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 "A교수 학위장사 의혹 진상조사 요구했다 오히려 역공" 주장

▲ 故 한덕환 대구예술대 교수(56). 한덕환 교수 사망진상조사대책위는 대학 관계자 4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교육부에 진상조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사진 학교 홈페이지

[U's Line 유스라인 특별취재팀]경북 칠곡소재 대구예술대의 한덕환 교수(56) 죽음에 이 학교 동료교수들뿐 아니라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까지 나서 사인규명 촉구와 학교 관계자 고발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사교련은 교육부에 대구예술대와 재단에 대한 감사를 촉구했다.

한 교수가 숨진 현장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흔적이 있었고, 유서도 발견됐다. 교수의 죽음이 논란이 된 배경은 교수가 남긴 유서다.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엔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랑하는 시각디자인과 구성원 그리고 학생들에게’라는 제목의 유서에는 "학생처장과 학과장 보직을 맡은 A교수가 자격에도 맞지 않고 절차에도 문제가 있는 초빙교수를 뽑으려 해 무산 시킨 후 근거 없는 투서로 진정을 넣어 조사받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학교측이 민원인도 없는 투서를 근거로 검찰조사를 받게 했다”며 “조사내용이 터무니 없고 근거도 없어 무혐의가 나올 것으로 보지만 근거도 없이 검찰조사를 받게 하는 것은 용서가 되지 않는다”, “일단 털어보면 무엇이든지 나올 거라는 식”, “제가 총장 불신임에 찬성을 던져서 괘씸해서…”등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한 교수는 “그동안 학과 전임자의 전횡을 보면서도 인내한 것이 후회된다”며 “재학생에게만 잘하면 된다는 자기편의주의적인 생각을 한 자신이 죽도록 싫었다”고 밝혔다. “만학도 문제의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 등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 내용도 담겼다.

▲ 학내 갈등을 겪는 경북 칠곡군 동명면 다부리 대구예술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故 한덕환 시각디자인과 교수의 노제(路祭)가 25일 오전 대학 교정에서 진행됐다. 한 교수는 지난 22일 오후 7시 49분께 대학 건물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한 교수는 학교측의 전횡과 갑질을 비난하는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사진출처 : 뉴시스>

25일 이 대학 교수에 따르면 대학측은 한 교수 유서 내용처럼 지난 10월쯤 한 교수를 고교생 기능대회 수상과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 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최근 대학 측에도 죄가 없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유서에 “민원인도 없는 투서를 근거로 검찰조사를 받게 했다”, “일단 털어보면 무엇이든지 나올 거라는 식으로” 등의 내용이 검찰수사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모 교수는 설명했다.

교수협의회도 한 교수는 최근 학교 측에 모 처장의 학위장사와 관련한 진상조사를 촉구했고, 부적절한 초빙교수 채용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었으며 지난 10월초 교수협의회가 총장 불신임안을 처리했을 때 찬성한 이유 때문에 학교 측과 마찰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했다. 지난 1월 부임한 총장과 부처장들이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을 사찰하고 감시하는 등 노골적으로 탈퇴를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사교련 측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한 교수가 재직한 대학은 앞서 지난 9월 이 대학교수협의회가 학사행정에 대한 비전문성과 구조조정 계획의 무리한 수립, 교수들에 대한 검찰 고발과 무리한 징계, 감사, 독단적인 재임용 탈락 시도 등 갑질과 폭거가 있었다고 했고, 결국엔 선량한 교수의 목숨을 앗는 비극을 초래했다"며 "교육부는 재단과 대학에 대해 감사해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교수 죽음에 연관된 대학 관련자들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책임을 지고, 교육부는 사유화를 고집하는 대학들의 지원제한 기준을 수립해 즉시 공개하라"고 덧붙였다.

대구예술대 교수협의회 등은 25일 "학위장사 의혹을 받는 교수와 이를 감싼 총장 등 4명을 조만간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와 유족,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한덕환 교수 사망 진상대책위원회는 "한 교수가 지난 2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직접적인 원인과 책임은 이들 4명에게 있다"며 "한 교수 장례식을 마치는 대로 25일께 고발한다"고 밝혔다.

▲ 대구예술대 학생과 교수들이 지난 11월 이 대학 총장 출근을 저지했다. 학생과 교수들은 사학비리를 저지른 총장을 엄벌해달라는 국민청원과 함께 출근저지 시위를 벌였다. 수업시간을 규정에도 없는 40분으로 단축해 시행하면서도 정상적인 등록금을 받는가 하면, 학위장사 의혹, 전국 최고 수준의 등록금에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지급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 11월 학생과 교수들이 총장 출근을 저지하는 모습.

한 교수는 숨지기 전 2개월여 동안 시각디자인과 A교수의 학위장사 의혹을 대학에 알리고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가 오히려 역공을 받았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A교수는 같은 학과 시간강사의 50대 부인 B씨를 3학년으로 편입시킨 뒤 2016년 졸업하도록 도와 학사학위를 줬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B씨가 편입 이후 거의 출석하지 않았고, 당시 학과장이었던 A교수는 졸업작품 심사 요지서까지 조작해 졸업장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시간강사가 A교수에게 용역을 주는 등 금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숨진 한 교수가 학교 측에 이 문제의 진상조사 또는 수사 의뢰를 요청했지만, 학교는 오히려 한 교수를 조사해 달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냈다"고 했다.

실제 한 교수가 지난 10월 학교에 "A교수가 2014∼2016년 시각디자인과 학과장 때 학위장사 의혹이 있으니 조사해 달라"고 했으나 대학은 오히려 "한 교수가 한 고교생의 기능대회 수상과 관련해 금품수수 의혹이 있다"며 대구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대책위는 "진정서 접수 1주일 만에 한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고소·고발이 아닌 진정서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르게 조사가 진행된 것"이라며 "시간강사 사위 2명이 현직 검사이고, 사돈은 전직 검사장이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 교수의 금품수수 의혹을 조사한 뒤 무혐의 처리하고 지난 18일 대학 측에 통보했다. 그러나 검찰과 대학은 이를 한 교수에게는 알려주지 않았고, 한 교수는 4일 후인 지난 22일 학교 복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상직 대구예술대 교수협의회 의장은 "한 교수가 대학 본부에 학위장사 진상조사를 요구했는데 오히려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토로했다"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불의와 싸우려고 했다가 학교 압박으로 반대 상황이 벌어지자 이를 괴로워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협의회 부의장였던 고 한덕환 교수는 지난 10월 초 교수협의회가 총장 불신임안을 처리했을 때 찬성하기도 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즉시 재단법인 세기학원과 대구예술대학에 대해 철저히 감사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며 "교수의 죽음에 연관된 대구예술대 관련자들도 책임을 지고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예술대는 학생 1천200여명, 교수 42명으로 교수 중 24명이 교수협의회 소속이다. 2008년 재단이 유신학원에서 세기학원으로 넘어갔으며 교육부 지원을 받지 않은 채 등록금으로만 학교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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