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받고도 조사 안 나선 교육부... A교육대학 "입시에서 고교유형 참고"

▲ 제보자가 보낸 올해 수시 전형에서 외고, 자사고 등 고교유형 체크리스트를 만든 A교육대학의 입시원서 접수 화면.

일부 대학이 대입 수시 원서를 접수하면서 일반고, 외국어고(외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의 고교유형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수험생들에게 표시토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가 "고교등급제를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교육부에 민원을 냈지만, 교육부는 실태조사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고교유형 적으라고? 고교등급제 의혹"

23일, 올해 A교육대학 등을 비롯해 6개 대학에 수시 입학원서를 낸 자녀의 B학부모가 지난 9월 10일 교육부에 낸 민원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학부모는 민원서에서 "이번에 둘째(아이)와 함께 대입원서를 접수하면서 보니 5년 전 첫째 아이 때와 달리 원서에 학생의 출신 고교(유형)를 묻는 대학이 많았다"면서 "수험생에게 출신고교를 별도로 물어 선발하는 것은 대학이 공공연하게 고교등급제를 행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학생부전형 중 교과 반영 비율이 높은 전형에서는 고교등급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 전형이 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고교등급제는 자사고, 특목고 등 특혜고를 우대하기 위해 고교 차등을 두는 제도인데, 교육부가 '본고사제', '기여입학제'와 함께 금지하는 '대입 3불 정책' 가운데 하나다.

교육공무원이기도 한 B학부모는 언론과 한 전화통화에서 "올해 우리 아이가 모두 6개 대학에 수시 입학원서를 넣었는데 인터넷 접수할 때 적는 '지원자 정보'란에 일반고, 외고, 자사고 등을 구분해 적으라는 곳이 두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대입정책과는 지난 20일 민원 답변에서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지침)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하지 않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귀하의 우려에는 일부 공감하나 관계법령에 따라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사항"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23일 교육부 해당과 관계자는 "올해 인터넷 원서접수에서 몇 개 대학이 '고교유형'을 적도록 했는지 알아보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아직까지는...(알아보지 않았다)"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B학부모의 지적이 특별한 문제제기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외고, 자사고를 적도록 한 것이 특별한 경우인데도, 이렇게 적도록 한 대학의 숫자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B학부모는 기자에게 "교육부가 얼마나 안일한 태도를 보여주는지 잘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A교대 "평가위원들이 고교유형 참고"... 고교등급제 실토?

한편, 외고와 자사고 체크리스트를 만든 A교대 입학사정관은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같은 내신 1등급이더라도 평준화, 비평준화, 명문고, 비명문고에 따라 다 (수준이) 다르지 않느냐'면서 "내신이 안 나온 아이들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고교유형도 참고하도록 평가위원에게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사정관은 기자가 '그렇다면 고교마다 차등을 두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고교마다 플러스 점수를 주는 것이 고교등급제인데 우리는 고교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은 대학이 (수험생 출신교가) 자율고(자사고)인지 일반고인지, 학습 내용은 어떤 것인지 다 보고 판단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입시에서 '고교유형을 참고한다'는 A교대 관계자의 실토가 바로 고교등급제를 실시한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라면서 "고교서열화가 공고한 현실에서 대학 쪽에선 (고교등급제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겠지만, 이처럼 상당수 대학에서 고교등급제 금지라는 정부정책이 깨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 소장은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외고와 자사고 등 서열체제를 깨야 하며, 우선 고교유형, 고교이름 등을 가리고 평가하는 블라인드평가라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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