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 박병수 기자]교육부가 ‘THE(영국)’, ‘QS(영국)’ ‘라이덴(네덜란드)’, ‘상하이 자오퉁(중국)’ 등 세계대학평가 를 국내 대학평가에 교육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를 급히 걷어 들이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평가기관마다 서로 평가의 주안점이 다른데다가 설령, 정평이 나 있다하더라도 민간기관의 평가를 정부 부처인 교육부가 평가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던 것이어서 더욱 논란으로 비화 됐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대학자율역량강화(ACE+), 대학특성화(CK), 산업연계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대학인문역량강화(CORE), 여성공학인재양성(WE-UP) 사업을 내년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해 대학의 일반재정지원사업으로 개편한다는 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대학들의 고삐를 쥐고 흔들려 해 대학 자율성을 해치고 대학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유도하기 보다는 지원사업 위주의 단편적 대학행정과 운영으로 몰고 가는 파행을 불렀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번 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은 예산활용을 대학자율에 맡기는 게 골자를 이루고 있어서 대학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부가 최근 밝힌 ‘대학자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안’ 끝부분에서 ‘참고사항’을 달아 세계대학평가 결과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이다. ‘THE(영국)’, ‘QS(영국)’ ‘라이덴(네덜란드)’, ‘상하이 자오퉁(중국)’ 등 세계대학평가기관의 평가를 교육부에서 참조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소재 H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교육부가 최근 밝힌 ‘대학자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안’ 끝부분에서 ‘참고사항’으로 적힌 ‘세계대학평가결과 활용가능성’을 보고 이게 사실인가 할 정도로 자신의 눈을 의심을 했을 정도였다”며 “평가의 객관성과 평가의 상업성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 온 이들 기관의 평가를 교육부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지?”하며 놀랬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THE’와 ‘QS’(영국)를 비롯해 ‘라이덴’(네덜란드), ‘상하이 자오퉁’(중국) 같은 해외 주요 고등교육 평가기관의 세계대학평가가 있지만 평가기준이 제각각이 다르고 대학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기준 등으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과 광고 스폰서 대학들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평가의 객관성이 크게 담보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해에도 THE와 Q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100위권에 들었다거나 ‘국내 톱 10’이라고 자랑한 몇몇 대학이 논문 질을 평가하는 ‘라이덴 랭킹’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일도 발생해 선진국 주요대학은 이들 기관의 평가나 ‘대학평가 순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25일 “QS의 경우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한 대학별 평판도 비중이 크고, 라이덴 랭킹도 논문을 많이 쓰는 큰 대학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는 등 인정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소재 9개 주요 사립대 교수회연합회 이성근 이사장(경희대 교수)도 “국내 일부 언론사 평가처럼 세계대학평가도 공정성과 타당성, 신뢰성이 매우 결여돼 긍정적이기보다는 대학 서열화의 고착화 등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소재 C대에서는 QS의 평가항목 중 기업체 인사담당자가 직접 입력해야 하는 졸업생 평판도를 교직원이 대량 작성한 사실이 적발돼 사회적 물의로 발전된 적이 있었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한 관계자는 “대학들이 중·장기 목표와 성과지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고민을 할 경우 이 부분을 ‘참조(사항)’하라고 제시한 것”이라며 “역량진단이나 재정지원대학 선정, 지원금액 규모 산정과정에서 몇몇 세계대학평가 순위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으로 논란의 불을 껐다.

 

“세계대학평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영향”…실제로는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나

A대학본부는 어쩔 수 없이 대학평가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대학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대학평가의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지적되지만 우리나라의 줄 세우는 분위기 속에서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단순히 따르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평가를 거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학본부가 세계대학평가에 대응하는 것이 외국인 학생유치 등의 국제적인 인지도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소위 ‘SKY’라 불리며 나름의 인지도가 있는 국내와 달리 국제적인 인지도를 위해서는 세계대학평가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국제교류에 도움이 되는 등 학교의 국제화에 도움이 되는 이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대학교육연구소 한 관계자는 “국제적인 인지도를 통해 해외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세계대학평가의 좋은 순위가 이점으로 작용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러한 지표결과가 대학으로서의 학문적 위상 때문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한국 대학에 오는 해외 유학생들 중 학문적인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 보면 더욱 세계대학평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직결된다는 이유는 납득이 안 간다”고 덧붙였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5학년도 A대학 외국인 학생은 3천93명으로, 이 중 29%에 해당되는 903명의 학생만 학위과정의 학생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연수과정(어학연수 1천591명 등 2천190명)의 학생들이었다. 학위를 취득 목적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 학생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평가는 △학계 평판(40%) △졸업생 평판도(10%) △교수 1인당 논문피인용지수·학생수(각 20%) △외국인 교수·학생비율(각 5%)가 주요 구성지표가 되고, 더 타임즈(The Times Higher Education)가 실시하는 세계대학평가는 평가는 연구실적, 논문인용도, 교육여건 30%씩에 국제화 수준(7.5%)과 기술이전 수입(2.5%)을 합산한다.

ARWU(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상해 교통대학에서 는 각 기준당 대학의 성과 총량을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하는 순위다. 그 중 대학 규모를 고려해서 10%정도 비중을 전체 순위에 산정한다.

▲ 유럽대학교육협회(EUA)는 각국 대학의 등수를 매기는, 이른바 국제 대학 순위평가들의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펴냈다. 사진은 보고서 표지.

몇 년 전 유럽대학협회(EUA)는 ‘세계대학순위평가(rankings)와 그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들어 세계대학 순위평가가 성행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세계 고등교육계에도 충격을 주고 있으나 그 장점 보다는 단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국 대학에 등수를 매기는 세계대학순위 평가의 폐해가 매우 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골자다.

유럽 47개국, 850개 대학과 총장들의 모임인 EUA는 이 보고서에서, 2003년 중국 상하이 자오퉁(交通)대학이 세계 500대 대학 순위를 발표한 데 이어 영국 신문 ‘더 타임스’측과 미국 신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를 비롯한 대학과 기관, 언론들이 쏟아내는 국제 대학평가들 가운데 영향력이 큰 것들을 종합적으로 다뤘다.

EUA는 85쪽 분량의 이 보고서를 통해 우선 "각 순위평가들이 공통적으로 대학의 임무 가운데 연구를 교육보다 너무 많이 반영하는 등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대학의 설립 목적과 추구하는 가치와 기능을 도외시 한 채 연구실적 평가에만 치우쳐 다양성을 해치고 대학의 기능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또 "순위평가에 사용되는 방법론과 지표들에 타당성이 부족한데다, 이와 관련한 해당 기관들의 투명성과 공개성이 떨어짐은 물론이고, 대학들이 평가에 맞춰 `실적'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할 가능성 등에도 취약한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EUA는 "평가기관이 자의적으로 사전에 선정한 300-500개의 대학만 평가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세계의 1만7천여 개 대학 중 대부분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가가 강대국 또는 부자나라들의 일부 대학에 치우치고 평가 방법이나 항목 등도 이들에 유리하게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순위평가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 EUA의 시각이다. EUA에 따르면 일반 시민은 물론 정책 당국자들도 일단은 단순한 비교 순위가 보기 쉽고 흥미롭다. 매스미디어의 확대 재생산을 통해 이런 순위평가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전부인양 인식되고, 정책입안자들 역시 이에 기대어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최고의 `연구기관'이 어디인지를 가려내는 단순한 기준으로 세계 모든 대학들의 실력을 판단하게 하고, `품질 보증의 핵심 원칙'인 개별 대학의 설립 목적과 기능에 충실한지 여부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EUA는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행 순위평가들은 "모든 대학을 마치 하나의 목적지 만을 앞에 둔 경주마처럼 경쟁시키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들'을 초래한다고 EUA는 설명했다. "순위표에 이름이 없으면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순위에 오르는 일 자체를 목표로 삼게 만드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EUA는 "평가 목적에서부터 항목, 방법론 등 순위평가와 관련된 것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면서 일부 기관이 방법론을 개선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대부분은 개념적인 것 보다는 기술적인데 치우쳐 있어 기본적 결함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를 낸 배경과 관련해 EUA는 "회원 대학들로부터 각 순위평가들 간에 어떤 차이가 있으며, 적용된 방법론이나 결과들은 믿을만한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아 왔다"면서 "회원 대학들의 요구에 따라 이를 본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EUA는 관련 보고서가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더 폭넓게 살펴 본 보고서들을 계속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EUA의 홈페이지(http://www.eua.be/Home.aspx)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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