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 망한다'에서 총장들, '동시다발로 망한다'로 하소연

▲ 부산지역 전문대학들로부터 정원미달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지역대학들은 지원율이 급락하자 대학간 지원율을 비공개하자는 담합이 벌어져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자조적인 표현이 현실로 다가왔다.

[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 대학가에는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있다. 김도연 前 포스텍 총장이 뱉은 자조적 표현이다. 그러나 요즘 대학총장들은 벚꽃개화 대학망론 대신 '대학이 동시다발로 망한다'는 우려로 대신하고 있다. 이 말이 현실이 됐다.

김 전 총장이 이 말을 한 배경은 남쪽 대학의 재정상황이 상대적으로 열악함을 빗대서 한 말이었는데 대한민국 남단 부산지역 전문대학들에서 급격한 입시지원율 하락이 벌어지면서 대학들이 지원율 비공개 담합(?)을 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정원 미달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원 미달사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우려되는 부산지역 K전문대학 관계자는 “서울 주요대학부터 누적된 학령인구감소 상황에서 4년제 대학도 정원을 못채운다며 전문대 기피론을 만들었고, 이런 현상이 지방 남단 전문대에서 터졌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대부분 부산지역 전문대학 지원율이 크게 떨어지다보니 대학들이 경쟁률 공개를 하지 말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률 비공개령’이 떨어진 상황에서 연락이 채 안 된 일부 대학은 경쟁률을 대학 홈페이지에 공개 했고, 적지않은 대학이 공개여부마저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혼란스런 상태다.

부산지역 D전문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부산지역 4년제 대학들의 수시 등록률이나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는데 그 여파가 전문대에 큰 영향을 미쳐 지원율이 역대 최저로 급락한 상황으로 확산됐다”며 “수시 등록률이 저조하다보니 정시 이월인원은 크게 늘어났고 그러다보니 전문대 지원율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부산지역 4년제 일반대학들도 정시모집에서 경쟁률이 크게 하락해 2월에 추가모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추가모집은 지원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4년제 대학으로 지원자가 몰릴 경우 전문대 정원미달은 채워지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인환 U's Line부설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이제 대학 입학정원이 학령인구를 역전한 상황에서 매년 수만 명씩 감소하다 보면 결국 대학통폐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교육부의 대학육성방안이나 대학생 취업, 경제중심 등이 수도권 중심으로 편제된 구조가 재구성되기 전에는 지방대 붕괴는 피해 갈 수 없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부산지역 4년제 대학들의 2020학년도 지원율 하락을 봤을 때 전문대 경쟁률 하락도 매우 큰 폭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각 대학이 공개하지 않고 있어 수험생 현장지도에 큰 어려움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지원 사이트에도 전문대가 경쟁률 공시를 하지 않고 있는데 마땅히 유도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부산지역 전문대 관계자는 "취업률이 높은 보건계열은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으나 공대계열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 외면한 한국 대학,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해”

■ 2017년 12월 3일 당시 포스텍 김도연 총장 인터뷰에서 '대학,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라는 발언   
 

▲ 김도연 前 포스텍 총장

"지금 이대로 가면 한국 대학들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할 겁니다. 전례 없는 위기입니다. 대학은 이제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1979년 교수로 임용된 이후 벌써 40년 가까이 대학에 몸담아온 김도연 포스텍 총장의 경고다.

서울에서 멀고, 벚꽃이 먼저 피기 시작하는 남쪽 지방부터 대학들이 무너져갈 것이라는 그의 얘기는 지방대학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가 속한 대학만은 40년 전 그대로다.

김 총장은 대학이 변하지 않은 대가로 지금의 위기를 자처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학생들은 40년 전과 똑같은 이름의 전공을 택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며 "혁신만이 (대학이) 살길인데, 혁신하지 않고 있다. 대학이야말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내년부터 학령인구 감소가 본격화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018학년도부터 처음으로 대학 정원보다 학생이 1만명가량 모자란다. 학생 수만 따지면 지금부터 7~8년 뒤에는 우리나라 대학 절반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립대학들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약해졌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대학 중 75%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 대부분이 재정을 등록금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등록금이 8년째 동결되면서 학교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크게 감소했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김 총장은 "대학이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 만큼 대학 교육의 질은 점점 떨어졌다"며 "학생들은 대학에서 예전보다 더 못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능력 있는 교수들이 우리나라 사립대학을 외면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김 총장은 "교육부가 연봉이 3000만원 이하인 대학교수는 정식 교수로 보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만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교수가 많다는 의미다.

능력 있는 교수들은 이미 전부 해외 대학들로 빠졌다"고 말했다.

이에 김 총장은 "대학이 등록금에 의존할 게 아니라 스스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업(創業)과 창직(創職)을 통해 부(富)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이 자율주행 기술 업체 `모빌아이`를 창업해 17조원의 부와 4000명의 고용 창출효과를 낳은 사례를 포스텍의 롤모델로 꼽았다.

 

           "지방대 고사(枯死) 막고, 수도권大 정원 쳐낸다는 교육부 헛구호"
 

▲ "지방대 최대 100곳 폐교로 내몰아 지역 붕괴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민주노총 산하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전국대학노동조합(대학노조)이 제기하면서 지난해 12월 10일 교육부가 대학의 구조조정 방향과 기본 계획을 밝히는 설명회 행사장을 점거해 설명회 자체가 무산됐다.

[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 학령인구 급감으로 폐교 지방대 사태를 막기 위해 도입하겠다는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정책과 정부재정지원사업은 눈에 띠지 않는다는 아우성이 지방대로부터 쏟아지고 있다.

지방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과 정원감축 정책이 현실성을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한다. 학생들이 몰리는 수도권 대학들은 교육부 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얻어 정원감축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각 지방 중·하위권 대학들만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정원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방증하듯 중위권 대학들인 역량강화대학·전문대학 66개교중 22개교가 406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입학정원 3000명을 감축해야 했다. 그러나 대학구조개혁 2주기(2017~2019년)에 이 대학들이 실제 추가로 줄여야 했던 입학정원은 1500명이었다. 1500명(4년제 1100명·전문대 400명)은 이미 지난 1주기(2014~2016년) 때 감축정원 목표를 초과했기 때문에 교육부는 덜 줄여도 된다고 고지했을 정도다. 입학정원을 줄여야 하는 22개교중 17개교가 지방대들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대학구조개혁 2주기(2017~2019)는 혁신지원사업과 연계해 중·하위권 대학의 정원을 집중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1년부터 대학에 입학할 자원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각 대학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2021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학생수가 대학정원 이하로 급감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30%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 여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 1주기 때에도 지방대학의 출혈이 눈에 띄게 컸다. 4년제 지방대학 121개교는 1만6914명(77%)를 감축했지만 수도권 71개교는 4953명(22.6%), 서울 소재 대학은 1645명(7%)를 줄이는데 그쳤다.

결국 3주기 평가에서 지방보다 수도권대학 입학정원을 줄이지 못한다면 지방대 학생부족을 해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학생들은 여건이 좋은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로 몰리는 상황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위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지역대학은 지역사회 경제와도 밀접하기 때문에 지역 공동화도 따른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오는 2월초에 3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할 방침이지만 정부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중하위권, 지방대만 정원을 줄이는 기조가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지방대가 학생 충원률과 재학생 유지율이 저조할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배점이 높게 책정한 상태다.

교육부 또다른 관계자는 이를 두고 "교육부가 대학 정원을 강제로 줄일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었다"며 "앞으로도 학생과 학부모 선택에 따라 특성화를 해내지 못하는 대학은 정리되는 시장규제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 본다"고 밝혀 지방대의 학생충원과 재학생 유지 저로로 이어지는 정원 미달사태는 부산 전문대학에 국한되는 사태가 아니다.

3주기 기본계획에 따르면 기본역량진단 지표 중 충원율(모집 인원 대비 실제 학생 인원) 배점을 높이고 충원율이 낮아 평가에서 탈락한 대학에는 재정 지원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이날 3주기 진단 점수는 100점 만점에서 신입생 충원율 배점은 12점, 재학생 충원율 배점은 8점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금 규모는 연간 8600억원 규모다.

교수노조와 대학노조는 "재정지원제한에 걸린 대학은 학자금 대출과 국가장학금 제한조치에 묶여 재정과 교육여건의 악화라는 계속적인 악순환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폐교 위기로 내몰리게 된다"며 "지방의 4분의 1 이상, 많게는 100개 가까운 대학을 폐교로 내몰아 지역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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