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균 강사 vs 이재은 대학 교무처 관계자

  [이슈논쟁] 연구·교육이라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지키려면

▲ 김진균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 대변인>

 

8월에 시행될 개정 강사법의 정식 명칭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강사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2011년 이명박 정권은 고등교육법 중 강사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법률안을 입안하였는데, 이에 앞서 사학법 개선 반대로 승기를 잡아 집권한 당시 여당은 오히려 강사 대량 해고를 유발하는 기발한 전략을 구사했다. 우리 사회는 그것을 ‘개악 강사법’이라 부르며 막아왔으나 박근혜 정권까지 유예와 개악을 반복하며 끈질기게 되살아나서 2019년 시행을 예고하고 있었다.

다행히 탄핵 정국을 거쳐 집권한 현 정부 여당은 개악 강사법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수용했다. 강사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대학단체와 강사단체 간의 합의를 이끌어냈고, 국회에서도 이 합의에 기반하여 개악 강사법의 독소 조항들을 제거한 개정 강사법을 만들어주었다. 법률 밖에서 자의적으로 활용되던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보장하고, 1년 단위 계약을 통해 퇴직금과 방학 중 임금을 보장하며, 건강보험을 제외한 3대 보험에 가입하도록 해 미흡하나마 일정한 제도적 진전을 이루게 됐다. 사회적 우려를 악용하여 개악안을 창출한 이전 정권의 강사법을 정부와 국회 그리고 대학과 강사가 합의를 통해 개선의 방향으로 겨우 수습해놓은 것이 지금의 개정 강사법이다.

그러나 개정 강사법의 합의 주체였던 대학 당국이 강사법 시행에 따른 비용 증가를 핑계로 강사를 해고하고 강좌를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대학 당국은 비용이 부담된다고 하지만 정부는 강사 처우 개선 예산을 편성했고 앞으로 추가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등록금 동결로 재정 운용 여력이 없다고 하지만 대학들의 적립금은 8조원을 넘나든다. 교육부가 강사 대량 해고 대학에 재정지원을 제한하겠다고 했으니 강사 고용안정에 적극 노력해야 재정지원을 받고 비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터인데, 어찌된 일인지 강사 대량 해고로 방향을 잡은 대학들이 적지 않다. 구조조정은 강사법 시행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인문사회계열은 학생 25명당 교수 1명, 의학계열은 8명당 1명 정도로 설정되어 있는 전임교원 확보율이라는 것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5.8명에 비해서도 한심한 기준이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이마저 준수하지 않아서 평균 학생 30명당 교수 1명 수준이다. 짐작보다는 어지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통계에는 열악한 처지의 비정년트랙 계약직 교수들과 강의가 거의 없는 의대 교수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강의를 하는 정규직 교수만으로 통계를 잡아보면 이 수치가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추락할지 알 수 없다. 이처럼 겉보기만으로는 적당히 오해할 만한 불편한 진실들이 대학들에는 적지 않다. 입학제도만 복잡한 게 아니라 회계 구조와 인력 구조 및 학과 구조마저 복잡하게 만들어서 교육부조차 대학의 사정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전망을 잃은 강사들이 절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복잡한 구조 안에서 대학들은 돈 안 되는 학문 영역은 축소하고 돈 되는 영역에는 비정규직을 투입하여 이익을 추구해왔다. 대형 강의와 인터넷 강의를 도입하고, 정원 외 입학생을 폭증시키고, 대학원 등록금을 앙등시키고, 평생교육원을 확장하며 이익을 추구했다. 시민들이 민주화를 통해 확보해준 자율성을 대학은 이윤 창출과 그에 따른 학문 기반 파괴의 방향으로 남용해왔다. 전임교원 확보율 같은 최소한의 규정도 예사로 위반해왔던 것이다. 복잡한 구조 탓에 대학 당국의 반칙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학습의 결과로,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급기야 강사법이라는 사회적 합의마저 뒤집으려고도 한다.

대학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비용을 핑계로 강사를 몰아낸 대학에서 강의를 잃은 강사들만이 아니라 전임교원과 학부생과 대학원생 모두 연구와 교육의 실종을 체험하고 있다. 전임교원들은 성과 경쟁의 피로 위에 초과 강의의 과로로 내몰리고 있다. 강좌를 줄인 대학에서 학생들은 소수 첨단 학문은 물론 필수 강좌에까지 번진 수강신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선배들이 쫓겨난 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예견하며 좌절하고 있다. 대학 운영 예산의 1%도 안 될 강사법 시행 비용 때문에 구성원 모두를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대학 당국의 경영능력 파탄을 보여주는 것이고, 강사법을 회피하기 위해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핵심 가치를 방기하는 것은 대학 당국의 도덕성 파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동안 전임교원 인건비의 1할 이하를 받으며 연구와 교육의 절반을 담당해오던 강사에 대한 가혹한 착취를 조금이나마 개선해보자는 사회적 요구를 올바로 수용한다면, 대학 당국은 강사 착취에 기반하고 있던 잘못된 회계 구조를 바로잡는 적극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행 지출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지 없이 구조조정이라는 오답만 붙들고 있다면 대학은 자멸의 나락으로 접어들어 사회의 걱정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대학 당국이나 대학 구성원들은 모두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여 고등고육의 공공성을 오이시디 평균만큼이라도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데에는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학이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로 전락해서야 재정 확대를 추진할 여론이 형성될 수나 있겠는가.

[이슈 논쟁] 고용 유연성 없앤 강사법 자체 모순이 문제

 

▲ 이재은 <전국대학교 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 회장>

교육부에서는 ‘강사법’ 시행령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여 입법 예고된 그대로 시행될 것을 전제로 ‘대학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시행되는 강사 관련 법령들이 강사 쪽의 요구를 중심으로 반영됨으로써 대학의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시간강사는 원래 젊은 학문후속세대들이 전임교원으로 임용되기 전 교육 경력을 쌓기 위한 수련 과정의 성격을 지녔고 판례에서도 강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강사를 고용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계속 신설되던 대학들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체되면서 신설 대학에 일자리를 잡지 못한 강사들이 수련생 수준의 낮은 처우를 받으며 안착한 직업군으로 변모했다. 이에 국회 차원에서 강사법령 개정을 통해 대학에 모든 강사의 신분 안정화와 처우 개선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강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신분 보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우려한다. 대학은 교육과정의 개편을 통해 새로운 학문 트렌드를 반영한 신진 인력이나 신규 과목, 융합 교과목으로 대체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고등교육 목표에 따라 보통 4년을 주기로 먼저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개편한 뒤에 해당 교과목 강의가 가능한 교수 및 강사를 배정한다. 이 개편 과정에서 강사들이 일시적으로 필요하다가도 과정이 폐지되면 강의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강사법에서는 강사를 신분이 안정화된 인력으로 최대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여야 하고, 이후에도 재임용 등의 절차를 진행하여 고용의 안정을 고려했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대학 교육과정이 학생 수요자 중심보다는 공급자 중심으로 편성될 여지가 높아진다. 왜냐하면 고용의 유연성이 없는 만큼 교육과정을 짤 때 (이미 고용관계에 있어서) 강의를 맡길 수 있는 교수·강사의 강좌 중심으로 구성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대학이 모든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학습자를 위한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자 한다면 신규 교수·강사를 충원해서 배정해야 할 것이고 과거 교육과정도 유지할 수밖에 없어서 방만한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또 강사의 1년 미만 임용 사유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강사법의 내부 모순이 강사들의 강의 배정을 꺼리도록 하고 있다. 대학은 특성상 강사의 임용 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다. 교수의 병가·출산휴가·휴직·파견·징계·연구년 기간을 대체할 교수자가 필요한데 과거에는 대부분 강사에게 돌아가는 자리였다. 특히 6년마다 1년의 연구년이 부여되는 전임교원의 강의는 대학 전체 강좌의 15%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강사가 대학 전체 강좌의 23%를 맡아왔기 때문에 강사가 담당하던 강좌의 65%나 된다.

그런데 이제는 강사에게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강사를 고용해 맡길 경우 다시 대학에 복귀하는 시점에는 정작 본인이 맡을 강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학에서 강사를 임용하려고 하더라도 학기 중에 발생하는 교수의 6개월 미만 병가·출산휴가·휴직·파견·징계를 대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채용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공개채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겸임·초빙교원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학이 의도적으로 강사 고용을 축소하고 있어 ‘대량 해고’라고 하지만, 법률의 지나친 제한 때문에 기존에 강사가 담당하던 이런 형태의 강좌가 전임교원이 맡게 되거나 1년 단기 임용이 가능한 겸임·초빙교원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적절한 경과 조처 없이 8월1일부터 일시에 시행됨에 따라 3년의 재임용이 보장되는 강사를 채용하게 되면 3년이 지나는 학기에만 각 대학에서 대대적으로 채용 각축전이 일어나고 나머지 학기에는 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한정된 시점에 채용되지 못한 강사나 불행한 시기에 학위를 취득한 학문후속세대들은 강의 기회마저 갖지 못하게 된다. 교통이 불편한 대학은 복수로 합격한 강사들의 순차적인 이동으로 학기 시작 직전까지도 강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하게 된다.

그 외에도 강사들이 점진적으로 전임교원으로서의 지위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소청심사 청구권과 재임용 절차 보장을 함으로써 대학이 분쟁의 장소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점,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돼왔고 그만큼 대학 재정은 피폐한 상황이라는 점도 강사의 임용을 꺼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대학에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하고, 대학 등록금을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10년 전만 해도 대학생 1명당 교육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70%에 육박하다가 최근에는 60% 수준을 밑도는 저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등교육이 저비용으로 운영되는 만큼 고등교육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가 대학의 현실과 구성원의 입장,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고려해 앞으로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고민할 때다. ※ 한겨레신문 이슈논쟁 ‘강사 구조조정’을 전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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