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이 아닌 인권의 긍정 조직으로 다시 세워져야" 지적

▲ 남·여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지난해 10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1984년 한국 대학사회에 공식적인 학생기구로 등장한 총여학생회(총여)가 서울소재 대학중 유일하게 존재했던 연세대를 끝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1만3637명 학생이 참여한 기구존폐 투표에서 찬성 78.92%, 반대 18.24%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총여는 폐지됐다.

한 때 30여개 대학에서 활동하던 ‘총여’가 사라진 배경은 무엇일까? 큰 관점은 사회에서, 대학에서 여성이 더 이상 차별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라는 설명이다. 또한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낮아 소수계층이라는 과거 인식과 달리 대학내 여성과 남성이 대등한 비율이 됐던 구조적인 변화도 총여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또 최근 페미니즘 논의가 사회전반에서 활발해지면서 '백래시'(backlash 정치·사회적 진보변화에 대한 반발)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데 총여가 사라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익명 온라인 공간에서 백래시 움직임이 활발했다. 실제로 대학생 어플인 ‘에브리타임’의 익명게시판에서는 ‘총여’에 대한 비난성 댓글이 쏟아졌다.

실제 총여의 존속 여부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총여가 ‘여성’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보편 인권’을 대변할 것을 요구하는 태도를 취한다. 온라인에서는 익명성이 강조되고, 과거처럼 대자보를 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페미니즘이나 총여에 대한 혐오발언도 쉬워졌던 것으로 해석된다.

여학생 복지사업에 대한 반감도 총여 폐지에 부채질을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학내에서 총여 폐지론자는 ‘학생회비는 남·녀 동일하게 내는데도 여학생만을 위한 여학생전용 휴게실, 생리대배부 등 복지사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은 사회 분위기는 대학내에 ‘학생공동체 붕괴’를 가져와 학생기구의 무의미, 무기력을 앞당겼다고 언급한다. ‘총여’ 뿐 아니라 총학생회 자체에 관심이 없을뿐 아니라, 총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들이 학생들의 대의기구라기보다는 학생복지 압력기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학생회 간부들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대학가에서 총여가 자취를 감추는 이유에 대해 먼저 취업난 등 어려운 사회 상황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학내 기구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 같은 경향이 발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총여학생회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세워지는 중”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권김현영 여성학자는 “총여학생회를 없앤 논리를 보면 이제 더이상 유니온샵 형식의 학생회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접어든 듯하다. 보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학생대표체제에 대한 고민,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386체제를 진짜 넘으려면. 그러니, 총여는 없어진 게 아니라, 다시 세워지는 중이다.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될지 아닐지 그 부분만 불확실할 뿐.”이라고 자신의 SNS에 올렸다.

실제로 권김현영 여성학자의 언급처럼 변신하는 총여가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남정숙 전 성균관대 시간강사가 2015년 당시 이경현 전 성대 문화융합대학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다고 밝히며 1인 시위를 벌이며 촉발된 성균관 미투에서 활동한 학생을 비롯한 독립적인 여학생 기구 필요성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디가)라는 모임을 지난 9월 만들었다.

성균관대 총여학생후보에 입후보했던 노서영씨(23)는 “앞으로 학생회가 아닌 방식으로 학내에서 성평등 의제로 활동과 3월 페미니스트 캠프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서울소재 타 대학들과 연대해 페미니스트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 혐오발언에 대한 법적대응은 물론 혐오발언 규제 필요성을 요구하는 캠페인도 이어나갈 것”이라며 총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2월 동국대·연세대·성균관대 총여학생회는 지난 12월 공동성명서에서 “한 해 동안 페미니즘의 진보와 혐오세력의 반동 가운데서 인간의 안전과 평등, 존엄성을 위해 싸웠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연대의 손길과 함께 했으며 또 하나의 거대한 여성주의 물결을 만들어나갈 가능성을 보았다”며 “우리는 거센 백래시를 맞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틀렸다’고 기꺼이 말하며 다시 경계 밖에서 행동할 것이다. 평등한 사회를 위해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인가, ‘보편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성장통인가”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다. 30여년간 한국 대학사회에서 소수였던 여성의 참정을 대변했던 총여학생회가 시대가 흘러 새로운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총여학생회가 사회의 긍정적인 조직으로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여성해방, 여성차별을 넘어 인간해방과 인간차별의 담론을 껴안을 때 가능해 질 것이다. 총여학생회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해본다.

<자료참조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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