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육부장관에게 힘을 실어 줄 때다.

이경희 U's Line 정책부장l승인2018.05.03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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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교육감 당시 ‘혁신교육의 설계자’, ‘진보교육감 맏형’으로 불리며 새 시대에 적합한 새 교육을 만들어 나갈 인물로 꼽혔던 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이 그가 14~15대 경기도교육감 당시 추진한 굵직한 정책들이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이 정책들은 전국에서 벤치마킹 했다. 이런 개혁적 성향 덕으로 2015년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권의 러브콜이 일찌감치 쇄도했다. 이랬던 그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요즘 평가는 어디까지가 바닥인지 모를 정도로 추락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추락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유치원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부터다. 그러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수시확대, 정시축소를 줄곧 유지해왔던 역대 정부부터의 기조를 일언반구 말도 없이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주요대학에 정시확대를 종용한 사실이 터져 나왔고, 교육부의 2022학년 대학입시제도 시안을 이송안으로 바꿔 부르는 편법을 동원해 지난달 11일 국가교육회의에 이송안을 보냈지만 주무부처인 교육부 자신들의 안(案)은 없는 채로 발을 빼 버렸다.

정시와 수시의 통합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등 논의할 과제만 수두룩 나열해서 민간인이 위원장인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겨 버렸다. 지난해 8월 3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 개편안을 미룬 지 224일 만이고, 수능 개편논의가 시작된 2015 개정 교육과정 확정 고시 이후 932일 만이었지만 교육부 의견은 보이질 않았다. 교육부는 이 기간에 각종 위원회와 정책연구, 포럼, 여론조사 등으로 국민 세금을 써 댔지만 어떤 의견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사퇴요구를 제기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도 손발이 안 맞는다는 불만이 수면 밑에서 흘러 나왔다. 또한 당시 본지 U's Line의 취재에서 김 장관과 교육관료 간 이견으로 정책결정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전언(傳言)을 듣게 됐다. 장관이 부처를 장악하지 못했거나, 교육부내 교육마피아가 장관에게 반발하면서 정책혼선이 생겨 결정을 내지 못한 채 이송안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겼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2022학년 대입 개편안 실무책임을 맡았던 박성수 교육부 대학학술정책관이 전격 교체됐다.

교육부 인사시즌도 아닌데다 교육부 대입 개편안이 국가교육회의로 이송돼 실무국장인 대학학술정책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해진 상황에서 담당국장을 전보 조처한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대학가의 의심이 발동됐다. 앞서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가 학부모들이 “정부가 사교육을 조장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자 지난 1월 전면 보류했다. 보류 직후 정책을 담당했던 신익현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에 교육부는 “신 국장 자신이 스스로 원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박성수 전 정책관이 정시확대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책결정 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렸다.

한편에서는 대입제도를 이끄는 고등교육정책실 담당국장이 장관과의 의견차로 보직변경을 자청했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 발표이후 교육부의 담당부서는 사실상 패닉에 빠진 상태라는 말도 전해졌다. 지난 7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개편안 준비를 해 왔으나 여론의 가혹한 비판이 터지자 교육부 대입 정책담당 부서원들은 부서이동을 요구한다는 자중지란의 소리마저 들렸다.

그렇다면 이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이렇듯 불안정한 행보는 어디서 기인하는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에 있어 교육부의 무게는 남다르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어느 나라보다 민감하다. 그냥 민감한 것이 아니라 많은 국민들은 인생 로드맵을 고입(高入)과 대입(大入)에 방점을 두면서 산다. 곧, 인생 자체가 된다. 또한 대한민국에서의 교육은 유일한 자원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부존자원이라고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인재들이 전부다. 그래서 교육부가 중요하고, 교육부의 수장(首長) 역할과 행보가 중요하다.

이 대목에서 최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대입정책에 대한 뜻 모를 행보는 6·13 지방선거가 한 요인으로 작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정책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진보적 아젠다를 계속 밀어붙일 경우 지방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수시축소, 정시확대’라는 노선 급선회를 민주당과 청와대 교육정책 파트가 교육부에 강하게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부 관계자는 “김상곤 장관의 교육정책은 전체적인 여론을 수렴하지 못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내부의견이 있다. 많은 학부모와 수험생이 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수능은 ‘절대평가’로 밀어붙이고,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학생부종합전형’은 확대하려고 하니 김 장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발이 높아진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국민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 차원의 제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김상곤 장관의 불안정한 행보는 결국 이 때 생겨났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춘란 차관의 주요대학 정시확대 종용 전화는 청와대의 요구와 김 장관의 암묵적 동의하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 때 일부 교육계에서는 “현장과 수요자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당·정·청의 불협화음은 수요자나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이나 정책운영은 없어진 채 선거공학과 정치논리로만 밀어붙였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면서 “정치논리 앞에서 교육부장관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김 장관 두둔성 발언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이 모양이 된 것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지 못하고, 뜨거운 남비식으로 수시로 뜯어고친 인기 영합성 정책추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말이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최근 행보는 교육부의 폐지론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분명, 김상곤 장관의 '발표➜유예·연기'식 잦은 오류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선거공학과 인기영합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밀고나갈 수 있는 권한을 장관에게 부여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백년지대계 교육정책을 세우는데 더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고교의 교장과 교사들 대상 설문조사결과 “공교육을 살리려면 수능 절대평가로 가야하고, 대입은 수시의 학종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왔다. 혼란을 일으켰던 이번 2022학년도 대입정책에서 김상곤 장관이 추진하고자 했던 대로다. 교육부를 폐지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교육정책을 만들어 내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수능의 절대평가와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교육의 틀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고 있다. 좀 더 기다릴 때다.

또한 이제 교육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북돋아주는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의 제고는 4지선다형 정답을 고르는 수업과 교육으로는 절대로 키울 수 없다. 학생들이 원하고, 선호하는 분야를 어떻게 찾아주고, 적용해주느냐가 핵심이다.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것은 수시의 과제이다. 그러나 수시전형의 확대는 미래가 요구하는 교육일수 밖에 없다.

 

 


이경희 U's Line 정책부장  kylee5794@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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