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한국외국어대 등 고교별 학업성취도 차이로 유지 입장

▲ 주요 대학중의 하나인 연세대가 지난 1일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활성화와 수능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모든 수시모집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기로 한다고 밝혔으나 고려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대학들은 고교간 학업성취도 차이를 감안 했을 때 수능시험 최저학력기준은 필요하다며 제기했다. 사진은 연세대가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밝힌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안.

[U's Line 김하늬 기자]교육부의 2020학년도 수능 최저학력기준 철폐요구에 서울 주요대학들이 반대 입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교육부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일 고려대 고위 관계자는 "202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를 요구하는 교육부 입장에 학교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최종적인 것은 내주 12~13일에 발표될 최종 입시요강에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한국외국어대 등 서울 주요대학 역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대는 논술전형에만 있는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H대 입학처 한 관계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모든 고등학교의 내신등급이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게 되는데 고등학교별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다른 현실을 감안하면 적절치 않은 조치"라며 "학업성취도 차이의 간격을 메울 기준은 반드시 필요한 게 학교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확정된 2019학년도 서울소재 주요대학의 수시와 정시 선발인원 비율을 보면 고려대는 정시로 15.8%를 선발하고 나머지를 모두 수시로 선발한다.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도 정시 선발 비율이 20~26%에 그치고 있다. 반면 연세대나 경희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은 정시모집 비율이 30% 안팎이다. 김상곤 장관 등 교육부 고위간부들은 “정해진 비율 같은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대학들에 가이드라인을 주지는 않았더라도 정시모집이 적은 학교들에 비율을 끌어올리라는 압박을 했을 수도 있다.

또한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유지하려는 대학의 관계자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할 경우 수시 지원자가 두 배 이상 급증하는데 대입제도 선발 시스템상 지원자 모두를 면밀히 평가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한계가 발생한다"며 "학생 선발의 공정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2020학년도부터 폐지하는 것은 큰 오류가 날 것을 알면서도 감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세대가 주요대학 중 교육부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권고에 부응하기로 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연세대 수시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고등학교 수준별 내신등급 차이를 변별할 장치가 사라진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고려대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해져 상위권 학생들의 고려대 쏠림지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시 전문가들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폐지는 당초 교육부가 ‘대입전형의 단순화’ ‘수시모집 강화’ 등 정부의 입시정책 기조에 따라 추진한 정책이지만 결국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교육부와 주요대학간 마찰은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대학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남발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학들과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정책 통보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하순 교육부는 공문을 통해 각 대학에 "2020학년도부터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라"고 권고했을 뿐 사전에 충분한 협의는 없었다.

한편, 교육부가 주요 대학에게 권고한 정시모집 확대 요구는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와는 별개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지 않는다 해서 정시모집 확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편, 연세대가 지난 3월 9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정원 모집정지 취소` 소송 및 `정원 모집정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2017학년도 대입 논술고사에서 연세대가 교과과정 외 문제를 출제했다고 판단한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확정·통보한 ‘입학정원 35명 감축’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다.

양측의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연세대가 교육부의 요구사항인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와 ‘정시모집 확대’를 즉각 수용하자 대학가에서는 올해 교육부가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앞두고 연세대가 교육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고교서열화 조장 우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 교육부가 권고하는 수시 최저학력기준 폐지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폐지되면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고교에 기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은 학교생활기록부만 봐도 일반고 출신인지, 자사고 혹은 지방 고교인지 바로 알아챌 수 있다”고 말했다.

‘반 1등’이라도 학교에 따라 내신점수 편차가 다르기 때문에 수능 최저기준으로 보완해왔는데 수시 최저학력 기준이라는 장치가 없어지면 당연히 ‘고교’를 보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면 이 기준을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됐던 입학정원이 오히려 사라져 정시모집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보면서 정시전형을 노리는 강남·송파 지역 학생들이나 특목고 학생들은 환영할 것”이라고 제기했다.

실제로 2017학년도 연세대의 경우 수시에서 최저학력 기준에 못 미친 학생들이 속출해 정원이 ‘이월’되면서 당초 30%선이던 정시모집 비율이 45%로 늘어났다. 한 수험생은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려 “최저기준이 폐지되면 그런 이월분이 없어져, 정시는 더욱더 ‘헬파티’가 된다”고 제기했다. 교육부가 권고한 정시모집 확대 제스처가 수시 수능최저학력 기준폐지와 따로 놀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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