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이론위주 대학들, AI 등 혁신기술 체험 확대해야

"대학 진짜 위기는 사회와 기업의 외면"

▲ 제21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 `경영학 학술지의 발전 방향` 세션 모습. <사진출처 : 매일경제>

[매일경제] "벤처 사업가 출신 벤 넬슨이 세운 미네르바스쿨, 프랑스 이통사 `프리`의 그자비에 니엘 회장이 설립한 에콜42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만들기로 한 SK대학까지 각국의 부호·기업마다 직접 대학을 차리고 있습니다. 오늘날 기존 대학이 처한 진짜 위기는 인구절벽도 반값 등록금도 아닌 기업과 사회의 외면입니다."

2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제21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경영대학 혁신`을 주제로 기조발제자로 나선 조동성 국립인천대 총장은 한국 대학이 처한 현실을 이같이 평가했다. 연이어 열린 세션에서 `한국 경영대학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에 참석한 경영학자들도 한국 경영대학이 한국 사회와 기업에 주는 영향력이 떨어지고, 빠르게 변하는 경영 환경과 사회상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론위주로 가르치는 대학들, AI 등 혁신기술 체험 확대해야

경영학자들은 교육과 연구 두 가지 부문에서 한국 경영대학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은 "과거엔 기업체에서 경영대 졸업생들을 많이 채용했지만 최근 공채에선 서류전형 문턱을 넘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며 "경영학을 전공해도 타 전공자들과 비교해 차별성이 없으니 기업들도 더 이상 경영대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실태를 전했다.

한국 경영대학 교육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기업현실과 경영교육 콘텐츠 간 괴리가 크고, 온라인 MBA 확대와 학제간 융합교육 프로그램 부재 등이 손꼽혔다. 김 학장은 "경영학이 상식처럼 되고, 유튜브로 해외 명문대 경영학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게 되면서 타 전공 대비 차별성이 없어졌다"며 "2000년대 이후 기업들이 국내 경영대 교수에게 컨설팅이나 프로젝트 참여 요청을 선호하지 않게 되면서 교수진의 실무 감각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홍철규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장도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해 전혀 배우지 못한 경영대 졸업생들이 현대차에 취직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겠는가"라며 "교수들의 현장경험과 신기술 노출 기회가 매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경영학 학술지도 위기에 빠졌으며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영학자들의 목소리였다. 21세기 경영학 학술지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경영자들이 학술지를 읽지 않는다"며 "논문의 주제가 너무 세분화돼 경영자가 읽기에 부적합하고 샘플 수가 부족해 (문제에) 답을 주지 못하거나 의미 없는 결론을 가진 논문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재무분야의 경우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한 핀테크 주제 관련 연구가 증대돼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 관련 주제를 학술지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간 시스템을 개선해 완전한 온라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평가 순위를 우선시하는 왜곡된 대학내 인센티브 구조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2019년 QS대학평가 비즈니스&매니지먼트 부문에서 국내 경영대 순위는 33위 서울대를 필두로 50위 고려대, 51~100위권에 KAIST·성균관대·연세대, 101~150위권에 한양대 등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장석권 한양대 경영대학장은 "대학평가 순위 같은 지표에 매몰돼 있으면 대학혁신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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