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문 후속세대를 위해서라도 시간강사법 반드시 도입돼야"

▲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 측이 시간강사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강사법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8월부터 대학현장에 적용된다. 그러나 대학들은 강사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재정부담을 이유로 시간강사수를 줄이기 계획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시간강사들은 “대학이 강사법을 빌미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미 여러 사립대는 강사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계획과 전임교원에게 강의시수가 더 배정될 것이라는 공문을 돌리며 강사수 줄이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고려대는 “시간강사 채용을 극소화하고, 필요불가결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간강사를 채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학 대외비 문건에서는 내년 개설과목을 20% 줄이고 외국인, 명예교수 등을 강의에 활용해 시간강사 채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 들어있다. 중앙대 내년도 개강계획표에서는 시간강사 처우개선법 시행에 대비해 41명이던 시간강사를 14명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나와 있다. 중앙대는 교수들에게 시간강사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통보했다. 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에 앞서 편의점주가 알바생을 해고했듯이, 시간강사 인원 감축계획에 협조하라"는 발언까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양대는 “그동안 성심성의를 다해 강의를 맡아주신 점에 감사드린다”며 내년부터는 전임교원에게 강의를 맡긴다는 e메일을 강사들에게 보냈다. 대전소재 배재대는 “강사법에 선제적 대응과 우리 학교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전임교원이 최대한 강의를 담당’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방침을 돌렸다.  

또한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지난 9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나 “강사법 시행을 1년 유보하고 강사 인건비를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23일에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이런 입장을 다시 전달할 방침이다. 지난 20일에는 서울대 단과대 학장들과 대학원장단이 “결국 대학들이 강좌수를 줄이고 대형화해 교육의 질이 저하할 것”이라며 강사법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서울 K대 한 관계자는 “등록금은 10년째 못 올리게 막아놓고 강사법을 시행한다면 어디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나 걱정”이라면서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 절반 이상은 학교를 떠나야 하는 지경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사립대의 경우 전체 예산에서 강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하고 강사법이 시행돼도 0.3% 증가하는 수준”이라며 “교육의 질은 강사법이 아니라 대학당국이 떨어뜨리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고려대 강사법관련 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017년 고려대 결산안을 기초로 자체 추산한 결과, 전체 수업 약 30%를 담당하는 시간강의료는 서울캠퍼스, 세종캠퍼스, 의과대학을 모두 포함해 101억 정도(서울 83억원, 의대 1억6000만원, 세종 16억원)”라며 “이는 학교 2017년도 총수입인 6,553억원중 1.55%에 불과하며(산학협력단 예산 약 3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1%), 전체 교원보수 약 2,296억원중에서 4.43%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공대위는 자체 산출 결과 고려대 시간 강사 1인당 평균연봉은 812만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신정욱 고려대 대학원생노조 사무국장은 “이미 대학이 강사들과 합의한 마당에 시간강사들을 구조조정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며 “향후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 대학원생들도 참여해 의견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예산으로 귀결된다. 대학뿐 아니라 강사들도 정부 예산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 예산에 국립대와 사립대 시간강사 처우개선비를 반영하길 바랐지만 사립대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편성에서 빠졌다. 그래서 사립대학들이 더 난리다.

강사법 후폭풍은 국립대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22일 성명서를 내고 “부산대가 대형 강좌와 사이버 강좌 확대, 졸업이수학점 축소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강사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대량해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간강사를 줄이려는 움직임은 지식인들을 바라보는 대학의 현실을 보여준다”면서 “정부가 어떻게든 예산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 소요가 예상되는 퇴직금과 방학중 임금 등에 대한 예산논의가 진행중인데 정확한 규모는 국회에서 논의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학문 후속세대를 위해서라도 시간강사들을 계속 ‘을’로 둘 수는 없다. 강사법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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