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환수 부당성 알고도...대학노조 “청와대 눈치 본 탓”

대학노조, “적립금 두고도 법인부담금 교비대납 묵인하는 교육부가 문제” 오소혜 기자l승인2018.02.09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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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8일 한신대 교직원 노동조합이 학교법인 한신학원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신학원은 2009년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전액 법인이 부담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한신학원은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교비'에서 납부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 등을 통해 학교법인이 개인부담금을 부담하기로 했다면 학교법인이 개인부담금을 직접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학교법인이 납부해야 할 개인부담금을 교비에서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U's Line 오소혜 기자]단체협약에 따라 대학본부가 대학법인 대신 교비로 납부한 교직원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은 비록 불법이어도 일방적으로 환수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대학노조가 당시 환수조치를 취했던 교육부가 사전에 환수가 적법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서도 강행한 것은 청와대의 눈치만을 본 전형적인 해바라기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교육부는 2012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한신대를 포함한 39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가 뒤늦게 2013년 7월에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39개 대학이 1860억 원에 달하는 교직원의 사학연금을 교비로 대납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의 교육부 발표가 있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개인부담금 납부 환수를 지시했고, 이에 대해 교육부는 즉각 환수계획 마련을 대학에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대납한 사립대에 교육역량강화사업비를 10% 삭감하기도 했다.

8일 대학노조는 "2014년 국회에 제출한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서 교육부는 감사 착수 전 법률자문을 통해 대학이 임금으로 부담한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 나타났다"며 "법률적 하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청와대의 무차별한 업무지시를 시작으로 만들어진 기획감사로 결국 직원급여에서 삭감해 나가게 만든 교육부는 대학을 겁박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환수요구가 있자 한신학원은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 자체가 위법하다며 교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급여에서 개인부담금을 60회로 나눠서 교직원 월급에서 공제 했고, 한신대 교직원 정모씨 등 56명은 공제금액을 반환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교육부는 사립대 44곳은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사학연금, 퇴직·개인연금보험, 건강보험료 등의 개인부담금을 수당으로 신설해 교직원에게 지급했다고 감사결과를 밝혔다. 기본급 인상이 가능하지 않자 연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수당으로 만들어 대신 지급한 것이다. 기본급을 인상하면 상여금이나 야근수당이 따라오르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 수당으로 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국내 노사협상의 오랜 관례다.

이에 대해 2013년 당시 교육부 감사실은 대학 측이 말하는 수당은 개인이 납부해야 할 금액을 교비회계에서 보전해준 것이기 때문에 대납이라고 지적하면서 환수를 종용했다. 사립대의 재정문제를 규정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직원 연금보조 명목의 수당은 인건비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은 학교법인 전입금으로 교비회계로 보전하겠다고 했으나 교육부는 법정부담금을 보존하라며 압박했다. 결국 대다수의 대학은 재직자의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노조는 "2012년 대선은 반값등록금 현실화 등 교육비 부담완화와 정부의 교육재정 확대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라며 "2013년 정권 초기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로 궁지에 몰려 있던 상황에서 박근혜정권은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상황을 모면하는 데 급급했고, 그 중 하나가 사학연금 대납과 관련된 교육부의 '기획감사 발표'"라고 지적했다.

대학노조는 "사학연금 개인부담금 대납 시비의 본질은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법을 위반해 법인부담금을 교비로 대납하고 있는 대학들과 이를 알고도 묵인해주고 있는 교육부에 있다"며 "교육부는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법인부담금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대납하고 있는 실태부터 책임지고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소재 사립대 한 관계자는 “교육부가 환수를 압박한 2013~2015년은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코앞이라 교육부 감사결과에 대해 항변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교육부는 잘 알고 더욱 강하게 압박했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말했다.

결국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8일 한신대 교직원 노동조합이 학교법인 한신학원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신학원은 2009년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교직원들의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전액 법인이 부담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한신학원은 사학연금 개인부담금을 '교비'에서 납부했다.

대법원은 "단체협약 등을 통해 학교법인이 개인부담금을 부담하기로 했다면 학교법인이 개인부담금을 직접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학교법인이 납부해야 할 개인부담금을 교비에서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체협약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등록금으로 사학연금 내도록 불법 조장 교육부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할 사학연금 부담금을 교육부 승인을 받지 않고 등록금에서 불법 지급한 사립대에 교육부가 처벌은커녕 또 다시 등록금으로 낼 수 있도록 승인하는 행위에 대해 승인신청을 하는 대학과 승인을 한 교육부에 대해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가 제출한 '사학연금 법인부담금 교비 부담신청 및 승인현황'에 따르면, 2014년 이후 18개 사립대가 교육부 승인을 받지 않고 사학연금 법인부담금 12억원을 교비에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연금 법인부담금은 사용자인 법인이 납부해야 하지만, 법인이 사정상 납부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학에서 교비로 납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법인이 부담해야 할 사학연금 법인부담금을 재정이 됨에도 대학에 떠넘긴다는 비난이 잇따르자 2012년부터는 교육부의 승인을 받고 대납하도록 하고 있다.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절차를 어긴 법인에게는 사립학교법상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도 가능하지만 교육부는 보전조치 처분만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위반대학은 있으나 벌칙이나 과태료를 처분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승인제도를 위반한 사립대가 또 다시 교비에서 사학연금 법정부담금을 낼 수 있도록 승인해 줬다. 교육부가 2016년 교비대납을 승인한 92개 사립대 중 28곳이 과거 승인제도를 위반한 법인이었다. 전체 승인 대학의 35%를 차지한다. 이들 사립대가 교비로 대납한 사학연금 법인부담금만 101억원이다. 더구나 32곳 대학중 12곳 대학은 직전인 2014~2015년 승인제도를 위반한 사학법인들이다.

승인제도를 위반한 대학들 전부가 납부능력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위반대학 중 W대는 법인적립금이 90억원에 달하지만 법정부담금 19억원을 교비에서 낼 수 있도록 승인했다. S대 역시 50억원에 가까운 법인적립금이 있지만 사학연금 법정부담금 12억원을 교비에서 대납했다. 14억원의 법인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H대도 법인부담금 6억원을 교비에서 지급했다.

특히 31곳(1곳은 결산자료 미제출) 가운데 22곳은 수익용기본재산이 100억원이 넘는 법인이었다. 이 중 2곳은 2000억원이 넘는 수익용기본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26개 법인은 법인 자산이 100억원이 넘었고 이 중 4곳은 자산 총계가 1000억원이 넘었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법인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서 수익을 내 대학 운영비나 법정부담금 등을 지원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교법인이 사학연금을 미납할 경우 해당 교직원이 연금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교직원 연금수급권 보장을 위해 승인이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민석 의원은 "승인 제도를 위반하고 등록금을 불법 사용했는데도 처벌은커녕 교직원 때문에 승인이 불가피하다며 교육부가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라며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 “정부 재정지원에서 법인 미부담률 만큼 감액” 제기

지난해 사학재단의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48.5%에 불과하다. 사학재단들이 자신들의 의무는 하지 않으면서 인사권과 운영권 등 권리만 누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교육시민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다.

이들 교육시민단체들은 사학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을 대학의 교비회계로 채워지고 있는 것은 연금법과 건강보험법 단서 조항에 사용자가 부담액을 전부 부담할 수 없으면 그 부족액을 학교에 속하는 회계에서 부담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

법인이 법정부담금을 충당하지 못하면 학교회계로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결국, 사립학교 재단의 불법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단체들은 주장했다.

현재 '사립학교연금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을 근거로 사립학교 법인은 연금 59%, 건강보험료 30%, 재해보상부담금 100% 정도의 법정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의 많은 사학 법인은 연금법과 건강보험법에 명시된 법정부담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 최근 3개년 서울소재 대학 법정부담금부담률 현황

김인환 미래교육정책연구소 소장은 "사학법인은 학생 돈으로 자신들의 의무를 채우고서 모든 인사권을 행사하고 자신들만의 권리만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법인의 책무성을 다 하지 못하는 대학은 법인의 권한도 줄여야 하는 사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시의 D학교법인의 경우 법적 부담해야 할 역할은 3%도 수행하지 않고, 교원채용 등 인사권과 경영권을 휘둘러 왔다. 게다가 돈을 받고 교사를 채용하는 등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또한 김 소장은 "이와 같은 사학의 전횡과 횡포는 전국적인 문제이고, 이를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학의 폐단을 바로잡아야 하고, 그 이전에 재정지원사업 지원액 중에서 법정부담금 미부담액만큼 삭감하는 방식으로 사학의 전횡과 횡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소혜 기자  sohye@usl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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