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수 편집국장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올 미래를 온통 도배를 할 것처럼 모든 언론사들이 야단법석이다. 앞으로 세상은 이렇게 변한다며 그런 능력이 없으면 도태될 것이라며 반(半) 협박조도 서슴치 않는다. 관련 기사나 글을 읽고 나면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하겠다는 준비성이 독려되기 보다는 4차 산업혁명은 예측 못할 괴물로 비춰지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살아갈 지금의 중·고생들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잘 살게 하려면 부모는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이지? 라는 고민에 혼란스럽다. 실제로 필자가 중·고교의 요청으로 학부모 대상 강의를 하다보면 4차 산업혁명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실로 크다. 두려움의 주된 내용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응교육에 대한 방향성의 부재(不在)’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중·고생 학부모들이 4차 산업혁명 앞에서 멍청한 바보가 되고마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주범(主犯)은 없고 공범(共犯)만이 존재한다. 왜 주범은 없고, 공범만이 존재하는지 잠깐 설명을 곁들이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장 필요한 인재는 누구인지를 잘 설명하고 있는 해외 사례와 우리 현실을 보자.

런던의 금융가를 명문대 경제, 경영학과 출신이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파생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수학적인 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런던에선 기계공학도가 수학과목으로 논리력과 관찰력을 쌓았다고 판단하고 금융 분석가로 기꺼이 채용한다. 천문학 전공자를 웹디자이너로 채용해 그가 본 우주의 상상력을 잘 표현하도록 기회를 준다. 상당수의 펀드매니저가 역사학 전공자다. 주식과 채권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 누구보다 강할 것이라는 긍정 해석을 내린다. 주식 애널리스트 중에는 군인 출신, 미술 전공자도 많다. 군인 고유의 팀워크, 예술가의 상상력이 중장기적으로 회사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적 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 수용에 앞서가 있다는 선진국들의 공통점은 ‘창의력’을 가장 우선시 하고, 다음은 ‘문제 해결능력’, 뒤이어 ‘팀워크’를 꼽는다. 유명한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을 선발하는 발상마저 창의적이다. 그래서 군출신을 애널리스트로 채용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경직성과는 꽤나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교육방식은 주입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주재원 자녀가 외국학교를 다니면 가장 취약한 부분이 ‘학업 참여도’(Participation)’로 평가된다. 외국 학생들은 선생님이 질문하면 무조건 손부터 든다. 답이 맞든 틀리든 그다지 중요치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실 풍경은 선생님이 50분 강의중 45분간 일방적 교육을 하고 5분을 남겨두고 질문을 하라고 던진다. 당연히 질문하는 학생이 없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가는데 괜히 질문해서 실수를 할까 두려워한다.

서울 강남지역에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넣을 한 줄의 스펙을 위해 건당 수백만 원이 드는 소논문학원이 성황을 이룬다. 이런 논문은 사실 누가 쓴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유수의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마친들 정말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렇듯 ‘보여지는 공부’를 조장한 교육환경이 그 첫 번째 공범이다.

또한 유명대학을 나와야 평생 기 펴고 산다는 대학서열화, 자신의 진로적성 직업보다는 대기업·의사·판검사를 해야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고 모질게 자녀들을 다그친 기성세대의 ‘보여지는 인생’ 요구가 두 번째 공범이다. 그렇게 다그칠 수밖에 없었던 기성세대들의 변명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 변명은 결코 해답이 되질 않았고, 오히려 다그친 기성세대들의 자녀들마저 대학서열화가, 사(師·士) 붙은 직업이 우리 자녀들을 잡아먹어 온 지 오래다.

또한 그 누구도 이렇게 삐뚫어진 교육현실이 나에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내가 주범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두 공범만이 4차 산업혁명 앞에 놓인 대한민국의 명운마저 잡아먹을 기세다. “당신들 개개인 모두가 주범”이라고 손가락질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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