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연령층 정치적 참여유도와 지역님비 타파로 쓰여진다면..."

▲ 고려대 학생들이 5년째 제자리 걸음인 기숙사 건립에 학교당국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사진 : 고려대 총학생회 홈페이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학가에서는 10년 전 성균관대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원 한 후보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양대 기숙사 신축을 막겠다”는 공약으로 한양대 인근 원룸·하숙집운영 지역주민들의 표심을 얻으려 했다가 학생들의 큰 반발을 샀던 게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수원시 소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는 기숙사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기숙사를 신축하려 했으나 학교인근 원룸, 하숙집 운영주민들의 생존권 위협 이유를 내걸고 지역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기숙사 신축허가를 내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투표권’이 지역주민들의 으름장이었다. 이 때문에 관련 지자체는 학교 측의 기숙사 건립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학교측도 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수요를 풀기 위한 묘수를 만들어 내기에 돌입했다. 학교측이 고안해 낸 묘수는 ‘기숙사 학생 전입신고 의무화’였다. ‘투표권에는 투표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학교측 계산이었다. 이로써 당시 성균관대가 포함된 율천동 제8투표소 유권자는 4744명로 늘었고, 그 중 3347명이 성균관대생이었다. ‘투표권에는 투표권으로 승부’는 정확히 맞아 들어갔다. 이후 기숙사 건립에 속도가 붙었고 2009년 3월에 기존 인, 의, 예, 지관 이외에 새로운 기숙사 신(信)관을 개관했다.

▲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한 후보가 한양대 기숙사 신축을 막겠다는 공약을 내 학생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해당 시의원 후보가 낸 공약내용.

대학당국에서 기숙사 입사생에 전입신고를 의무화함으로써 약4000여 명 기숙사 입사생이 주민으로 편입돼 투표소를 설치기준을 충족시켜 2012년 4월 총선에서는 신관 지하대강당에 투표소를 설치해 청년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선순환으로도 이어졌다. 율천동 제8투표소 투표율은 옆 수원장안 투표율보다 4.6%가 높게 나타났다. 대학인의 정치적 힘을 높이면서 대학의 의견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한 사건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서울소재 대학들이 기숙사난을 풀기 위해 기숙사 건립을 세웠다가도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이 차질을 빚거나 좌초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한양대는 2015년부터 기숙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인근 주민들이 생존권을 내세워 반대하고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돼 왔다.

▲ 한양대 총학생회 학생들이 한양대 기숙사 건립허가 건이 상정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 기간내내 서울시청앞에서 허가를 촉구하는 철야농성을 했다. 농성을 한 12월 6일은 2017년 들어 가장 추웠던 날이었다.

그러다 2년만인 2017년 12월 6일에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어 한양대 ‘도시계획시설(학교) 세부시설 조성 계획 변경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기숙사건립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측은 교통영향평가·환경영향평가 등 사전절차 때 최대한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학생회측과 기숙사건립 반대대책위원회는 도계위가 열린 지난해 12월 6일에 서울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립했다. 특히 이날 시청에 나온 한양대 총학생회 학생들은 “오늘이 최고 추운 날이란 걸 알지만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추위보다 무서운 건 보증금ㆍ월세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한양대의 기숙사 수용률이 서울지역 대학 평균보다 낮고, 주변지역의 높은 임대료로 인해 주거난이 심각하다며 확충을 요구해왔다. 특히 한양대 총학생회 등은 한양대의 기숙사 수용률이 12.5%에 불과해 서울 타대학(16.1%) 대비 지나치게 낮고 인근 자취방의 보증금ㆍ월세 등 집값이 비싸다는 등의 이유로 기숙사 신축을 계속 요구해왔다.

고려대의 기숙사 신축계획은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고려대는 2013년 1100명 규모 기숙사를 서울 성북구 개운산 내 학교 땅에 신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90년대부터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던 공원’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고려대 학생들 커뮤니티 사이트인 '고파스'에서는 기숙사 건립에 따른 10년전 성균관대 전입신고 작전에 대해 큰 반응을 나타냈다.<사진출처 : 고파스>

고려대 학생들은 10년 전 성균관대의 기숙사 건립을 위한 기숙사 학생 전입신고 의무화에 대해 큰 반응을 나타냈다. 고려대 학생들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고파스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펼쳐졌다. “정치인들은 표에만 신경쓰기 때문에 투표권으로 맞대응을 해야한다”고 의견을 적었다. “전입신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입신고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중지를 모이게 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은 “대학의 정치적 발언권이 높아지는 것이 대학만을 위한 또 다른 ‘님비주의’로 쓰여진다면 그것은 자제돼야 하지만 20대 연령층의 적극적인 정치관심을 유도하고, 지역주민들의 투표권에 기생하려는 지자체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을 저지하는 방법이라면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유권활동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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