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 교육부장관이라면…"

박병수 편집국장l승인2018.10.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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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편집국장]네덜란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의 영웅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월드컵 출전 4강진출을 두고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게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라고 응답해 히딩크가 거둔 월드컵 성적은 단순한 축구성적으로만이 아니라, 민족적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힘을 보였다. 월드컵이 끝난 후 거스 히딩크의 축구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많은 평가들이 쏟아졌다. 그 중 가장 많이 거론됐던 성공분석은 ‘즐기는 축구’로 귀결됐다.

히딩크의 ‘즐기는 축구론(論)’은 ‘강한 정신력’을 요구했던 기존 한국 축구와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우선, 단체훈련과 개인연습에서 중요하게 강조한 대목은 선수 개인의 응용력이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경기를 비디오 촬영으로 담아 “저 상황에서 나에게 볼이 왔을 때, 어떻게 볼처리를 하는 게 좋았을까”를 감독과 선수들이 모여 의견을 냈다. 그동안 “이런 볼은 이렇게 하라, 저런 볼은 저렇게 하라”는 감독의 불호령 같은 지시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또한, 히딩크의 ‘응용력 축구’는 ‘자율성’이 기반이 됐다.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응용력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에게 부여된 자율성은 정해진 팀 전체훈련을 뺀 나머지 시간에 는 자신이 부족한 내용을 스스로 채워 나갔다. 오랫동안 실시하는 강도 높은 팀 전체훈련만이 축구훈련을 제대로 했다는 옛 시절의 기준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처음에는 한국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의 훈련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해 초기 평가전에서 번번이 패했다. 심지어는 매번 5:0 스코어로 패해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으로 불리는 수모도 맛봐야 했다.

서서히 히딩크의 훈련방법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러진 축구 강호 국가들과의 평가전에서 선전을 했고, 본선 한 달 전에 맞붙은 강력한 우승후보 프랑스와 비등한 경기를 펼치다 아깝게 3:2로 패했다. 이 때부터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 축구 2002년 월드컵에서 일 낸다”는 전망의 기사가 스포츠 지면을 가득 채웠다. 월드컵의 뚜껑은 열렸고, 언론의 예측대로 한국은 일을 내고 말았다. 자율이 기반이 된 응용력 축구의 승리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부여된 책무가 적지 않다. 부임하자마자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수업, 사립유치원 비리,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2022년 대입제도 개편안 등에 대해 시시비비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의 목표인 입시교육위주 수업·대학서열화 조장·획일적 평가방식 등을 철폐하고 창의적 인재양성과 융·합적 사고를 기르는 교실로 바꾸겠다는 정말 중요한 계획은 한 발도 띠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문제는 남북한 통일보다 어렵다”는 말이 회자 된지도 오래다. 교육문제 해결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빗대어 한 말이다. 한국의 교육은 기승전‘대입’이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는 대입이라는 결산 때문에 존재한다. 아파트 가격, 소유 부동산 가치도 대입제도에 얼마나 유리한 학군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한국 선수들에게 말했다. “상대편이 내가 어디로 패스할지, 우리가 어떤 전술을 펼지 훤히 다 알아채는 축구로는 절대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선수 각자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전술 응용력이 팀 전체로 확산될 때만이 월드컵 개최국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제 세상은 경직된 옛 한국 축구 스타일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안 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도래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등장한 4지선다형 문제의 정답을 누가 많이 맞히느냐는 식의 교육과 평가로는 대한민국의 미래선수인 청소년들을 결코 정상적으로 키워낼 수 없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58번째 한국교육의 수장(首長)이다. 임기동안 유 장관은 이것만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자율성이 크게 결여된 현재 대입제도, 이에 딸린 과열 사교육, 청소년들 절반의 꿈이 공무원인 대한민국으로는 ‘쌩쌩’ 달리는 세계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빠른 변화에 탑승할 수 없다는 것을. 현재 한국교육은 히딩크 오기 전 딱 한국축구의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박병수 편집국장  pbs1239@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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