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유스라인 오소혜 기자]오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는 교육부 권고안이 발표된 가운데 서울소재 주요대학들은 “쉽지 않지만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아 이에 따라 상위권 2~3000명 학생들이 정시로 이동할 경우 입시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전망과 함께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정시모집 비율이 30%에 많이 못 미치는 주요대학들에서는 교육부의 권고를 따르는 것이 일괄적으로 모집비율만 늘리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2020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을 발표하면서 정시모집 비율을 21.5% 결정한 서울대는 당장 정시비율을 최소 8.5% 포인트나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정시비율을 올리라는 교육부 권고안에 협조도 해야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무리가 따른다"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30%로 늘리려면 대학본부가 일괄적으로 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아닌 모집단위별로 학부나 학과에 요청하고 설득해야 한다”면서 “어렵겠지만 국립대인 서울대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명 이니셜 처리를 요구한 서울소재 사립대 K대학 입학처장은 “외부에서는 1∼2% 비율을 늘리는 게 뭐가 어렵겠냐고 말하겠지만 대학에는 상당히 버거운 일”이라며 “대학 입시전형은 한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매년 현장의 의견과 학생들의 입시결과를 토대로 서서히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대학 입학처장은 “학생기록부 축소는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축소가 아니라 학생기록부를 어떻게 내실화할지를 생각해야 했다. 단순화가 내실화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요 사립대 C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신입생 비율중 예체능계가 많은 대학일수록 정시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체능 특성상 수능점수보다 실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교육부 권고안에 따르는 것으로 결정이 나면 학과별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시비율이 20%가 되지 않는 고려대의 관계자는 “교육부 권고가 나왔으니 대학본부 차원에서 회의를 거쳐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게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정시모집 비율이 30%가 넘는 대학들은 교육부의 이번 발표와 관련,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시비율이 30%로 늘면서 입시판도에 큰 변화를 주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시뮬레이션 결과 5,354명이 늘어난다. 수능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이 모두 30% 이하여서 수능전형 확대 권고대상이 되는 대학은 35개로 파악됐다.

입시학원가에서는 2020학년도 4년제 대학 정시비율은 19.9%지만 서울 15곳 주요대학 정시비율은 27.5%이다.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부종합과 논술전형을 줄이고 정시모집을 늘리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30%로 정시모집을 늘리면 서울대에서 300여명, 고려대 600여명, 경희대, 이화여대 300여명 등 서울 상위권 대학 등에서 수백명 단위로 정시선발이 늘어나게 된다. 상위권 2~3천명 정도 학생들이 정시로 이동할 경우 입시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전망이다.

현재 서울대가 20.4%, 고려대 16.2%, 이화여대 20.6% 비율로 정시선발하고 있어 최소한 이들 대학의 정시인원이 13.8%에서 9.6% 늘어나게 된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기준으로 684명에서 1,009명으로, 고려대는 662명에서 1,249명으로 정시인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소재 주요대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는 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2020학년도 모집요강에 따르면 서울 주요 15개 대학 정시비율이 27.5%다. 다만 정시 비중을 늘리기 위해 논술과 특기자 전형이 줄어들고 일부 대학의 경우 학종 전형이 축소되는 등의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연세대는 27.1%, 한양대는 29.4%를 정시로 선발해 이들 대학에서 늘어나는 인원은 많지 않다.

교육부는 이날 수능위주 전형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도록 각 대학에 권고하고, 이를 충족한 대학만 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S대학 관계자는 "30%를 맞추기 위해 지원사업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교육부가 대학을 돈으로 길들이는 모양새로 보여 상당히 창피한 일"이라며 "이번 방안은 교육부가 대학과 소통이나 논의를 통해 만들어낸 안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안"이라고 지적했다.

S대 관계자는 "교육부 기여대학 지원사업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학은 대한민국에 한 곳도 없을 것이다"라는 푸념을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수시비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정시확대를 놓고 교육부와 대학 간 마찰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4월 발표될 2021학년도(현 고1 적용) 전형계획안 발표가 수능위주 정시확대 규모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각 대학이 2022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확정하는 2020년 4월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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