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대학축제부터 주류판매를 할 수 없도록 국세청과 교육부가 각 대학에 공문을 발송하면서 각 학과들은 술을 직접 사오는 학생들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러다보니 누구를 위한 조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대학축제에는 오래 전부터 꼭 있어왔던 그 무엇이 없다. 그러나 아주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술’이다. 올해부터 국세청과 교육부가 대학축제 기간에 주루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대학축제의 낭만’이라고 불렸던 술 판매를 학생들이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찬·반론이 적지 않다. 대학가 현장을 찾아가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렇다고 해서 축제기간에 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판매가 안 되다보니 각자 마실 술을 사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과연 이게 누구를 위한 조치냐는 불만 섞인 얘기가 터져 나온다. 흥겨운 음악이 흐르고 다양한 먹을거리가 준비돼 있는 대학가 축제 현장. 예년과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예년 같으면 각 과마다 운영하는 주점으로 흥겨울 대학공간에서 술이 자취를 감춰졌으니 썰렁한 느낌마저 든다.

K모 재학생 : “각 동아리나 단체 회장들에게 주점을 못 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며칠 전 학교 SNS를 통해 축제 기간 술을 팔지 않는다는 공지가 떴지만 학생들은 미처 알지 못했는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L모 재학생 : “주점에 대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그런 로망이 있었는데 없어지니깐 막상 좀 아쉽고 그렇습니다.”

H모 재학생 : “대학축제의 꽃이라고 생각하는 데 없어져서 너무 아쉽고요.”

그런데 술을 팔지 않는다는 건 학생들의 자발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지난 5월 2일 교육부에서 각 대학으로 보내온 공문에서는 면허 없이 술을 팔 경우 주세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국세청의 방침을 각 대학에 통보해 온 것이다. 축제를 불과 일주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날아온 공문 그야 말로 비상에 걸렸다.

▲ 교육부가 지난 5월 2일자로 각 대학 발송한 주류판매금지 요청 공문. 너무 급작스런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일기도 한다.

학생회 간부 : “주류 판매와 동시에 안주 판매도 불법인 부분이라서 학생들이 전과자가 된다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니깐 부스 담당자들에게 하지 말라 하고 금지한 상황이다”

학생들은 결국 주점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고, 술을 팔수는 없으니 술과 음식을 가져오면 이용할 수 있도록 자리만 따로 마련해뒀다.

또 다른 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각 학과에서 운영하는 행사장엔 주류를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지난해 칵테일을 만들어 팔았다던 주점, 올해엔 술 대신 탄산이 들어간 음료로 대체를 했다.

음료 판매 학생 : “알코올은 주문을 취소했다. 주문을 취소하고 무알코올로 진행하고 있다.”

주점 운영을 하려던 학생들의 계획은 급하게 수정했다는 이야기다.

주점 운영 학생 : “일주일 전에 갑자기 통보를 받아서 환불 못한 것도 있고 준비하는 데 있어서 화가 좀 났었다.”며 “안주 등을 미리 업체에 주문한 상태니깐 이걸 어떻게 팔아야 되는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다. 술 없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화를 시키거나 했지만 너무 일방적인 정책을 성급히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술은 반품하고 환불이 안 되는 식재료로 음식만 만들어 팔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축제를 기다려온 신입생들의 실망감은 누구보다 컸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입생 : “첫 축제라서 정말 실망이 크고요. 그냥 고등학교 학예회 느낌... 신입생들은 이제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추억인데 그 추억을 어떻게 보면 앗아간 거잖아요. 정성스럽게 준비한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물거품을 만들어버리니깐...”

국세청의 방침과 교육부의 전달이 일방적이고 갑작스런 제지 조치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학생 : “몇십 년 동안 계속 해왔던 건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중단될 줄 몰랐고 조금 더 일찍 학교와 국가가 서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부분이 참 많이 아쉽다.”

그렇다고 술 자체를 막을 길은 없다. 비닐봉투를 든 학생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데 그 안에 든 건 다름 아닌 술.

▲ 술 판매를 금지하다보니 학생들은 술을 직접 사와 마시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술을 사서 학교로 들어가는 학생들.

재학생 : “술을 안 팔아서 술을 사 오게 됐다.”

판매는 안 되지만 반입은 가능하기에 저마다 준비해 온 것이다. 음식을 판매하는 곳에선 시원하게 보관까지 해준다.

재학생 : “술 사 오면 시원하게 해주려고. 여기 맡겨놓으면 시원하게 해주고...”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연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학생 : “술을 판매 안 한다고 해도 나가서 사 올 수 있기 때문에 별 차이 없는 거 같다.”며“판매를 금지하는데 술 사 오는 거는 괜찮다고 하는 거니깐 애초에 말도 안 되고. 오히려 금지하면 학교 근처 술집에서 사고도 더 많이 일어나는데 학교 안에서 술 마시는 게 더 안전하지 않나….”

반면, 당장에는 반감이 컸지만 건전한 대학 문화 정립을 위해 긍정적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Y모 대학생 : “새내기다 보니깐 처음에는 주점에 대해 기대가 컸는데 이번에 안 된다고 해서 재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겪어 보니깐 오히려 체험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지면 축제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술이 없어도...

P모 대학생 : “‘축제는 술이다.’라는 타이틀로 잡혀버렸는데 그 타이틀을 좀 깰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된 거 같아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술이 사라진 대학 축제. 새로운 변화에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학생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K모 직장인 : “세금 문제 때문에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한 2~3일 단기적으로 열리는 대학 축제까지 그렇게 규제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U모 시민 : "축제 때 술을 마시고 같이 노는 건 어떻게 보면 대학 생활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낭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규제하는데 있어서 학생들의 자율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은 성인이 된 대학생들마저 너무 법으로만 규제하려는 발상 아닌가 한다.”고 제기했다.

술로 인한 사건사고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결정이란 반응도 있다.

L모 대학생 학부모 : “저희 아들도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축제 때나 아니면 MT 간다 하면 무척 걱정됐다. 저희 아들은 또 술도 못 먹는다. 그래서 사고 같은 거 나지 않을까 해서 굉장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술을 팔지 않는다 하니 마음이 놓인다.”

술 판매가 금지된 대학 축제. 대학시절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사라지는 걸까, 말 많고 탈 많은 대학가 음주문화를 바꿀 새로운 기회일까? 지금 대학축제 현장에선 의견분분하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