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보고서 "정시선발 확대, 또다시 교실붕괴로 역행" 지적

▲ 주요대학에서 2022년부터 30% 권고안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대는 "정시확대는 교실붕괴로 역행"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 2022년 대학입시 입시계획안을 법정고시 기한보다 일년 앞당겨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정시모집비율 30%를 축소해달라는 요구가 서울 주요대학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2020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은 지 7개월만이다.

당시 개편안은 '수능위주 정시전형을 30% 이상 확대하라'는 것이 요지였다. 교육부는 이 개편안에 따라 전국 198개 대학의 정시 수능 선발인원이 현행2020학년도에서 6만9291명에서 7만4645명으로 최소 5300여 명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요대학들 중심으로 30%이상 정시선발을 완화내지는 철회해달라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대학들의 이런 요구가 그대로 목격된 곳은 지난 20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에서다. 이날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은 "교육부의 급박한 정시 30%이상 확대는 각 대학이 수시전형 확대에 맞춰져 있는 전형구조에서는 매우 힘든 요구다. 교육부에서 대학들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 봐 현장의 요구를 수렴해 주길 바란다”고 제기했다.

서울대 보고서, "정시확대 절대 안 된다" 지적

또한, 고려대는 수능성적을 안 보는 대상자들은 30%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 대학이 요구하는 대상자의 제외여부에 따라 정시로 125명을 덜 선발해도 된다는 계산이다. 2020학년도에는 총 모집정원 4084명 가운데 정시 모집인원이 16.4%로 670명을 뽑으면 되지만 30%로 늘면 550명이 늘어난 1220명, 수능미시험자 대상제외가 되면 1095명을 선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 2020학년도 대입 서울 주요 10개 대학 수시모집 변동사항에서 성균관대 선발인원 408명 줄고, 연세대 모든 전형 수능최저기준 폐지 됐다.<제공 : 부산일보>

2020학년도를 기준으로 보면 수능위주 전형비율 30% 미만 대학은 전국 4년제 대학 198곳 가운데 35곳(17.7%)이다. 고려대(16.2%)와 서울대(20.4%), 이화여대(20.6%), 경희대(23.0%), 숙명여대(26.2%), 연세대(27.1%), 한양대(29.4%)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이 포함돼 있다.

서울 주요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30%선발 권고안’을 철회내지 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를 서울대 보고서에서 엿본다. 지난해 8월 2022년 입시계획발표 전 당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서울대 총장을 직접 만나 정시확대를 요청했지만 서울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교육부와 맞짱을 뜬 ‘간 큰’ 항변이란 말이 교육계 안팎에서 나왔다. 서울대는 박춘란 차관의 요구에 대해 합리적 거부를 위해 ‘서울대 정시모집 확대(안) 검토결과’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8년도 지원자 전체 성적을 분석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까지 가동했다.

그 결과, 서울대는 교육부의 정시 30%이상 권고안에 대해 대입 안정성 악화, 공교육 붕괴, 지역·계층별 격차심화 등의 이유를 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을 도출했다. 먼저 서울대는 교육부가 요청한 정시확대는 오히려 교육부가 꾸준히 지속하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능의 선발비율이 늘어날수록 교실 붕괴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서울대는 ‘확고한 명분 없이 학생선발 기조 변경시 기존 대입정책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위기를 초래한다’고 보고서에서 제기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 입시정책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일선에 미치는 영향과 혼란이 크다”며 “더구나 정시비율을 늘리는 문제는 파급력이 커서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입학 전공으로 졸업하지 않은 비율)도 늘 것으로 내다봤다. 중도탈락은 과를 옮긴 뒤 다른 전공으로 졸업하거나 학교를 아예 자퇴한 경우다. 서울대가 2014학번 학생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시 일반전형 합격생들의 중도탈락률은 11.5%로 수시 일반전형 합격생(4.1%)에 비해 7.5%포인트 높았다.

서울대의 보고서에 나타난 공공성의 우월성 이외 수시모집이 정시모집 보다 우수학생 선발하는데 유리하다는 점도 정시 30% 이상의 룰 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포스텍에서 볼 수 있다.

포스텍, 수시축소 요구에 고교교육기여사업 재정지원 포기

포스텍(포항공대)은 2010학년도부터 신입생 전원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정시모집이 아예 없다. 포스텍이 철저히 학종중심 선발을 고수하는데에는 급변하는 미래과학계를 이끌 창의적 인재선발에는 4지선다형의 문제의 답을 맞히는 것보다 학업 및 생활태도, 열정, 인성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평가를 통해 향후 발전가능성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포스텍은 교육부가 정시모집 30% 이상 실시와 연계해 고교교육기여사업대학을 선정하겠다고 밝히자 고교교육기여사업대학 재정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정시모집 선발은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들이 포스텍처럼 모두 재정적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교육부의 대입개편안 발표 직후 수능비율 30% 미만 대학들은 정부 권고에 따라 전형별 선발비율을 조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일부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대신 학생부교과전형과 논술전형 선발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이상의 권고안을 따르지 않을 경우 대학당 수억 원 안팎 규모의 고교교육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아예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대학들은 우수학생 선발에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의 정시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재정지원사업의 유혹을 뿌리치기에는 한국 대학의 재정적 열악함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필요한 취지에 대해 많은 대학이 인정한다. 그러나 운영상의 문제로 ‘깜깜이 전형’이니,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우며, 지난해에는 수시전형 축소 권고안마저 나왔다.

김인환 소장은 ”정시 30% 이상선발 권고안은 당시 집권 여당의 지방선거의 정치전략으로 나왔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이제서라도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전형으로 진학한 경우를 학생의 입장에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측면에서 철저히 비교해 흔들리지는 않는 입시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