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대학과 권력' 출간

 

 

한국에 있어 대학은 무엇인가. 권력의 추종자인가. 권력을 만들어 내는 또 다른 권력기관인가. 한국의 대학은 사학의 권력, 국가권력, 시장권력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김정연 교수의 지적은 한국 대학의 역사를 관통한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2014년 기준 70.9%에 이른다. 1965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3.3%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룬 셈이다.

질적으로도 그만큼 성장을 이뤘을까.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신간 '대학과 권력'(휴머니스트 펴냄)에서 근대 고등교육의 태동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대학사를 돌아보며 우리 대학의 모습을 성찰한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권력'을 키워드 삼는다. 사학권력-국가권력-시장권력이라는 3주체를 중심으로 대학사를 재구성한다.

근대 대학의 골격을 세운 것은 식민권력이었다. 조선총독부가 1924년 경성제대를 설립하고 신입생을 모집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해방 이후 사립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다. 이름은 전문학교였지만 대학 수준의 교육을 했던 보성전문, 연희전문, 이화여자전문학교 등이 속속 미군정 아래 정식 대학으로 인가를 받는다. 1945년 국립 19개, 공립 2개, 사립 28개 등 총 49개였던 대학은 1953년에는 국립 72개, 공립 34개, 사립 120개 등 총 226개로 급증한다.

사학의 급증 속에 특히 이화여자전문학교의 김활란과 연희전문학교의 백낙준, 보성전문학교의 유진오 등 '사학 3인방'이 사학권력으로 자리 잡는다. 저자는 "이들이 미군정의 비호 아래 친일 논란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갔다"며"해방 이후 1950년대까지 사실상 사립대를 이끌며 정치권력·행정당국과 밀착해 대학권력으로 군림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 시기 이승만 정부는 재단이 부실해도 사립대를 인정하는 방임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사립대가 재정난을 벗어나는 방법은 등록금을 받는 것뿐이었다. 자연히 사립대는 정원 증원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방임의 시대는 1960년대 '개발 시대'가 시작되며 저물어갔다. 박정희 정부는 이승만 정부와는 달리 대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동시에 재정을 지원하면서 대학을 길들여갔다. 국가권력의 개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대학들은 국가의 요구에 따라 이공계 인력과 수출 주도에 따른 상경계 인력 양성에 주력한다.

대학은 이제 국가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소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저자는 대학들의 '근대화'가 외부, 특히 국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타율적 근대화'로 평가한다.

1980년대는 졸업정원제 도입, 사립대 지방분교 설립 승인, 개방대 설립 등의 영향으로 대학 교육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1975년 1만6천100명이던 서울대 재학생은 1985년 3만명이 넘었다. 대학 진학은 이제 의무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1990년대는 '경쟁과 자율'이라는 시장 논리가 대학에도 깊게 침투하면서 시장권력의 영향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대학법인을 인수해 대학 경영에 뛰어들었고 대학에 거액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 결과 대학의 정책 수립에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는 일이 많아졌다. 여기에 산학협동은 시장권력이 대학을 장악하는 발판이 됐다.

100년의 대학사를 살펴본 저자는 우리 대학이 시대를 앞서가지 못하고 타율적인 개혁을 반복해 왔음을 지적하며 대학 개혁이 성공을 거두려면 대학 자율적으로, 자생적으로 이뤄져야 함을 강조한다.

"대학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주체와 동력이 없는 한 정부가 개혁에 나선들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오늘날 대학의 위기는 대학이 외풍에 밀려다니며 자기 방향성을 잃어버린 100년의 궤적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휴머니스트·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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