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내걸은 대선 교육공약이 모두 실종됐다. 시민단체들은 공론화마저도 교육공약을 관철하기 위한 공론화가 아니라 상대편을 무마시키고 얼버무리려는 공론화로 쓰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인권은 또 사라지는 것인가.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도 강남 대치동 학원가는 중고교생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U's Line]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으로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 자유학기제 확대, 초·중·고, 문·예·체 교육강화,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수능절대평가 실시를 비롯해 학생 맞춤형 학습을 위한 초·중·고 필수과목 최소화 및 선택과목 확대, 고교학점제 전면실시,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검토, 영·유아 대상 과도한 사교육 억제, 아동인권법 제정으로 적정한 학습시간과 휴식시간 보장 등을 내세웠다.

이 공약(公約)들을 관통하는 것이 있다. 학생들에게 경쟁보다는 인생을 스스로 깨우쳐나가는 시간을 부여하고, 그런 계기와 기회를 주자는 가장 기초적이고도, 지극히 교육적인 아젠다들인 것이다. 대단한 공약이라 추켜세우기 보다는 여태껏 외면했던 우리 아이들의 인권과 학생 스스로 생각할 시간, 자주권에 초점을 맞추었던 생필품 같은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흘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참교육학부모회 등 교육단체들이 나서 지난 8월29일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지킴이 국민운동’을 발족했다.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 선거에서 대부분 지지했던 단체들이며, 문재인 후보의 교육공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들이었다고 판단했던 이들이다.

이들 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와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 정책숙려제가 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지 않는 책임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정책결정의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정책숙려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의 공론화가 교육적 가치와 비전에 대한 치열한 토론과 시민의 판단으로 이어지기보다, 상반된 의견을 봉합하는 수준의 결론을 내도록 하는 데 그쳤다”고 질타했다.

무릇 건실한 국가 정책(政策)은 “철학이며, 안목이며, 강한 의지”이다. 문재인 후보는 교육공약을 내놓았을 때, 요즘 벌어진 반대를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반대를 부르짖는 이들을 설득할 논리도, 주장도 준비하지 않았단 말인가. 교육공약은 나라의 미래를 밝히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이며, 그래서 어떤 공약보다도 우선하고, 어떤 공약보다 실천이행에 차질이 없어야 하는 진짜 약속중의 약속이다.

한 사회학자가 “지구상에서는 매일같이 기적이 일어나고 일갈했다, 그 기적은 바로 흑인이 폭동 없이 백인하고 함께 지구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인에게 받은 인간적 멸시와 학대, 아무런 미래도 주지 않았던 인권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흑인과 백인은 도저히 살 수 없었을 지경이었다며 백인들의 인종학대를 크게 문제 삼은 칼럼을 썼다.

철저한 입시위주 교육골간 대한민국에서 무려 60여년이 흘러왔다. 쉼 없이 돌아가는 근대 산업화 컨베이어 벨트에 잠시 타이밍이라도 늦을까 고교와 대학등급을 매겨 빨리빨리 인재들을 밀어 넣었다. 산업화만이 우리가 살길이라는 명제 속에 이 나라의 모든 학교들은 인재들에 ‘등급’과 ‘출세’라는 꼬리표를 붙여 시장에 내보냈다. 이것이 정당화화 되고, 사회 합목적적인 세월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매일같이 흑인과 같은 기적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꼭두새벽 눈 비비며 일어나 아침밥은 건너뛰고, 점심식사도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고, 학교와 사교육 학원가를 넘나들며 오늘은 얼마나 많이 외웠는지, 가려는 대학과의 거리를 또 재 본다. 이러기를 몇 년인가. 세계 최강 경제국이며, 문화와 예술이 꽃핀 독일의 청소년들은 오후 8시면 잠을 청한다. 내일을 위해서다. 그 때, 이 나라의 아이들은 늦은 밤 시간까지 학원 선생의 지도하에 미적분을 풀어댄다. 한국 아이들의 인권은 국·영·수·탐구다. 더 이상 이런 세상은 하지 말자고 한 문재인 후보에게 신성한 한 표를 던 진 많은 유권자들의 충심을 현 정부는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일성(一聲)으로 들고 나왔다. 이 땅에는 합리화되고, 정당화 된 적폐가 더 많다. 그런 적폐는로 학벌로 능력을 규정하는 ‘학벌만능주의’, 청소년 자신의 꿈을 출세와 경제논리로 밀어붙어도 ‘현실적 판단’이라고 옹호하는 세상이 우리들 세상이라면 흑인은 노예로만 살아야한다는 세상의 논리와 뭐가 다른가.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는 우리 아이들을 점수 잘 받아오는 기계에서 우선 탈출 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해서 그러자 했다. 한 표달라 목놓아 부르짖던 교육공약을 서둘러 다시 꿰매기를 간곡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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