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피켓시위 하며 반발…학교측, “복귀 막을 법적근거 없다”

▲ 단국대가 성추행 교수 복귀로 시끄럽다. 단국대는 최근 성추행 문제가 된 고은 시인이 석좌교수에서 물러나더니 이번에는 성추행으로 문제가 됐던 교수들 복귀로 학생들이 피켓시위를 하고면서 반발하고 있다.<사진제공: 단국대 학생회>

[U's Line 김하늬 기자]성추행 논란을 일으킨 고은 시인이 단국대 석좌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한 가운데 단국대가 이번에는 제자에게 성적농담과 폭언을 해 징계를 받은 교수를 복귀시키고, 또 여성 조교를 성추행해 정직된 교수를 다시 강좌에 개설해 준 것으로 드러나자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단국대 총학생회는 지난 14일 학교측에 손태규 교수의 복귀철회와 대학본부 차원의 해명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제출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회는 해당 교수의 복귀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며 “어떻게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학교측 설명을 들어보고, 이후 대처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태규 교수(62)는 지난 2016년 7월 20대 여성 조교를 자신의 연구실에서 강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당시 검찰은 손 교수가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을 감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손 교수의 강의가 다시 개설된 배경에 대해 단국대 측 입장은 이렇다.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된 지난해 3월 징계위원회를 통해 손 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후 지난해 9월에 손 교수는 소속 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교양학부로 변경했고, 올해 1학기부터는 다시 강단에 설 수 있도록 세 과목의 강의를 개설했다는 것이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나 범행동기,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정직처분도 내렸고 이후 복귀를 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손 교수의 복직을 막을 법적근거가 없다는 입장만을 밝히면서 학생들의 반발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 단국대 학생들이 문제 교수의 복귀에 대해 대자보를 붙이며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건이 하나 더 있다. 제자에게 폭언을 해 징계 처분을 받은 교수를 전공 주임교수로 복귀시키기로 하자 해당 전공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뮤지컬전공 학생 10여명은 20일 경기 용인시 죽전캠퍼스에서 A교수의 복귀 처분 취소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A교수는 2014년 2학기 공연영화학부 뮤지컬전공 주임교수로 채용된 뒤 학생들에게 인격모독 및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언행을 해 2015년 1∼2학기 각각 이뤄진 두 차례 감사에서 정직 2개월, 감봉 3개월 등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학생들이 솜방망이 징계라고 비판하자 학교측은 2016년 4월 A교수의 소속을 문화예술대학원으로 변경, 대학원 수업 및 교양수업을 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1년10개월만인 이달 지난 1일 A교수를 공연영화학부 뮤지컬전공 주임교수로 다시 발령을 낸 상태다.

학생들은 “A교수는 학생들과의 문제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학교측은 학생 의견 수렴도 없이 A교수의 복귀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학교측의 부적절한 교수임용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뜻을 모아 피켓 시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관계자는 “뮤지컬전공 주임교수는 1명뿐이었는데 최근 해당 교수가 사임해서 A교수가 복귀하도록 조치했다”며 “A교수는 징계 이후 충분히 자숙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SNS에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며 분명한 복귀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다.

익명의 단국대 한 학생은 "학교에 성추행 범이 그대로 남아있다. 왜 아직도 이 사람이 단국대에 남아있는 걸까요? 그 문제의 교수사진이 교양학부 소속 교수진 화면에 나타났다. 명예훼손, 사생활 보호 등을 주로 연구대상으로 한다는 이 교수의 설명은 저의 당황스러움을 배가시켰다“며 ”대학이 많이 무너졌다지만 이건 정말 아니지 않는가. 왜 이런 사람이 아직 교수이고, 학교 홈페이지에 교수라는 타이틀로 등장하는 걸까. 퇴직이 얼마 안 남아 명예퇴직을 위해 교양학부로 옮겨준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성추행한 시점은 안식년 바로 직전이었다. 많은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며 복귀반대 입장을 단호히 밝혔다.

또 다른 학생도 “3년전 성희롱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켜 전공 수업 못하다가 이번 학기 다시 전공수업으로 돌아온다는 걸 수강 신청하다가 봤다. 학생들 의견수렴 없이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 카카오톡으로 통보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피해자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격분했다.

다른 학생도 “사회 각계각층 성추행, 성폭행 파문으로 떠들썩하면서 물러나고 있는 요즘 단국대는 왜 시간이 거꾸로 가고 있는 걸까. 부끄럽다”며 학교측 조치에 비난했다.

 

저작권자 © Usline(유스라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