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 교수, “연구중심·교육중심대학 이원화해 대학특성별 구조조정 시급”
 

▲ 윤지관 교수(덕성여대) 대학 : 담론과 쟁점 편집인

지난 정부에서부터 본격화된 대학구조조정은 교육 전반에서 가장 핵심적인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구조조정은 학령인구의 감소라는 물리적 조건 속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필연적이고 강제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2015년 정원감축을 전제로 한 정부의 대학평가가 시작되던 당시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은 56만명으로, 이는 매년 출생인구수가 40만명을 밑돌고 있는 현실과 큰 간격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 10년간 3차에 걸쳐 16만명 정원감축을 목표로 한 구조조정 방침을 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대학: 담론과 쟁점 편집인)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대학 전체의 규모가 축소될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을 시장에 맡겨두면 현재의 서열화된 대학구조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지방대와 전문대가 괴멸의 위기에 봉착할 것이기 때문에, 당시 정부가 ‘선제적’ 조정을 내세우면서 정책적 개입을 하게 된 것은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정부가 수립한 10년간의 구조조정 정책의 틀은 현 정부에서도 크게 바뀌지 않고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과연 애초의 목적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가? 정원감축의 목표로만 보면 어느 정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2주기 평가가 끝난 2018년 현재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은 50여만명으로 구조조정 시점으로부터 5만6천명이 감축됐다. 다만 이번 2주기 대학구조조정 평가(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감축목표를 애초 계획이었던 5만명에서 2만명으로 축소하고 전국 대학의 60% 이상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해 의무적인 정원조정을 면제했다. 나머지 감축인원은 충원미달 등 자연적인 감소분으로 충당한다는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에 현 정부 들어와서 정원감축의 상당부분을 ‘시장’에 맡기는 방향전환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대학의 구조조정은 단순히 대학의 규모를 축소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목적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 같은 의미의 조정이라면 시장에 맡겨서 자연스럽게 대학들이 정리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단순한 규모축소가 아니라 한국 대학의 팽창에 수반된 고질적인 문제나 구조적 병폐를 개혁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정부가 대학의 경쟁력과 질의 제고를 구조조정의 목적으로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불가피하게 된 대학의 구조조정은 한국 대학의 오랜 병폐들을 근본적으로 개혁할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을 통해 개혁이 필요한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병폐로 1) 수도권 대학들 위주의 극단적인 형태의 서열화 2) 사립대학의 과도한 비중으로 인한 고질적인 사학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 대학기본역량진단 감축목표 5만명에서 2만명으로 축소하고 전국 대학 60% 이상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해 의무적인 정원조정을 면제했다. 나머지 감축인원은 충원미달 등 자연적인 감소분으로 충당한다는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에 현 정부 들어와서 정원감축의 상당부분을 ‘시장’에 맡기는 방향전환이 있었던 셈이다. 사진은 2015년 4월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단체 조합원이 정부의 일방적 대학구조조정에 항의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희망이던 ‘공영형 사립대’ 불투명

그렇다면 과연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학구조조정은 이같은 대학개혁의 방향을 얼마나 실현해가고 있는가? 실현은커녕 오히려 이 같은 개혁방향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정책이다. 왜 그런가? 현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정책은 박근혜 정부에서 세운 틀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학기본역량 평가로 명칭을 바꾸고, 자율개선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정원감축을 면제받는 대학수를 대폭 늘리고, 권역별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전국대학을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해 등급화하고 상위권에는 재정지원이나 정원감축에서 혜택을 주고 하위권에 조정을 집중하는 기본틀은 그대로다. 상위대 몰아주기와 하위대 집중조정으로 요약되는 이 같은 구조조정 방식이 기존의 서열구조를 완화하기보다 더 심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고사위기’ 지방대와 전문대를 살린다는 ‘선제적’ 구조조정정책의 목표와는 상반되게 1주기에 이어 2주기 평가에서도 강제 정원감축을 요구받는 하위권에는 수도권보다 지방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2주기 평가결과 수도권 대학은 거의 대부분이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었을뿐더러 의무감축을 줄이는 대신 시장에 맡겨두는 방식이어서 향후 지방대 몰락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 같은 조정방향에 대한 보완책이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영형 사립대’ 설립과 확대였으나 이 기획은 전국 3~4개 대학의 ‘시범사업’으로 축소돼 그 취지가 무색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그마저 현재 예산전액이 삭감돼 이대로라면 무산될 전망이 높다.

이와 같은 상황은 대학구조조정이 수도권 중심 서열화를 완화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높인다는 국정 목표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학기본역량평가의 결과는 향후 3년간 영향을 미칠 것이나, 지금까지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3주기 평가를 위한 대학구조조정의 틀을 새로 짜지 않으면 한국 대학의 진정한 구조개편은 무망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구조조정정책을 대체할 만한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는가? 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며, 구조조정이 한국 대학의 체제개편으로 이어지기 위한 몇 가지 대안적 정책방안을 개략적으로나마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일률적 평가, 대학특성별 평가로 다원화해야

4년제 대학은 연구중심과 교육중심으로 각 대학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일률적인 평가가 지속되면서 대학은 각각의 특성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대부분 유사한 목적과 운영형태를 지향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상위권의 대형 대학들은 비대해진 학부과정과 부실한 대학원 운영으로 연구대학다운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국가적 경쟁력을 진작하기 위해서는 연구중심대학은 학부 규모를 지금보다 축소하고 대학원을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평가기준을 조정해 따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서울대 및 지방거점 국립대학을 포함한 상위권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20개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할 수 있다. 아울러 교육중심대학은 대학원을 축소하고 학부교육을 특화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평가돼야 한다.

둘째, 대학설립 형태·규모 변별적 평가 시행해야

한국 4년제 대학 가운데 입학정원 3천명 이상의 대형대학은 28개, 2천명 이상 대학은 63개에 이르며 그 대부분은 사립대학이다. 이는 한국과 유사하게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일본의 사립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비중이다. 인구증가 및 대학 진학률급증으로 비대해진 이 대형대학들은 조정이 필요하나 현재 일률적인 평가기준에 따라 거의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돼 ‘대마불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평가결과 정원감축 대상은 주로 입학정원 2천명 이하의 중소규모 대학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들 대학들의 감축규모로는 인구감소의 폭에 대응하기도 어렵다. 현재 평가기준에서 편제정원 1000명 이하의 소규모 대학만 평가가 면제되나 더 세분된 평가기준이 필요하다. 가령 입학정원별로 3000명 이상, 2000~3000명, 1000~2000명, 1000명 이하의 대학으로 나누어 각각의 규모에 따른 차등적 평가를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계획대로 추진해야

공영형 사립대는 본래 대학구조조정으로 경영위기에 처하게 될 지역 소재 중소규모 사립대학들의 몰락에 대비하고 대학을 공영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었다. 따라서 공영형 사립 기획은 대학 구조조정정책과 밀접하게 맺어져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공영형 사학을 “발전가능성 있는 대학”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시범사업적인 성격으로 축소함으로써 원래의 취지를 왜곡하였으며 결국 또 하나의 재정지원사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 사업에 대한 예산이 삭감된 데는 사업취지의 불명확성 탓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러했듯이 향후 구조조정이 지방의 군소사립대에 집중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나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공영형 사립대의 설립과 확대는 앞으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전문대, 절반 이상 국·공립대·공영형 사학으로 전환해야

현재대로 지표 혹은 시장에 의한 경쟁이 지속되면 대부분의 전문대는 퇴출되거나 재정압박으로 교육여건이 극도로 열악해질 것이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전문대 수준의 기술교육이 대개 국가지원으로 이루어지는 데 비해서 한국 경우 98%가 사학이고 높은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교육환경은 부실하다. 대학의 구조조정 국면은 전문대 교육을 정상화해 국가의 기술교육의 토대를 구축할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도태위기의 전문대들 가운데 지역적으로나 특성으로나 살려야 할 대학들은 정부가 인수해 국·공립화하거나 일부 재정지원을 통해 공영형 전문대로 변환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전문대의 공영화야말로 현 정부가 내세우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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