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축제 기간동안에 술판매 금지령이 떨어지자 주류사들의 후원을 받지 못해 트로트 가수를 부르는 일이 벌어졌다. 그동안 술과 연예인 행사로 뒤범벅이 되고 있다는 대학축제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올해도 끊이지 않았다.

[U's Line 특별취재팀]부산대 축제에서 아이돌, 걸 그룹 대신 50대 트로트가수 김모 씨가 무대에 올랐다. 인기 아이돌과 걸그룹 공연을 애타게 기다리던 학생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학생들 불만이 커지자 행사를 주최한 총학생회에서는 자초지종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부산대 총학생회가 밝힌 트로트 가수 김 모씨가 대학축제에 오른 배경에는 술 판매 등 금지령을 내린 교육부와 국세청의 조치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대학축제에 비싼 몸값의 아이돌, 걸 그룹의 섭외비는 술을 총학생회에서 대거 매입하는 조건으로 주류사에서 후원해왔다는 것.

그런 이유로 2015년부터 총학생회에서 섭외하는 가수들의 초청행사비는 전혀 들지 않았으나 올해 정부의 대학축제 술 판매 금지령으로 술을 살수도 없었고, 그런 이유로 특정 주류사의 대학내 마케팅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류사의 후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후원을 받지 못한 부산대 총학생회는 결국 제한된 예산으로 그나마 인기가 있다는 50대 트로트 가수초청으로 행사를 대신할 수밖에 없었던 것. 올해 부산대의 경우 대학 축제 총예산 7500만 원 중 2000만 원을 초대가수 섭외 비용으로 썼다. 인기가수 3~5명을 초청하게 되면 가수 섭외비만 9000만 원에 달한다. 대학축제 예산의 25%가량은 초청가수 비용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올해 부산대 축제에서는 술판매 금지로 주류업체의 후원을 받지 못했지만 학생들의 연예인 행사에 대한 기대치를 알고있는 총학생회에서는 트로트 가수를 초청하는 궁여지책이 동원되기도 했다. 올해 부산대 축제에 출연했던 트로트 가수 김연자.

대학축제 무대에 인기 연예인이 초청된 건 1990년대부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학의 축제는 ‘대동제’라 불리며 반정부 시위와 군부독재정권에 맞서는 민주주의 열망에 관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으나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독재정권과 맞섰던 민주 인사들이 대통령이 되면서 대학사회를 결집시켰던 가장 큰 콘텐츠였던 ‘민주주의 쟁취’, ‘독재타도’가 사라지면서 대학 축제는 대동제에서 다시 일반 축제성격으로 돌아왔다.

그러다보니 대학 축제는 특별한 콘텐츠 없이 술 판매 주점이 대학 축제를 가득 채우면서 대학축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곤 했다. 대학사회만의 독특한 콘텐츠는 없이 술과 아이돌과 걸 그룹이 축제행사와 예산을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언급이다.

부산대 황민우 총학생회장도 “갑작스러운 술 판매 금지령으로 주류사의 후원이 끊기는 바람에 가수 초청비 비중이 더 높아졌다”며 “많은 학생이 축제에서 연예인 초청행사를 메인 행사로 기대하고 있어 가수 초청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술과 연예인 행사에만 몰두하는 한국 대학들의 축제를 놓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축제 기간 대학가 인근 파출소 풍경은 대학축제의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축제기간 동안 취기를 누르지 못한 젊은 청춘들의 아찔한 사건·사고가 속출한다. 이 때문에 파출소 소속 경찰들은 밤새도록 젊은 취객들과 실랑이를 벌인다.

▲ 2010~2014년 국공립대 대학축제 연예인 초청출연비용

축제가 끝난 뒤 현장은 소주병과 음식물 쓰레기 등으로 난장을 보여 과연 젊은 지성들의 축제현장인가를 반문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대학축제가 주점, 공연장 등에서 밤새 마시고 즐기는 문화로 전락해버렸다는 지적이 축제가 대부분 열리는 5월이면 신문지면을 늘 채웠다. 게다가 동아리나 학과별 주점 등은 주점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가 하면, 유명 연예인 공연티켓 값의 7~8배 넘는 입장권이 인터넷에서 판매되곤 했다. 올해 연세대 축제에서도 이 같은 입장권 판매는 그대로 벌어졌다.

지난 2013년 민주당 유은혜 의원실이 교육부로 제출받은 자료에서는 당시 걸 그룹 ‘카라’가 수도권 대학에 출연하면서 3200만 원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에서 아이돌 ‘비스트’를 초청하려면 최소 4,000만원을 행사비로 지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 문준영 학생은 전국 국·공립대학에 대학축제에 지출한 연예인 비용 내역을 요청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공립대학 28곳 중 무려 23개 대학의 연예인 섭외비가 1억 원이 넘었다.

국립대인 ‘한국교통대학’의 경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축제 때 사용된 연예인 행사비가 무려 4억9천만원이나 됐다. 공주대 4억2천만원, 제주대 4억965만원 등 수억 원이 넘는 비용이 연예인 행사비로 지출됐다. 그러나 K대학에서는 연예인 행사비용으로는 5800만원을 지출했지만 학생 동아리 공연이나 전시회에는 고작 450만 원을 지원한 게 전부였다.

연세대 응원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아카라카 결산서에 따르면 2013년 아카라카 행사를 하는데 쓴 비용은 1억3560만원이다. 비용 대부분은 무대장치와 연예인 출연료에 사용됐다. 2013년 무대장치에 3700만원 지출됐고, 연예인 출연료로 7700만원이 쓰였다. 전체 비용의 84%를 무대설치와 연예인 출연료에 사용한 셈이다. 나머지 비용은 경호원을 고용하거나 입장권 인쇄, 뱃지·현수막 등 비품구입에 소요됐다.

억대의 비용은 입장권 판매와 기업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2013년 수입 총액 1억3700만원 중 입장권 판매수입은 1억700만원이고 기업 후원금은 3000만원이다.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 입장권은 1만1000원이다. 돈을 내지 않는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매년 거의 매진된다. 연세대는 2015년에 1만1000장을 판매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입장권 판매액이 1억21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연세대 응원단은 최근들어 결산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려대는 외부에 대학 축제 '입실렌티'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연세대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도 입장권을 판매하고 기업 후원 등을 받기 때문이다. 2015년에 고려대는 2만1800장의 입장권을 판매했다. 당시 입장권 가격이 9000원이기 때문에 입장권 판매액은 2억원에 육박했다. 고려대 응원단은 2012년 기업후원과 광고수익으로 4천920만원을 받아 공연진행에 충당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대학축제의 연예인 행사는 학생간 의견차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축제 기간중 학교내에 걸려있던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이 축제에 방해가 된다며 철거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서울여대 학보사는 총학생회의 청소노동자 현수막 철거를 비판하는 졸업생들의 성명서를 게재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간 교수가 ‘성명서를 게재할 경우 발행을 허가하지 않겠다’며 위협했고, 학보사는 1면 백지발행으로 맞서는 사태로 번지기까지 했다.

▲ 대학축제의 연예인 행사는 학생간 의견차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축제 기간중 학교내에 걸려있던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이 축제에 방해가 된다며 철거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서울여대 학보사는 총학생회의 청소노동자 현수막 철거를 비판하는 졸업생들의 성명서를 게재하려고 했다. 그러나 주간 교수가 ‘성명서를 게재할 경우 발행을 허가하지 않겠다’며 위협했고, 학보사는 1면 백지발행으로 맞서는 사태로 번지기까지 했다. <사진 : 뉴스1>

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청소노동자의 현수막을 철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축제가 내부 행사가 아닌 외부인들이 오는 행사로 변했기 때문이다. 대학축제가 학생들의 순수한 축제가 아닌 상업성으로 물들어, 독재시절에나 봤던 대학 학보사의 백지 발행까지도 불러왔던 것이다.

진정한 대학축제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술판이 난무하고 연예인이 주도하는 축제가 아닌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건전한 문화를 창조하는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냉철한 지성인(知性人)이라 불리는 대학생들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독재정권은 물러갔는지 모르지만 양극화로 치닫는 자본주의로서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과 건강한 사회건설에 대한 대학 지성인들의 관심이 콘텐츠로 표출되고, 대학은 지역사회의 문화중심으로서 지역과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 마련도 꼭 필요한 주제다. 이제 대학인들이 지성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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