책이 매우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등교육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식의 성장과 보급을 통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국내 대학의 연구여건이 엉망이다. 지식의 생산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에서 생산된 지식을 전달해주는 역할만 대부분 하고 있다. 앞으로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여건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우리나라에 대학이 340여개 정도 되는데 전임교원확보율 최저기준에 100% 맞춘 대학은 4개 대학 밖에 없다.

최저기준을 맞췄다고 우수한 대학도 아니며 나름대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지향한다고 하는데도 부실한 상태다. 사립대학 중에서 대학다운 대학이 되겠다고 하는 대학을 지원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 국내의 연구여건이 엉망이다 보니까 외국 유학을 안갈 수가 없다. 유학 중에 많은 인재들이 거기에 정착하게 된다. 인력자원의 유출이다. 미래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인데 사회나 국가발전을 보장할 수가 없게 된다.

▲공영형 사립대 육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한 것인가. 사적재산을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가.

공영형 사립대 육성은 국가 강제가 아닌 해당 대학이 먼저 신청을 하는 것이다. 해당 대학이 대학구성원들, 법인과 합의가 된 상태에서 국가에 신청을 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인은 비영립법인이다. 학교는 비영리법인의 소유물이다.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국가가 공권력을 개입한 동원은 안한다. 다만 법인이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결정을 내린다면 도와주겠다는 논리이기 때문에 헌법위반의 문제가 없다.

미국의 경우 링컨대통령 이래로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폈을 때 참여하지 않은 1000여개의 사립 대학들이 무너졌다.

▲지난 대학구조개혁평가들이 입학정원감소인 외형적 축소에만 골몰한 나머지 대학의 자생 한계점 노출과 대학사회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했다는 지적이다. 공영형 사립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충분히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하버드대학은 카네기 재단의 엄청난 기부를 통해 재원이 튼튼해서 전체 운영 경비중 학생이 25%만 부담한다. 결국 학생이 100원을 지불하면 400원의 교육비를 돌려받는 것과 같으므로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교육경비 환원율을 계산하면 한심한 상황이다. 대부분 사립대학이 전체 운영비의 70~80%가 학생의 등록금이기 때문에 질 낮은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이 개입돼야 한다.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좋은지 국공립대학을 신설하는 것이 좋은지 우리가 생각해 볼 과제이다. 미국에서는 그런 논란이 상당히 많았다.

정부에서는 건실한 사립대학, 장기적으로 발전가능성이 있는 대학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느 정도 교육여건이 돼 있어서 국가가 지원했을 때 발전 가능성이 있어야 지원의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큰 문제가 고등교육의 공급의 과잉이다. 그래서 국·공립대학의 신설이 수용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공영형 사립대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가 중요하다.

▲사립학교법과 관련해 임원취소 같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에 대한 의견은.

현재 국회 상황으로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쉽지 않다. 규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립학교법 개정은 어렵고, 지원적 관점에서는 사실 문제제기 할 이유가 없다.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가 고등교육 정상화가 빠른 시간 안에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 사분위체제가 비생산적이고 재량권이 너무 크다. 재량을 축소하는 정도의 법령 개정은 필요하지 않겠나하고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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