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진로 찾는 학종 하면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행복해져요"

<진짜 학종, 진짜 진로, 진짜 대학>독후감 통한 학종제도 개선의견 공모전 U's Linel승인2019.08.3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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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종 말고 진짜 학종은 최고 대입 전략이자 인생전략"

지용기 고등학교 영어교사의 글은 <월간 진로적성>에서 공모한 책 <진짜 학종, 진짜 진로, 진짜 대학>독후감을 통한 학종제도개선 의견 공모전 출품작입니다. 책 <진짜 학종, 진짜 진로, 진짜 대학>은 자신만의 진로발굴 사례로 전국 주요대학에 학종으로 합격한 수기집입니다. 뻔 한 학종의 모범사례가 아니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답을 찾은 경우, 해킹을 당한 후 해킹의 방지책을 찾다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에 이르게 된 경우, 아빠의 폭력속에서 유일한 말동무였던 반려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발전시켜 진학한 동물생명학과 등등 수많은 사례들은 학종을 지도하는 교사, 학부모, 학생들에게 필독서가 됐다. 책 <진짜 학종, 진짜 진로, 진짜 대학>을 읽고, 독후감 공모전에 출품한 글을 시리즈로 게재한다. <편집자>

동료교사 아들에 대한 상담

동료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진로에 대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좀 봐달라는 것이다. 작년에 인문계고 3학년 부장을 맡고 올해부터 경북 진학지원단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학교학생상담은 물론 경북수시박람회, 찾아가는 대입1:1 컨설팅, 권역별 1:1 상담 다양한 경로로 상담을 하면서 만난 학생들 중에는 진로방향도 안 잡혀있는데 진학만 고민하고 준비해온 경우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심지어 2년간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며 학교생활을 정말 충실히 해왔는데 자신의 진로와 맞지 않음을 발견하고서도 준비해온 것이 있으니 3학년까지 꾹 참고 마무리해서 종합전형으로는 준비해온 진로로 원서를 쓰고 자신이 정말 가고 싶은 학과는 교과전형으로 쓰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 지용기 교사는 <진짜 학종, 진짜 진로, 진짜 대학>에서 학종에서 교사의 역할을 알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책<진짜 학종, 진짜 진로, 진짜 대학>이 출간된 지 2개월간 전국 진로진학상담교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진은 책표지.

물론 진로고민을 하루에도 수차례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수시로 바뀌는 학생들에게 으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지만, 한편으로는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대학가는 하나의 입시수단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동료선생님 아들의 경우도 수학교사를 꿈꾸고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준비해오고 있었는데 학생도 자신이 정말하고 싶은지 확신도 들지 않고 학교생활에서도 조금씩 지쳐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 선생님이 고3 지도 경험이 적거나 고3 부장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클러스터학교, 스팀학습, 고교학점제 등 한국 교육에서의 다양한 변화를 앞서 실천하면서도 이를 입시에 활용해 성과도 잘 내는 베테랑 교사였지만 당신의 아들은 정말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 ‘자기 자녀 지도가 가장 어렵다’는 여러 선배교사들의 말이 맞는가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생에게 준 첫 번째 과제가 먼저 <진짜 학종 진짜 진로 진짜 대학> 책을 읽고 가장 본인 마음에 강한 울림을 주는 내용을 바탕으로 소감문을 써오게끔 하는 것이었다.

진로고민을 하는 학생에게 교사인 내가 알고 있는 진로지식을 바탕으로 적절한 사례를 들어서 길을 안내해주곤 했었는데 사례가 늘 부족하단 생각을 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이 알고 있었으나 원래 잘하는 경우로 인식되는 너무나 모범적인 사례여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봐서는 ‘원래 잘하는 학생들의 모범사례’ 정도로 인식되어 따라 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달랐다. 학생들이 간절하게 꿈꿔온 것들을 신바람 나게 학종이라는 전형을 이용해 이뤄가는 모습, 치열하게 진로고민을 하고 해결점을 학종으로 찾아가는 모습, 학교생활에서 실패한 것처럼 자퇴, 포기 등을 해 많이 돌아가는 듯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바른 길을 찾아가는 그러한 모습들이 아주 생생하게 나타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는 어렸을 때부터 가져온 생태계 관찰 경험을 이어서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책을 써낸 대학생 작가의 현재진행형 진로발굴기를 필두로 하는 학생들이 학종으로 진로를 발굴한 사례들이다. 두 번째 파트는 특목고 진학 후 자퇴한 딸아이, 음악을 하겠다고 대학을 가지 않은 아들을 둔 엄마가 자녀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내용부터 해서 다양한 진로극복 수기들로 구성돼 있다. 세 번째 파트는 진로적성 탐색 발굴활동지로 돼 있다.

동료 선생님의 아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두 번째 파트에 있는 남들은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하는 의대를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적성을 발견해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수기였다. 책의 사례처럼 부모님도 자신에게 교대진학을 요구했었고 성적이 국어, 영어성적이 받쳐주지 않자 고등학교 때는 사범대로 가서 수학교사를 하라고 했단다. 나 역시 세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녀가 조금이라도 안정된 길을 가길 바라는 동료선생님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잘못된 길을 계속 가게 할 순 없었다. 부모님의 생각만 따라 가다보면 언제가 더 크게 깨닫고 깨닫는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 수 록 훨씬 더 많은 길을 거쳐 돌아와야 함을 알기 때문이다.

소감문을 받고나서 이 학생과 같이 책의 290 페이지 직업세계의 이해에 나오는 활동을 일부 변형해 해보았다. 함께 작성해가는 과정에서 숫자와 그래프를 좋아하는 이 학생이 정말 행복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는 직업군이 금융업계 쪽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공적합도면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요?” 많은 학생들을 상담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진로희망을 바꾸고 활동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진로분야를 찾아갈 때 전공적합도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학생부종합전형이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진짜 학종, 진짜 학종, 진짜 대학>의 학종생각 17에서도 나오듯 2015 개정교육과정이나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고려해보면 단순히 전공적합성 보다는 ‘계열적합성’, ‘관심분야 몰입도’, ‘탐구 활동력’ 등이 더 적합한 용어이다. 다행히 계열적합도 측면에서는 학생이 1학년 때 준비한 수학교육과와 금융공학과가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다시 학교생활에 의미를 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금융, 경제수학분야를 더 열심히 찾아가며 탐구해보고 많은 활동을 통해서 경험해볼 것을 당부하면서 상담을 마쳤다.

이후에 들으니 전에 보다 훨씬 더 학교생활이 재미있고 집에서도 경제관련 신문, 영어기사도 읽고 강연도 들으면서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있단다. 부모도 일방적인 욕심을 접고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을 존중해주고 응원주니 요즘 같이 행복할 때가 없단다. 이처럼 학생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게 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지고 학생, 학부모가 모두 행복해진다.

학종지도에 있어서 자기반성

고3 진학지도 경험이 풍부하신 베테랑 선배님들과 비교하면 일천한 경험이지만 근무한 학교에서는 6년이라는 고3 경력이 많은 축에 속해서인지 스스로 학종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고3부장을 할 때에는 학생 전체 지도에 관여를 하면서 학생주도가 아닌 학년주도로 학생부종합으로 이끌어 성과를 내려고 하기도 했었다.

고3 담임으로 처음 근무한 학교는 비평준화 지역의 가장 성적이 낮은 인문계고등학교였다. 공단지역과 가까워 야간근무하는 부모님이 많아 학교 학생들의 하교이후 생활지도나 교육지도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폭력, 교칙위반이 빈번히 발생하는 학교여서 학사운영에 많은 부분이 생활지도에 맞춰져 있었다. 학생들의 성적분포도 양극화가 심했다. 내신성적을 잘 받기위해 온 학생들과 실업계 고등학교를 떨어지고 온 학생들의 엄청난 실력 차이는 수업을 들어가는 교사들 마다 누구에게 맞춰 수업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공부 잘하는 학생은 적당히 해도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공부를 중간이하 하는 학생들은 어차피 열심히 해봐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학생들은 적당주의, 대충주의에 물들어갔다. 이런 학교 분위기에서 자연히 학생들은 받은 내신점수로 교과전형 중 최저등급이 없는 대학으로 진학하려고 했다.

2014년, 때마침 입시경력이 아주 풍부하신 3학년 부장선생님이 오셨고 함께 동고동락하며 2년을 배우면서 교과전형 위주 입시를 생활지도를 염두에 둔 학생부종합전형 체제로 바꿔갔다. 때론 학생들 학생들의 프로젝트 점검, 이를 수행평가에 반영해 채점, 관련 내용을 교과 세부특기사항 기재 그리고 학부모상담까지 줄이어 집에도 안 들어가고 며칠을 학교에서 잔 적도 있었다. 학생들 생활지도도 해야 했기에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과 주말에 등산, 배드민턴, 탁구, 자전거 라이딩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그룹을 형성해갔고 이 학생들에게 멘토학생들을 붙여주어 기초학습지도도 이뤄지게 했다.

이러한 교사의 노력들을 알고 잘 따라 오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까지 자신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뭔가를 이뤄본 경험이 부족했고 공부를 어느 정도 한다는 학생들도 대부분 학원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교사가 개입해 활동을 할 것을 권하고 학생이 따라오고 또 중간 중간 교사가 확인해하면서 학생의 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이 됐다. 교사주도의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교가 되면서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빡빡해졌고 지도하는 교사들도 힘들어 했지만 괄목할만한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개교 13년 이래 처음으로 연세대, 고려대 합격자가 그것도 2명씩이나 나왔고 교대합격자 3명 그밖에 수도권 대학합격자가 50명이나 나왔다. 비평준화 지역의 최하위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이뤄낸 대 반란과 같은 결과이다.

누가 뭐래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한 몸부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최저등급도 간신히 통과해서 가능한 경우였지만 1단계 서류합격도 그전에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교대의 경우는 최저등급 없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으로만 합격한 것이다. 이 때부터 ‘교사가 열정을 보이면 학생들이 따라오고 또 다양한 교육활동, 프로그램이 생기부가 잘 기재되면 대학진학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학종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내게 자라게 된 것 같다. 그렇게 고3 담임을 계속 이어오다가 고3부장까지 맡으면서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주자는 생각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계획했다. 산림조경학과로 진학하려는 학생을 위해서 산도 오르고 나무도 심었다.

수의예과 진학희망학생을 위해서는 시청과 협력해 동물 안내표지판도 설치하고 생태터널도 만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자전거도 타고 헌혈도 하고, 지역사회 100km 걷기활동도 했다. 토요 학습동아리 운영에 학년 및 학급 특색활동 운영까지 철저하게 관리했고 그래서 학교에서는 열혈교사, 열정이 넘치는 교사라고 불리기도 했다. 학교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사가 관여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인식해왔었다. 주변에서 인정도 해주고 스스로도 만족을 하긴 했지만 과연 내가 그때 행복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학생들 자기소개서 지도까지 끝나는 10월이 되면 입안은 온통 성한데 없이 부르트고 피가 날 정도로 몸은 지쳐있었다. 3월부터 약 7개월을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때는 학생을 위해서 학종을 하면 원래 학교가 힘들구나, 그것이 당연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작년에 몇 년 전 학종으로 대학진학을 졸업생 한명이 다시 수능을 보겠다고 왔다. 2학년 때까지 내신성적이 최상위권 이었던 학생인데 2학년 때 진로에 맞지 않음을 발견하고도 그동안 준비한 것이 아까워 3학년 때도 그동안 준비해온 진로에 맞춰 열심히 준비해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는데 다시 시험을 본다니 내 마음이 다 아팠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내 자신의 만족감에 도취됐던 것 같다. 학생의 인생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해주고 학생, 학부모가 조금 더 나은 성과를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학생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다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었다.

<진짜 학종, 진짜 학종, 진짜 대학>은 학종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학생이 주도가 돼야 정말로 힘이 생기는구나!’. ‘학생이 주도가 돼야 학생이 행복하게 되고 결국 교육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해진다’ 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의 좋은 점은 힘들게 또는 많이 돌아서 자기의 적성, 자신의 진로를 찾은 학생들이 비로소 멋진 대학생활을 하고 또 졸업해서 자신의 길들을 잘 찾아가는 모습들이 나와 있다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라고만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텐데 그렇게 해서 대학입학 이후의 삶이 더 멋지게 열리고 그 이후에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자기주도 진로발굴의 힘, 그리고 진짜 학종의 힘을 보여준다.

학생 진로지도에 신경 쓰는 이유

나의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농어촌 학교 교사였는데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했다는 것이 의사라는 꿈을 꾸게 했다. 물론 내 소신이 분명하지 않았기에 부모님과 중학교 선생님의 권유에 이끌려 힘든 인생을 살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겠다. 고등학교생활 내내 열심히 공부만 한 탓에 학교생활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고 힘들었던 기억만 남는다. 기숙사생활을 하며 보통 새벽 2시에서 3시는 되어야 잠자리에 들었고 시험이 다가올 때는 밤새 공부하고 학교에서 버티는 강행군을 3년간 이어갔다. 국가적으로 IMF가 수습되고 난 직후 시작한 고교생활이어서인지 공부 잘하면 의대, 치대, 한의대, 사관학교, 최소한 교대는 가야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살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들이 학생들 사이에 팽배했다.

비평준화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학교였는데 문과 1등한 녀석도 서울대 법대를 포기하고 한의대로 진학했었다. 내 경우엔 의대를 목표로 공부했지만 생각만큼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약대로 진학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6개월도 안 되서 그만두고 재수, 삼수를 거쳐 사범대로 오게 됐다. 재수, 삼수를 거치면서 고등학교 때 하지 않은 진로고민에 방황을 거듭하면서 결국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온 사범대로 진학을 했다. 남들이 봤을 때는 그 점수면 서울 최상위권대학은 충분히 갈 수 있는데 왜 지방의 사범대로 갔는가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에서 그때부터 다른 사람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을 살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못한 여러 운동도 하고, 주말이면 한국의 100대 명산을 다니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봤다. 해외교환학생, 문화교류, 연수단, 해외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선정돼 국비로 여러 나라를 다녀올 수 있었고 ROTC훈련을 받아 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전역 후에는 1년 만에 임용고시에 합격해 그토록 바라던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 됐다. 앞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이 ‘학생들이 나와 같이 삼수하는 일은 없게 만들자’였다. 내가 고등학교 때 ‘아무리 경기가 어렵고 전망이 좋지 않아도 여러분들이 원하는 진로만 찾으면 다 살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학생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선생님이 계셨더라면...’하는 아쉬움은 나로 하여금 학생들의 진로에 많은 관심 갖게 만들었다.

물론 그때 당시 선생님들은 가르쳐주시는 것에 있어서나 인품 면에서도 너무나 훌륭하신 분들이었다. 하지만 정시위주 대입체제였기에 수능 전까지 공부하다가 수능성적표를 받고 성적에 맞춰 대학 원서를 썼기에 늘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는 일단 성적을 잘 받는 것이 먼저였다. 그래서 고등학교로 오면서 학생들과 수시로 산도 타고 헌혈도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학생들의 진로를 들어보고 또 고민해본다. 어쩌면 고교시절의 아쉬움이 나를 더 적극적인 교사로 만들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부족함을 인정하고 변화되어야할 때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관심이 높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면 활동이 있다면 무엇이든 다 마련해주는 소위 알라딘의 ‘지니’와 같은 교사가 됐다고 착각을 하고 있을 때 내가 간과한 것이 바로 ‘학생주도의 진로발굴’이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학생의 진로에 끊임없이 관심가지고 상담을 통해서 또 사제동행활동을 하면서 여러 길을 안내해주고 학생의 성향을 파악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면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될 것 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는 학생들의 진로를 보고 학생들에게 필요할 것 같은 여러 가지 학교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주고 참여시켜서 활동하면 이러한 것들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자소서에 활용돼 결국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진짜 학종, 진짜 학종, 진짜 대학>책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입시수단으로 전락한 학종준비는 대학에서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이 책을 읽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됐다. 학생들이 먼저 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간절히 바랄 때 까지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정말 뭔가를 했으면 좋겠는데...”하고 답답할 때는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한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제자들에게 읽히는 필독서가 된 것이다.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 느끼는 바가 있는지 비로소 내게 묻고 뭔가를 찾으려 한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라는 격언처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찾을 때 교사가 도움을 주고 학부모가 한 마음이 돼 힘을 실어 준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결과를 지켜봐야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행복하다는 것이다. 내 열정만가지고 학생들을 다그치며 끌고 갈 때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감이다. 그래서 학생이 주도가 돼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할 때 학생이 행복해지고 결국 교사도, 학부모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본다.  <지용기 고등학교 영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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