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Line]대학 평가의 정치적 성격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했다. 국가와 대학 사이에 평가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평가를 맞이한 대학 내부에서는 어떤 정치 행위가 일어나는가, 평가자와 평가를 받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가, 대학의 구성원들은 각종 평가 과정에서 어떤 정서적 경험을 하는가, 대안적인 대학 평가는 존재할 수 없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대학 평가의 정치적 성격에 접근한다. 한국 대학 평가의 실제를 검토하고 비판했다.

바야흐로 ‘평가의 홍수’ 시대다. 평가 대상이 확대되고 평가 빈도가 증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평가받았지만 이제는 사람만이 아니라 기관까지 평가받는다. 기업은 물론 공공 조직에서까지 평가는 조직의 당연한 일상이 되고 있다. 교육기관 역시 이 홍수를 빗겨 가지 못한다. 오히려 교육기관이야말로 각종 평가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는 인상마저 받는다.

근래 대학은 각종 평가를 받는다. 대학에서 교육 활동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거의 모든 사업은 평가를 수반한다. 언론사가 주관하는 평가에도 대학 관계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대학의 보직 교수나 행정 직원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교수들도 각종 평가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참여하거나 동원된다.

흔히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대상을 재고 그 결과에 가치를 부여하는 기술적 활동으로 생각된다. 사람의 손을 떠난 ‘기준’이 활용되기 때문에 평가는 객관적 활동으로 인식되며 그 결과는 공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직의 수행에 대한 폭넓은 의문이 존재하며 신뢰 자본이 높지 않은 사회에서 평가가 중요하게 활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평가는 다른 얼굴도 가지고 있다. 사실 평가의 출발이 되는 ‘기준’은 누군가가 만든 것이다. ‘사람의 손을 떠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가에 관여하는 어떤 사람이라도 그 기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기 마련이다. 기준을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그 기준을 적용하는 활동, 나아가 그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도 사람들의 이해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평가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활동이기도 한 것이다. <큰글씨책 刊 /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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