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의원, '적립금 적립 및 인출현황' 제기

▲ 홍익대와 고려대가 지난 5년간 1000억원 이상의 적립금을 쌓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해당대학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을 주장하며 적립금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이 적립금 적립 및 인출 현황을 공개하며, 교육부의 감독관리를 촉구했다. 사진은 홍익대 정문.

홍익대 1289억원, 고려대 1123억원 지난 5년간 적립금 쌓아

수원대, 860억원 연구·건축·장학기금 적립, 예산집행은 없어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연구·건축·장학 목적으로 예산편성을 하고, 해당기간 동안 예산집행을 하지 않은 채 계속 적립금으로 쌓아두면서 한 푼도 쓰지 않는 대학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나 이번 국감에서 이에 따른 사립학교법 개정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대학이 수년째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위기라는 대학 측 주장이 잇따라 나오지만 예산편성이 계속 이월돼 적립금으로 쌓이는 것은 실질적으로 쓰여야 할 곳에 예산을 쓰지 않으면서 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사립대학들이 수백억원대의 시설증축 건축적립금을 쌓아둔 채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저리의 시설융자를 받고 있어 시설개선을 위한 적립금은 명분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이 사학진흥재단 제출 2013~2017년 회계연도 적립금 적립 및 인출현황’을 분석한 결과, 5년 동안 연구기금은 720억2174만원, 장학기금 501억2260만원, 퇴직기금 32억7578만원이 적립됐다. 이 기간에 연구기금을 한 푼도 쓰지 않은 대학(산업대 포함)은 36곳이다. 건축기금을 쌓아두기만 한 곳은 18곳, 장학기금을 아예 쓰지 않은 곳은 14곳이나 됐다.

특히 최근 5년간 홍익대가 1289억원, 고려대 1123억원 적립금이 늘어났고, 수원대는 860억원에 달하는 연구·건축·장학기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학교시설 신·증축이나 장학금, 연구활동 지원 등에 쓰도록 예산을 편성하고서는 목적에 맞게 쓰지 않고 학교자산 불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수년째 지적되고 있다.

이 기간에 홍익대가 가장 많은 1289억원, 고려대 1123억원, 을지대 922억원, 연세대 899억원, 성균관대 538억원, 백석대 478억원, 아주대 418억 순으로 많은 적립금을 쌓았다.

2013∼2017년 기금 적립액수가 1천289억여원으로 가장 많은 홍익대는 연구기금은 단 1원도 안 썼고 장학기금은 누적 금액의 2.6%, 건축기금은 12%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나 적립금을 쌓아두기 위한 예산편성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한 정도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이 830만원으로 사립대 평균보다 높은데 학생 절반이 가장 큰 학내 문제로 '열악한 시설·공간'을 꼽을 정도로 투자가 없다며 열악한 환경개선에 적립금 집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5월에 개최했다.

이외에도 5년 동안 연구기금 예산으로 편성해놓고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채 적립금으로 돌린 사립대학은 36곳에 달했다. 수원대는 연구기금으로 가장 많은 100억원을 적립했지만 5년간 연구목적의 적립금 인출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고, 홍익대 13억2000만원, 백석대 6억9647만원, 순천향대 5억원, 대전대 4억6860만원,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3억7277만원, 우송대 2억9551만원, 북한대학원대학교 2억60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학교시설의 신·증축, 개보수 목적으로 건축기금을 편성했지만 5년 동안 적립만 했을 뿐 전혀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대학도 18곳이나 됐다. 수원대 경우는 건축기금에서도 233억 5785만원을 적립했지만 실제 집행은 없었다. 동서대 108억2802만원, 청운대 98억8400만원, 수원가톨릭대 70억원, 남부대 53억2652만원, 남서울대 23억9012만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장학기금도 적립만 했을 뿐 사용하지 않은 학교도 14곳이나 됐다. 수원대가 524억 8727만원, 한국기술교육대 15억3098만원, 남부대 5억1478만원, 북한대학원대학교 4억4300만원, 을지대 3억9314만원 순이다.

김현아 의원은 "대학들이 학교시설을 신축·보수하고 장학금이나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적립금을 써야 함에도 그러지 않고 학교법인의 쌈짓돈을 불리는 데 쓰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면서 "교육부가 적절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립학교법 32조의2 적립금 항목에서는 ①대학교육기관의 장 및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교육시설의 신축·증축 및 개수·보수, 학생의 장학금 지급 및 교직원의 연구 활동 지원 등에 충당하기 위하여 필요한 적립금(이하 "적립금"이라 한다)을 적립할 수 있다. 다만, 등록금회계로부터의 적립은 해당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교육시설의 신축·증축 및 개수·보수 목적으로 적립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지난 2016년 12월에 개정했으나 세세한 내용이 보강돼야 한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7월 20일 대법원은 수원대 등록금환불 소송상고심(대법원 2016다34281)에서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여건개선을 우선에 두지 않고 과도하게 이월적립금을 축적한 사립대학에 대한 사법적 경고로 받아들여지면서 교육여건개선 없는 적립금이월은 차단해야 하는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대학가에서는 적립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경우 적립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도 하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 제13조에는 ‘총장은 동일 관내의 항간 또는 목간에 예산의 과부족이 있는 경우 상호 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대학회계 예산중 ‘항간’은 원금보존적립기금적립과 임의기금적립, ‘목간’은 △연구적립금 △건축적립금 △장학적립금 △기타적립금 등이다. 즉 원금보존적립기금적립과 임의기금적립, 목간 내 각 적립금은 서로 변경해 쓸 수 있다. 이화여대 경우 건축적립금과 기타적립금을 합산해 장학적립금을 마련한 바 있기도 하다.

서울소재 H대학 기획팀 관계자는 “계속 빼 쓰면 빠진 곳이 생기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정부 재정지원도 한정돼 있고 학생수도 감소하는 마당에 적립금을 빼쓰다 보면 미래 대비를 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 대학 목적별 적립금 현황

 

 

 

        "홍익대, 적립금 전국 1위, 교육비환원률 서울소재 29대학중 29위"

사립대중에서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홍익대가 '적립금의 0.7%를 학생 교육에 투자하라'는 학생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자 학생들이 총회를 열고 단체행동에 나섰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5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익대는 7429억원에 달하는 적립금을 쌓고도 학교 법인이 부담해야 할 금액 67억원중 58억원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총학생회는 "홍익대 적립금은 7천429억원에 달하는데 올해 또 225억7천만원 적립을 예고했다"며 "반면 법인이 대학 운영에 출자하는 법인 전입금이 학교 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3%에 그쳐 사립대 평균 4.7%에 한참 모자란다"고 비판했다.

▲ 홍익대 총학생회가 지난 5월 3일 적립금 예산집행 촉구 시위장에서 배포한 유인물.

한국사학진흥재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홍익대는 4년제 사립대학교 154곳 중 가장 많은 누적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홍익대의 누적 적립금은 7429억8339만원이고, 지난 2017년에만 총 267억원을 적립했다.

총학생회는 "홍익대는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 830만원으로 사립대 평균 740만원보다 높은데 학생 54.5%는 열악한 시설·공간을 가장 큰 학내 문제로 꼽을 정도로 교육환경 투자가 없다"며 "교육환경에 써야 할 돈이 적립금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는 "사립대 법인이 대학 운영을 위해 출자하고 있는 법인 전입금 회계비율은 전국 사립대 평균 4.7%이지만 홍익대는 0.3%"라며 "교육비 환원율도 서울소재 29개 대학중 29위로 최하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홍익대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은 830만원으로 사립대 평균 등록금 470만원보다 높다"며 "이는 전국 155개 사립대 중 10위로 최상위권"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학교에 '적립금 58억원(0.7%)을 학생교육에 투자하라'고 요구했던 총학생회는 지난달 10일 학생요구안에 대한 공식답변을 줄 수 없다'는 거절 의사를 전달받은 뒤 "학생총회와 거리행진, 교육부 청원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 적립금 규모 상위 20개 대학 현황(2017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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