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학생참여 총장직선제를 위한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대학가에서 구성원들의 투표로 총장을 뽑는 직선제가 요구가 강하게 어필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촛불집회에 참여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 사회처럼 대학 내 민주화도 절실하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3일 현재 주요 사립대학 중에서 구성원 전원에게 총장 선출 권한이 있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하는 학교는 이화여대와 성신여대 등 여대 두 곳뿐이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내홍을 치른 이화여대는 지난해 개교 131년 만에 처음으로 총장직선제 투표를 했다. 교수, 교직원, 학부·대학원 학생, 동창 등 전 구성원이 투표에 참여해 김혜숙 철학과 교수가 첫 직선제 총장으로 선출됐다.

심화진 전 총장이 교비횡령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되는 등 사태를 겪은 성신여대는 최근 직선제로 총장을 뽑기로 확정돼 다음 달 30일 첫 선거를 치른다.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등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며 투표 반영 비율은 교수 76%, 직원 10%, 학생 9%, 동문 5% 등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립대 총장직선제가 부활해 군산대에서 8년만에 직선제가 치러져 곽병선 총장이 뽑혔고, 광주교대도 올해 직선제 총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런 사례를 지켜본 주요 사립대에서도 직선제 요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 총장 임기가 끝나는 고려대와 동덕여대에서는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에 나섰다.

고려대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 30명이 각자 3명씩 후보를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뽑는다. 총추위 30명 중 교수 대표가 15명이며, 학생 대표는 3명이다. 나머지는 법인 대표 4명, 교우회 대표 5명, 직원 대표 3명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총장직선제 쟁취를 올해 주요 사업으로 선정하고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이만총총 프로젝트'를 개설해 홍보에 나섰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에 직선제 요구를 전달했지만, 아직 반응이 없다"면서 "사실 총장을 임명하는 건 학교가 아니라 이사회이기 때문에, 학교를 넘어서 이사회와의 면담을 끌어내도록 더 크게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의 경우 학내 구성원의 추천 과정 없이 추천부터 임명까지 모든 총장 선임 과정이 이사회 내부에서 이뤄진다. 동덕여대 총학은 학내에 총장직선제 논의를 공론화하기 위해 5월부터 학생·교수·교직원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낙훈 총장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서울대에서는 올해 총장 선거가 치러지지만, 그간 교수·교직원만 참여하던 정책평가단에 처음으로 학생이 참여하는 정도의 변화만 이뤄진 상태다. 서울대 총학은 직선제 실현을 요구하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은 오는 28일 오후 이화여대 인근에서 200여명 규모 집회를 연 다음 서강대교를 건너 국회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10여개 대학에서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승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임시의장은 "이사회가 정관을 개정하게 하려면 결국 법이 바뀔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가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총장직선제 근거조항을 만들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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