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자체조달 동원 한계...“중기, 연구개발과제 참여로 실업난 해소” 지적

▲ 금융권에서 대학에 빅데이터 인력을 애타게 찾고 있지만 해외 기업과 IT기업에 밀려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픽 : 문화일보>

[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 금융권 최종승부는 ‘데이터’이고, 이에따라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권에서 대학의 빅데이터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는 인력수급을 해소해 주면 대학발전기금을 내겠다는 제안도 건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성화에도 취업을 앞둔 학생들의 금융권 관심은 시큰둥하다. 국내 업체보다 서너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해외 기업에 눈을 돌리고, 다음은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에서 인력을 데려가다보니 금융권은 늘 후순위로 밀린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 승부는 ‘인재 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국가나 기업 모두 혈안이 돼 있어 대학에서 인력을 수급하려 하지만 고질적인 의과대학 쏠림 과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에만 목을 매는 기형적 구조가 장기화하면서 첨단산업분야 ‘구인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결국 자체 육성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대학들과 손잡고 실무교육 위주의 산학협력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정규교육 후취업’이라는 일방적인 인재조달 시스템이 ‘채용연계 사전교육’ 또는 ‘취업후 사내교육’ 등 상시육성 체제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LG CNS는 2014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공학’ 과정을 시작했다. 최근 이 과정을 마친 졸업생 2명이 처음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SK C&C는 서울대(50명)와 고려대(30명)에 각각 AI 관련 대학원 과목을 개설하고 ‘누구’ ‘에이브릴’ 등 SK그룹이 가진 AI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삼성SDS는 성균관대에 ‘데이터사이언스 융합학과’를 60명 규모로 신설했다. 김태영 SK C&C 기업문화 부문장은 “AI를 비롯한 미래 기술역량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채용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산학장학생 등 선제적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빅데이터 최근 디지털전환과 함께 빅데이터 활용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결제망이 핀테크 기업에 오픈 되는 등 금융과 IT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 지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금융사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금융권 역시 AI와 빅데이터 등 IT기술을 받아들여 디지털 금융사로 급전환하는 추세다.

이렇다보니 금융사들이 가장 분주하게 대응하는 분야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 분야는 기존상품과 연계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핫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금융회사들은 고객 정보를 다양한 관점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해 낼 수 있는 강력한 기능을 가진 플랫폼을 원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금융회사는 시장 적시성있는 마케팅에서 성과를 낼 것이고, 후선으로 이어지는 대출심사도 훨씬 더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금융지주회사 계열사들간의 고객 DB공유 제한이 해제되면서 대형 금융그룹의 빅데이터 플랫폼의 위력은 한 층 더 배가되고 있는 것도 빅데이터 인력의 중요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 KB금융은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생체인증을 결합한 3팩터 사이버테러 방지 시스템을 공개했다.

카드사들은 방벚을 찾다 빅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도출하기 위한 산학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대학 및 연구소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방법론 및 기술을 공동개발 하는 한편 빅데이터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질좋은 외부 데이터 확보를 위한 이종산업간 협력도 진행중이다.

지난해 4월, KB국민카드는 IT직무 관련한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했다. 모집 인원은 비록 7명 내외에 불과했지만 학력, 성적, 성별, 나이 등에 관계없이 IT관련 자격증 보유자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했다. KB국민카드가 수혈하고 싶은 IT인력은 빅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을 이런 방식으로 파격적으로 수혈하지만 IT부문에서 모든 프로필은 파괴하고, 오로지 능력만을 가지고 뽑는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것, 저것 따지고 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앉혔다. 김 교수는 빅데이터, 통계분석, 알고리즘 개발 전문가로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하고 ‘시각화 분석 시스템(VA, Visual Analytics System)’을 도입해 은행내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영업현장에서 활용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기업들은 인재 확보가 비교적 쉽지만 다소 보수적인 금융권이나 비전이 다소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인재들이 기피하는 게 사실”이라면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과제에 대학생들을 미리 참여시켜 인력수급 불균형을 조정하고 청년실업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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