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재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대학당국의 폐과 결정에 반발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해부터 연극영화과 폐과에 대한 이야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왔지만 2018학년도 신입생을 받아놓고 이제서 폐과를 통보하는 것은 '사기입학'이라고 맞서고 있다.

[U's Line 특별취재팀]배재대 연극영화과 재학생들과 교수들은 학과구조조정에 따른 폐과 통보에 "학생들의 미래를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적인 조치"라며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는 학생들은 ‘사기입학’이라는 거친 표현까지 해댔다. 그러나 대학 측은 "폐과가 아닌 입학정지가 정식명칭"이라며 "재학생들은 연극영화과로 졸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배재대 연극영화과 한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학제개편위원회에서 연극영화과의 입학정지가 결정된 뒤 교무위원회에 최종 보고됐다고 전했다. 배재대 대학본부가 학과 평가결과에 따라 3년 연속 점수가 낮은 연극영화과의 폐과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배재대 연극영화과 2018학년도 신입생들이 “학교 측은 사기입학 해명하라”는 거친 표현을 쓰는 데는 나름 배경이 있다. 현재 연극영화학과는 1997년에 영상예술학과로 시작했다. 그러다 1년 뒤 1998년에 공연영상학과로 학과명칭을 개편했다. 2012년에 문화예술콘텐츠학과로 학과전환을 했다. 당시에 해당과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대학측은 대외적으로 변화하는 흐름에 경쟁력을 제고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적으로는 취업률을 높여보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김영호 총장도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에 대비하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차적으로 학제개편과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학제개편을 추진해 스마트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지만 2년 뒤인 2014년에 연극영화학과로 또다시 학과 변경을 했다. 결국 김 총장의 2년 전 발언은 학생들에게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다.

▲ 배재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

요즘 이 대학건물에는 연극영화과에서 붙인 대자보가 눈에 띤다. "당신들의 과는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저는 4살 된 연극영화"라며 "태어났을 때는 공연영상, 몇 년 뒤 문화예술콘텐츠, 지금은 연극영화"라며 자조 섞인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학과명칭이 변경되면서 전공은 세분화 됐고 학생들이 희망하는 수업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학교의 무책임하고, 일관되지 못한 정책은 재학생 충원율을 오히려 저조하게 만들었고 폐과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이들 학생들은 대학측 해명이 더 화나게 한다고 말했다. "졸업은 연극영화과로 시켜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게 폐과의 원인을 제공한 학교의 마지막 말"이라며 "선·후배 간 공동작업 연대의식이 어느 전공보다 중요한 영화제작과 연극을 전공하는 연극영화학과는 후배를 받지 못해 대학생활마저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허탈해 했다. 이들 학생은 "연극영화과 폐과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나왔음에도 학교는 18학번 신입생을 받았고, 입학 2개월이 지나자  교무위원회에서 폐과 결정을 알렸으니 이게 사기입학이 아니고 뭐냐“며 울분을 토했다.

A교수는 "그동안 구조조정이 되면서 일관된 교육정책과 원칙, 절차 등이 지켜졌는지는 의문이 든다"며 "과연 이러한 방식의 구조조정이 대학 경쟁력 강화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한 B교수는 “학생들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대학 전공을 결정해 배재대를 입학했는데 대학 측은 이를 크게 고려하지 않고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교무정책을 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대학이 사회에서 교육적인 자기 역할을 해 줄 때, 학생들의 진로개발이 이뤄지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사회는 건강해 질 수 있는데 지금 한국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취업에만 고민하는 취업기관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면서 대학은 악순환으로 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배재대 측은 "정치언론안보는 경찰소방으로 학제 자체를 개편해서 아예 다른 과가 됐고, 영어영문학과도 자구안을 마련해서 인정을 받은 것"이라면서도 "연극영화과는 자구안 내놓은 게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입학정지 수순을 밟게 됐다"고 해명했다.

 

연극영화과 학생들,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호소

현재 배재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억울한 배재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쫓겨나고 있어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청원내용은 아래와 같다.

긴 글이지만 배재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억울한 이야기 들어봐주시고 부당하게 쫓겨나는 학생들을 도와주세요. 연극영화과에 4대! 힘없는 학생들은 내쫓기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입니다. 현재 배재대학교에서는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학과평과기준이 3년 동안 미달인 경우 학칙에 의거하여 폐과를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현재 저희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의 상황

현재 연극영화학과는 배재대 내 타과에 비해 높은 입학경쟁률을 가지고 있고 학과 수업 특성상 많은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또한 자신의 꿈을 실현할 발판을 마련하고 선배들을 따라 후배들을 끌어주기 위해 현장(현업) 활동을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내세우는 원칙 중 재학생율과 취업률은 저희의 상황에 맞지않습니다. 학교와 현장을 오고가며 유동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저희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에게 재학생율 수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고 아직 대한민국의 예술계의 실정상 취업률을 책정할 수 있는 4대보험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선 이런 현 상황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학과평가기준이라는 원칙으로써만 저희 과를 재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학교 측에서 받은 지원

현재 연극영화학과는 2011년을 마지막으로 공연영상학부라는 이름에서 통폐합을 당해 2012년~2013년 까지 문화예술콘텐츠학과 라는 이름으로 다시 2014년 또 한 번의 통폐합을 당해 연극영화학과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과정 속에 학교 측과 학생들의 충분한 대화가 오고가지 않았고 그로인해 부적응하는 학생들은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년 재학생들이 실습비라는 명목으로 지원받는 금액은 턱 없이 부족하고 학과 건물과 장비 등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를 무자비하게 방치한 학교는 학과평가가 부실하단 이유로 이제는 폐과를 진행 시키겠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충분한 기회와 환경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학생들을 궁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폐과를 반대합니다.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저희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폐과를 막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저희 같은 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부디 외면하지 마시고 대한민국에서 예술인으로서 살아가려하는 학생들을 응원해주십시오. 마치 기업과 같이 실질적 이윤만 따져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과를 폐과하려는 이번 배재대학교 측의 행동을 부정해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일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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