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서울대 의대 교수, 박한수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말하는 의대의 새로운 가치

▲ 이재영 서울대 의대 교수(왼쪽)와 박한수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의대생의 절반은 바이오사업의 기업가의 꿈을 꾼다고 말한다. 서울대 의대의 창업과정 개설도 의대의 새로운 가치창출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사진 : 서울대 메디슨/광주과학기술원>

[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 의과대학을 진학하면 의사나 교수 진로만을 고집하는 한국 풍토와는 달리 미국은 바이오헬스케어 창업을 하려는 전공자가 많다. 미국 박사과정 학생중 절반은 창업이나 연구를 자연스레 바이오 사업으로 연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의과대학의 글로벌 추세에 서울대가 동참한다. 서울대 의과대학 개교 처음으로 정규수업 과정에서 ‘창업’을 가르치는 수업이 개설된다. 보수적인 국내 의료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의대에 몰리는 우수 인적자원을 사회 전반에 폭넓고 효율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창업과정을 정규수업에 주도적 역할을 맡았던 이재영 서울대 의대 교수(연구부학장·사진)는 “의사보다 과학자 혹은 혁신적인 창업가가 돼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방법론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창업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개척한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 유전체 분석시장 세계 1위의 마크로젠의 서정선 회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 벤처 1세대들이다.

이들 1세대들은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박한수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각자대표는 서울대 의과대학 재학중에는 ‘당연히 의사를 해야지’ 했지만 서정선 교수가 마크로젠을 창업하는 것을 목격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하며 바이오 회사 창업을 꿈꿨다고 밝히고 있다.

박 각자대표는 하버드대에서 인간 유전체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잭슨랩유전체연구소에서 실험용 쥐로 신약 개발 유전체 연구를 하다 귀국 후 서울대 의대 동기 경영학석사(MBA) 배지수씨와 의기투합해 지놈앤컴퍼니를 창업했다. 서울의대 동기인 200명중 의사와 교수가 아닌 창업 기업가는 이들 2명 밖에 없다.

이 교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에 들어온 학생도 있지만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의과대학을 진학해야 한다는 한국 풍토 때문에 의대에 온 학생들도 적지 않다”며 “이런 학생들이 스스로 재료과학, 물리학 등의 강의를 찾아서 듣기도 하는데 의대 교육만 고집하면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할 수 있다”면서 창업교육 과정을 의과대학 정규수업에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가 진행하는 창업수업은 의과대학 6년 과정에 1년을 더해 7년 교육을 거치면 경영학, 법학, 보건학, 공학 등 석사를 함께 취득한 의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한다.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인 ‘디캠프’와 협업해 만든 과정으로 혁신과 기업가정신, 선도적 혁신, 혁신을 위한 단순화 전략, 시장가치 창출 등 4개 주제로 수업이 진행된다. 주제별로 차기철 인바디 대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양상환 네이버 D2 센터장 등 창업가가 초청강의를 한다.

창업교육과정과 관련해 단순히 창업하는 방법이 아니라 혁신적 사고방법과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고 이를 통해 사회에는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등을 가르치게 된다. 기업이 단순히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 가치를 창출해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의과대학생들이 훨씬 건강한 기업관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영 교수는 “서울대 의대 입학생 중 정말 창의적이고 뛰어난 인재가 있는데 예전 같으면 공대나 자연대에 갔을 학생들”이라며 “의사만 하기에는 국가적으로 볼 때 아까운 인재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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