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아무도 말하지 않는 정연주 총장이 건양대를 떠난 이유

박병수 편집국장l승인2018.08.3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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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건양대 총장이 부임 11개월만에 대학을 떠났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에 책임을 통감하고 건양대를 떠난다는 사의표명에 대학가에서는 여러 추측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정 총장이 취임식에서 교기를 흔들고 있다.<사진출처 : 건양대학보>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편집국장]지난해 8월 건양대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17년간 총장을 해오던 김희수 총장(91)이 사퇴를 했다. 그것도 아들 김용하 부총장과 동반사퇴를 했다. 당시 이 대학 구성원들은 “그동안 이들 부자가 자행했던 갑질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놀라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희수 건양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건양대병원노조의 설문조사에서 30여명이 이들 부자에게 귀와 볼을 꼬집히는 폭행과 심한 폭언을 들었다고 떨어났다. 심지어는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맞은 팀장도 있었다는 증언마저 나왔다. 이런 갑질과 폭행이 드러나자 시험기간에 도서관에 찾아 학생들을 찾아 빵과 우유를 나눠줘 인자한 ‘빵 총장’으로 포장됐던 김희수 총장에게 온갖 비난이 빗발쳤다. 이후 김 총장은 대학과 병원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편, 당시 김희수 총장 부자의 동반사퇴가 구성원들을 놀라게 했던 일이었지만 이 말고도 구성원들을 놀랍게 만든 일은 또 있었다. 김 총장이 사퇴를 밝히고 나서 보름 남짓 후 신임 총장이 발표됐는데 건양대 정서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부임해 올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동아일보 해직기자, 한겨레신문 미국특파원 등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KBS 사장을 맡으면서 민주적 진보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러다보니 건양대 구성원들은 “어찌 된 일인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수군댔다. 또 다른 추측도 나왔다. 건양대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척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어 이와 관련됐다는 억지추측도 나왔다. 어떤 이유로 왔든, 군대식으로 통솔했던 김희수 방식에서 어떻게 정연주라는 카드가 나올 수 있었냐는 게 모든 구성원들의 의구심이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면서 건양대 내부에서는 정연주 카드는 임시방편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그들과 코드가 맞는 정연주 카드를 총장으로 내세우면서 사나워진 여론을 잠시 피하려는 김희수 총장 특유의 기발함과 사태를 넘어서는 순발력이 그대로 발휘됐다는 후문이 학교 안팎에서 들렸다. 정연주 총장은 9월 11일 총장업무를 개시했다. 지역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선임 배경에 대해 정 총장은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 됐다는 결과를 통보 받았으며 매우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디테일한 관계는 말할 성질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정 총장은 기자에게 힘줘 이야기한 말이 있었다. “건양대 관리책임자로서 전권을 행사할 것이며 결코 허수아비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암시 같은 말을 했다. 정연주 총장은 이렇게 의구심과 추측 속에서 건양대 수장(首長) 역할을 시작했다.

정연주 총장이 부임 이후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노조와의 임단협 협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건양대 임금은 기본급은 너무 적고, 성과급 위주로 구성돼 퇴직금과 훗날 사학연금 수령에서 큰 피해를 보게 돼 있는 구조라는 점을 늘 지적했다. 이런 구조다보니 법인은 법정부담금을 적게 부담하고, 무원칙적인 성과급 위주 임금은 많은 직원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대학측을 비난했다. 이런 노조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정연주 총장과의 임단협 협상에서 토로됐고, 정연주 총장도 여러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정 총장과의 임단협 협상은 결과가 도출되지 않고, 시간만 흘러갔다. 되돌아보면 건양대 노조의 임·단협 협상은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노조는 2017년 10월 27일 교섭을 요청했으나 학교법인 건양학원은 1개월여간 사립학교법 제29조 회계의 구분을 이유로 교섭을 미뤘다. 이후 노조가 2차 교섭요청을 했을 때, 건양학원은 임단협 교섭권한을 별안간 건양대 총장에게 위임해 단체교섭 7차, 실무교섭 7차에 걸쳐 임·단협 협의를 했다.

노조와 대학측은 공식적인 협의 이외에도 수십 여 차례의 비공식 협의를 했다. 이런 협의 결과 합의에 이르렀고 드디어 6월 26일로 조인식을 잡았다. 그러나 조인식 당일, 합의 당사자인 건양학원 이사회가 합의날인을 거부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초유의 사태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2차(7월 6일), 3차(7월 13일) 조인식이 약속됐지만 또 다시 이사회에서 날인을 거부하며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정연주 총장이 매우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마도 정 총장은 부임 직후 기자에게 "대학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함께 에너지와 지혜를 모아 나가는 데 역량과 열정을 쏟겠다"며 "항상, 누구든, 어디서든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는 열린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그를 힘들게 했는지 모른다.

이렇게 노조와의 임·단협 합의에 대한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양대에는 6월 20일,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예비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는 대학의 명운을 다투는 중차대한 일이다. 당시 건양대 인근 대학인 배재대는 예비자율개선대학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총장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반면, 건양대는 특별한 메시지를 밝히지 않았다. 아무런 메시지를 밝히지 않아 기자는 학교 입장을 취재까지 했지만 “탈락에 대한 충격이 너무 커 메시지를 밝힐 상황이 아니다”라는 매우 힘든 심경을 드러냈다. 건양대 입장에서 대학기본역량진단 예비자율개선대학 탈락은 이렇듯 매우 복잡한 상황이어서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면 발표 당시가 적기였다. 이 때, 정연주 총장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는 “정말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8월 7일, 정연주 총장은 부임 11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 이유는 “대학기본역량진단 예비자율개선대학 탈락에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건이 1개월 보름이 지나서야 때 늦은 메시지를 밝히고 그는 건양대를 홀연히 떠났다. 마치 마땅한 사퇴 이유를 찾지 못해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를 갖다 붙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해명을 하고 말이다. 이 때, 건양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정 총장이 바지총장 노릇을 더 이상은 거부한 것 아니냐”는 말이 회자됐다. 그 반증으로 정 총장은 이사회 이사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제기됐다. 김희수 전 총장은 대학과 병원 일선에서 모두 물러나겠다했지만 건양학원 이사로 등재돼 있다. 김 전 총장은 총장 당시에도 이사였다. 그러나 정연주 총장에게 학교의 주요안건을 처리하는 이사회 문은 결코 열어주지 않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다.

잔여임기 1년5개월을 받고 부임했던 정연주 총장이 떠난 지 이틀만에 건양학원은 이원묵 건양사이버대 총장을 4년 임기 건양대 신임총장으로 선임했다. 이 총장은 8월 16일에 취임식을 가졌고, 이사회의 날인거부로 계속 파행을 거듭하던 노조와의 임·단협 합의는 이 총장 취임 나흘만인 20일에 타결됐다. 이원묵 신임 총장 앞에 놓인 난제는 신속히 정리됐다. 지난해 8월 김희수 총장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부자 동반사퇴를 단행할 때, 대학사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비즈니스적 마인드가 없으면 절대로 하지 못하는 발상”이라고. 평생 언론사 밥을 먹은 한 언론인 출신 총장이 부임 11개월만에 얄팍한 세상과 조금은 거리를 둔 학자들이 모여 사는 대학에서 비즈니스 한 수(?)를 제대로 배우고 떠났다. 2018년 한국사회 단면을 대학에서 봤다는 판단을 하면서 말이다.

건양대에서 정연주 총장은 떠났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것이 있다. 지난해 8월 갑질과 폭행으로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희수 건양대 전 총장의 일방적인 학교운영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건양대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건양대는 ‘건양 조직문화 혁신위원회’라는 조직을 급조해 교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며 요란을 떨었다. 이후 이 혁신위원회가 취지에 부합하는 어떤 활동을 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시 혁신을 내건 혁신위원회의 위원장마저 김희수 총장이 선임했다. 건양대 한 교수는 김 총장의 사퇴에 대해서도 “사퇴 과정을 보면 학내 구성원에 대해 진정한 사과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총장직에서 사퇴는 했어도 학교법인·학교운영에 대한 장악력과 비민주적인 것이 그대로라는 것을 이번 정 총장 사퇴과정에서 드러났다”고 말했다.

얼마 전 한 케이블TV 방송사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야구투수 출신 주인공은 자신의 여동생을 성폭행하려했던 범인을 죽여 감빵에 들어오지만 재소기간동안 꾸준히 야구 피칭연습을 해 새로운 변신을 한다. 우리들 모두에게 힘든 시기에 변화의 기회가 온다. 그러나 그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건양대에 찾아온 황금같은 변화의 기회가 흘러가고 있다.

 


박병수 편집국장  pbs1239@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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