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대학은 산업생태계에 제 때 인력 공급해 줘야”

▲ 손경식 경총 회장<사진>이 한국 대학교육의 심각한 학제운영 경직성은 국가차원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와 선취업 후교육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며 이를 연구해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U's Line 유스라인 박병수 기자]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78)이 “정부의 융통성 없는 교육체계 정책으로 대학이 오랜 관습을 버리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시대에 맞은 인재양성을 배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경영자총협회 차원에서 독일 모범사례를 연구해 구체적인 개편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경식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인데도 대학의 컴퓨터공학부 정원은 30년째 거의 그대로 묶여 있는 게 한국 대학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대 부합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역할이 대학 존재의 중요한 이유인데 교육부와 대학이 이를 전혀 못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개혁과 학과정원 유연화를 적극 시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지만 대학은 이전 학제를 그대로 고수하다 보니 산업현장에서는 필요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당국 등 정부가 대학이 이전의 관습을 툭 털어버리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제기했다.

또한 손 회장은 “대학교육을 개편하는 것과 함께 고등학교 졸업 뒤 곧바로 취업해 산업현장에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선(先)취업 후(後)교육’ 시스템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미리 양성할 수 있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취업 활성화 ‘투트랙’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회장은 “산업부흥을 위한 국가플랜을 짜려면 인재양성이 그 기초가 돼야 하는데, 현재 굳어버린 대학 교육체계로서는 블록체인·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 대처할 수 없고 이대로 가다가는 코리아의 미래가 크게 우려 된다”며 “대한민국이 이나마 살게 된 것은 필요한 인재가 산업기반에 존재했던 것인데 지금 대한민국은 그런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

손 회장은 변화에 발맞추고, 세상을 리드하는 대학교육이 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굳어버린 교육체계를 개편할 수 있도록 대학에게 권한을 많이 줘 산업 생태계에 필요한 인력을 적기에 공급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 3년차가 되면 대학에 갈 수 있게끔 길을 크게 열어주는 방안이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 진학이 학생들의 목표로 설정되는 만큼 평생교육의 기회를 보장해 대학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이원화 직업교육 시스템이 잘 정착된 게 독일”이라며 “경총 차원에서 독일의 모범 사례를 연구해 개편안을 정부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경기고 재학중 검정고시를 통과해 3개월만에 서울대 법과대학 법학과를 합격하면서 서울대 법대 출신 3대 천재로 불린다. 대학졸업 후 1961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사회 첫발을 내디뎠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오클라호마 주립대 경영학 석사(MBA) 공부를 했다. 1968년 귀국해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삼성전자 설립에 참여했고, CJ그룹 3대 회장을 1995~2002년까지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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