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연대' 대학생모임, 지난 14일부터 증권거래소 앞에서 텐트시위

월가의 쓰나미가 2011년 12월 14일부터 한국의 여의도를 향했다. 한국의 금융가 여의도에서 한국의 1% 독점적 금융자본에 대한 농성이 시작됐다. 이 거센 추위 속에서 한국판 월가시위를 들은 아직 강의실에서 공부를 해야 할 대학생들이였다. 한국 금융의 본산, 서울 여의도를 점령한 'Occupy 여의도'에서 이들의 주장을 들었다.

12월 16일,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날씨. 무릎까지 내려오는 오리털 파카를 입고도 살을 파고드는 추위가 새삼 무섭다. 그러나 이토록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Occupy 여의도'. 미국발 월가시위를 모티브로 한국의 1% 금융자본을 몰아내기 위한 요구 아래 모인 대학생들이다.

한적한 도로를 지나 여의도 금융거래소 앞 버스정류소에 내리면 시선을 끄는 곳이 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이불과 식기구, 휴대용 남방기구, 침낭들은 얼핏 피난처를 연상케 한다. 시위에 모인 대학생들의 대다수는 대학생사람연대(대사연)의 회원이다. 대사연은 2007년 5월 20일에 출범한 단체로 대학생 관련 안건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10일부터 낮에만 해온 농성이 철야 천막농성으로 바뀐 15일, 그날 밤 트위터상으로 다급한 멘션이 오갔다. 농성를 위해 준비한 텐트를 경찰에 빼앗겼다는 것. 그들이 한파 속 추위에 내몰려다는 이야기였다.

다음 날 찾아가 본 농성장은 생각보다 고요했다. 몇몇의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위압될 정도는 아니었다. 농성장에는 여학생과 시민 2명이 난로 앞에 앉아 있었다. 주변에는 시민들이 가져다 준 핫팩, 인삼음료, 이불 등이 정신없게 엉크러져 있었다. 이불 밑에 깔려 있는 전기장판은 차갑게 식어, 앉는 것조차 망설이게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엇이 불만일까. 무엇이 이들을 이 추운 날씨에 거리에 나오게 만든 것일까. 이들의 5대 요구안은 ▲ '등록금을 폐지하고, 학자금 부채를 탕감하라' ▲ '청년실업 해결하고 불안정노동 철폐하라' ▲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을 통제하라' ▲ '한미FTA 폐기하라' ▲ '부자에겐 세금을, 우리에게 미래를'이다.

아직 빼앗긴 텐트를 찾지 못한 채 하늘이 지붕이 되어버린 농성장에서 그들의 요구에 대해 대사연 소속의 H양과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5대 요구사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접한 대학생들이 말이 많다. 그중 금융자본통제에 대해 다들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눈치다.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일까?

"파생상품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 파생상품을 통해 거래되는 돈의 액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파생상품은 엄연히 도박에 가깝다. 규제없이 방만하게 이루어지는 거래는 막아야만 한다.

또한 규제를 통해 걷어진 세금은 반값등록금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다. 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위해 쓰일 재정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파생상품거래의 부과된 세금을 통해 얻어진 액수는 반값등록금을 위한 충분한 재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그러나 그 통제는 모두에게 부과되어야 하는 것일까? 파생상품을 통해 돈을 잃은 사람, 얻은 사람이 분명히 나누어진다. 그들 모두에게 부과된다면 더욱 큰 반발을 사지 않을까? 오히려 버핏세처럼 몇 퍼센트의 수익을 얻은 사람에게 가중치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떨까?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부러 처음부터 강하게 얘기하였다. 이렇게 얘기해야 사람들이 들어주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자본의 문제에 대한 인식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 인식이 현실에서 표면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을 뿐이다. 미국의 월가시위도 그러하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문제의식이 생겼지만 시위로 이어진 것은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이다. 우리나라도 문제를 인식하기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문제를 처음 화두로 꺼내기 위해서는 강하게 나갈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누가 이익을 얻고 잃으냐가 아니다. 커다란 도박판이 아무런 규제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 학자금대출 제도가 도입된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문제가 인식되었다. 그렇다면 학자금대출 제도에도 문제인식이 생기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아니다. 그 문제는 상황이 변한 것이다. 학자금대출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부과되던 금리는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학자금을 빌려 어렵사리 대학을 나와도 갚아야할 빚 때문에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힘들다. 사실 주변에서, 말을 안 해서 모르는 것이지 학자금을 대출받는 학생은 생각보다 많다."

- 지금의 대학생들은 자기 자신을 챙기기에도 바쁘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밖에 없다. 그 좁은 틀을 벗어나 세상에 눈을 돌린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 누구나 그렇다. 자기 살기에도 바쁜 세상이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세상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데. 그러나 나는 이미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보았다. 돌이킬 수가 없다.

가장 답답한 것은 내가 안다 한들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알기 전에는 몰랐으나 알고 난 후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이 더욱 안타깝다. 그렇다고 모른 체할 수도 없다. 사실 요즘은 모르는 게 더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맘 편히 자기 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알면서도 여기 왜 나와 있는 것인가?

"늘 똑같이 반복되어오는 구조, 구조 속에서 앓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 구조에 조금이나마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사진제공 : 오마이뉴스>

대화를 마무리할 때쯤 저 멀리서 한 여성이 나타났다. 그녀는 방송인 김미화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의 그녀는 "이 추운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라며 후원금 봉투를 내밀었다. 재빠르게 사라지려는 그녀에게 인증샷을 요구했다. A양은 "화장 안 한 얼굴인데"라며 망설이는 그녀를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녀가 건내준 후원금 봉투에는 가지런한 글씨로 응원의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파이팅!"이라는 응원과 사라진 김미화씨의 사진은 곧바로 'Occupy 여의도'의 트위터에 올랐다.

시위장은 허허벌판으로 5면이 뚫려 있는 길거리다. 기본적인 조건들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휴대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식기나 침구 등을 제외하고는 주변 상가를 이용해야 한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다. 그러나 화장실을 한번 가려 해도 금융거래소는 물론 주변 상가들도 그들의 화장실 사용을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길 건너 건물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뭇 긴 시간을 자리를 비워야 한다. 차디찬 냉대는 이뿐만이 아니다.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 모두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사람들의 날이 선 눈빛은 마음마저 얼게 한다.

시간이 지나자 바람마저 매섭게 분다. 이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자겠다는 것인지 상상을 할 수가 없다. 난로는 바람에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자리를 뜨려고 일어서려는데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추위에 얼어버린 다리를 들고 일어서는 것보다 마음이 무거워서 일어나질 못하겠다. 저녁으로 닭볶음탕을 먹겠다며 분주하게 준비하는 그들을 두고 돌아오는 거리에서 맘이 더욱 추워짐을 느꼈다.

<타임즈>의 올해의 인물은 '시위자'라고 한다. 올해 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세상 곳곳에 감추어졌던 목소리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 시위에 새 문화를 연 '희망버스', 많은 이를 떠나보내고 나서도 다시 희망을 품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희망텐트', 그리고 매주 서울 하늘에 촛불을 밝히는 한미FTA 무효 요구 시위까지.

그러나 이들이 진정하게 요구하는 것은 진심어린 마음의 위로가 아닐까. 그들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어주려는 태도만으로도 이들의 얼어붙은 마음들이 녹을 텐데 말이다. <기사출처 : 오마이뉴스를 전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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